상법개정안부터 노란봉투법까지…재계 '초긴장'
이재명식 '성과주의'…국정 초반 입법 속도전 영향
재계 "일부 조항 기업 운영에 부담" 우려 목소리도
2025-06-08 17:18:28 2025-06-09 16:24:22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이재명정부 출범과 동시에 기업 관련 주요 법안들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여당은 '상법 개정안'(상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의 신속한 처리를 예고하며 입법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정부의 성과주의 기조가 입법을 견인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재계는 일부 조항이 기업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민주당, 상법 개정안 '속도전'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은 이르면 오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입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 출범 후 2~3주 내 상법 개정을 공약했습니다. 지난 2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광장에서의 마지막 공식 선거운동에서도 "우량주를 사놨는데 나도 모르는 물적분할로 그 알맹이만 다른 이가 빼먹게 해선 되겠느냐"라며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선택해 주면 민주당은 신속하게 상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민주당도 상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앞서 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는 지난 5일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TF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발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선거를 통해 확인된 민의를 반영해 상법 개정안을 다시 당론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상법 개정안은 상장·비상장 법인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까지 넓힌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이사가 직무를 수행하면서 회사뿐 아니라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법률상 의무가 담겼습니다.
 
전자주주총회(전자주총) 도입 의무화도 포함됐습니다. 상장회사가 전자주총을 도입하지 않으려면 정관에 별도로 규정해야 합니다. 자산규모 등이 대통령령에 규정된 일정 규모를 넘는다면 전자주총이 의무화됩니다.
 
모두 지난 4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던 상법 개정안과 동일한 내용입니다. 이번 개정안은 여기에 △이사회 구성 다양화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도입 △분리선출 감사위원 이사 수 확대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 주주 의결권 3%로 제한 △사내이사를 독립이사로 명칭 변경 등이 추가됐습니다.
 
노란봉투법도 '탄력'…이재명식 '성과주의' 결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 처리도 속도전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해당 법안은 지난 21·22대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처리됐지만, 윤석열씨가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해 좌초됐습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민생 입법' 일환으로 노란봉투법 처리를 공약했습니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원청 사용자 개념의 확대입니다. 사용자 범위를 기존 '직접 고용주'에서 '근로계약 체결 여부와 관계없이 근로조건 결정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자'로 넓히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도급 노동자도 원청 기업에 단체교섭권을 요구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한 것입니다. 더불어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합니다.
 
국정 초반 기업 관련 법안이 몰아치는 데에는 이재명식 '성과주의'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입니다. 이 대통령은 성과주의와 실용주의를 지자체장 시절부터 트레이드로 마크로 삼았습니다. 경제 회복과 민생을 첫 번째 국정 과제로 내건 만큼 빠른 성과를 보이기 위해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통과에 속도를 내는 것입니다.
 
민주당이 상법개정안(상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상법개정안을 발의한 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 오기형 위원장이 지난 5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뉴시스)
 
 
기업인들 "법 개정, 회사 운영 걸림돌"
 
재계는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상법 개정안 중 이사 충실의무 확대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데요.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확대하는 조항으로 인해 기업이 무분별한 손해배상·배임죄 소송에 시달릴 수 있고, 해외 투기 자본으로부터 빈번한 경영권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3월13일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대기업뿐 아니라 소송 대응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영활동 전반에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아 매우 우려스럽다"고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한 전 총리도 지난 4월1일 거부권을 행사하며 "현실에서는 어떤 의사결정이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워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예상치 못한 혼란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중소기업계의 우려도 큽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해 기업의 혁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운영을 위해선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중요하다"면서 "이번에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염려했습니다.
 
노란봉투법과 관련해서도 노사 의견이 갈립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복잡한 대화보다 파업으로 노사 문제를 해결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걱정을 드러냈습니다.
 
다만 기업 지원에 방점이 찍혔던 과거와 달리 이젠 그 안에 소속된 다수 국민의 권리 증진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기업 지원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곳에서 일하는 다수 국민의 권리도 찾아줘야 할 때"라며 "대기업이 돈을 많이 번다고 거기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 월급이 올라가거나 중소기업 노동자 복지가 개선되는 게 아니다 보니 모든 정책을 기업이 원하는 쪽으로만 끌고 가는 건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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