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에 참석하며 연쇄 정상외교에 돌입할 전망입니다. △한·미 단독회담 △안미경중 전략 △한·일 회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참석 등 민감한 사안이 산적한데요.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본격 시험대에 오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①한·미 단독회담(관건은 통상)
15일 외교가 분석을 종합하면, 한·미 정상이 만나게 된다면 회담의 주요 의제는 단연 '관세'가 될 전망입니다.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 유예기간은 오는 7월8일(현지시간)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측 관세 조건을 수용할지 거부할지 선택하라며 '최후통첩'을 날린 상황입니다.
반면 미국의 관세협상을 이끄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무역 협상에 성실히 임하는 국가에 대해선 상호관세 유예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의 발언은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라"는 경고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벌였지만, 미국이 주요 무역국으로 밝힌 18개국 중 가시적 합의에 이른 국가는 영국이 유일합니다.
반도체부터 자동차, 조선까지 주요 산업이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미래는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대화를 주고받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미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10%의 기본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로 자동차·자동차 부품에 25%, 철강·알루미늄에 50%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습니다.
7월9일부터는 15%의 국가별 차등 상호관세까지 추가로 부과받게 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관세율 인상, 반도체·의약품 관세 부과도 예고한 상태입니다.
한·미 정상회담에선 '관세 해법'보다 '신뢰 프로세스 구축'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입니다. 두 정상은 지난 6일(현지시간) 통화에서 "신속한 관세협상 타결"을 공언했지만, 관세율 1~2% 차이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성급한 결정은 무리입니다.
이번 회담에선 양국이 협상 틀을 확인하면서, 관세 유예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에 의견 접근만 이뤄도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경우, 추가 유예기간 동안 한·미 양국은 실무협상에 본격 착수해 합의 도출에 나설 걸로 보입니다.
이 자리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 온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인상'도 논의될 걸로 보입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 한·미 간 현안으로 관세 문제와 안보 관련 사안들이 있고, 이 대통령은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현안을 타개해 간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②안미경중 전략
앞서 미 백악관은 이 대통령 당선 당시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중국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선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는 이례적 메시지를 냈습니다. 사실상 새 정부를 향해 '중국 거리두기'를 간접적으로 요구한 겁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지난달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많은 국가가 중국과의 경제 협력, 미국과의 방위 협력을 동시에 하려는 유혹을 받는 것을 안다"며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노선을 공개 경고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내세운 실용외교는 한·미 동맹 강화와 한·중관계 발전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미국의 거듭된 경고에 외교 '줄타기'는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김진아 신임 외교부 2차관은 지난달 21일 토론회에서 "실용외교는 단순히 실리를 추구하는 외교가 아니다"라며 "한국의 외교 전략은 진영·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시킴으로써 국가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주변국 중심 외교를 벗어나 글로벌사우스(비서구권 국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유럽, 아프리카 등과 손잡고 여러 분야에서 영향력을 넓혀 미·중국 사이에서 움직일 공간을 넓히자는 뜻입니다.
중국 의존보다 미국 의존이 양적으로도 비슷하고 질적으로는 훨씬 더 크다는 반론도 잇따릅니다. 기술적인 차원에서 대한민국은 미국과 결부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③한·일 회담(관건은 과거사)
대통령실은 15일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고위 관계자는 "지난번 한·일 정상통화에서 좋은 의견이 있었는데, 그 연장선에서 이번 회담이 진행될 것"이라며 "한·일관계는 여러 협력이 있고 서로 도움 되는 호재가 있기에, 한국 대외관계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강화할 수 있는 관계"라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취임 뒤 첫 통화를 하면서 "한·미·일 협력의 틀 안에서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해나가기 위한 노력하자"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정책 변화, 미·중 패권경쟁 격화,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북·러 밀착의 전면화 등 급변하는 동아시아 정세에 대처하기 위해 양국 간의 우호·협력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 대통령은 과거사와 경제·안보·문화 등 미래지향적 협력은 분리해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고, 일본 정부도 적극적으로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양국 정상은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처음 만나면 이런 기조를 재확인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일본의 독도·과거사 도발 등 민감한 사안들이 주기적으로 불거지는 한·일관계 특성상,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려면 향후 양측의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걸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④나토 참석
이 대통령이 나토 회의까지 참석할 경우, 북·중·러보다는 한·미·일 협력을 우선하는 행보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현 정부에선 여권 내 이른바 '동맹파'와 '자주파'가 이견을 보인다는 분석이 지배적인데요. 동맹파에 힘이 실리는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동맹파는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외교관 중심 그룹이고, 자주파는 북한과의 화해·협력을 강조하는 학계 중심 그룹입니다.
군사·안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나토 회의에 참석하면, 러시아나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됩니다. 그러나 모든 국가와 원만한 관계를 구축한다는 이상론은 현실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데요.
나토 회의는 중동과 동유럽에서 진행되는 두 개의 전선에 유럽국가들이 국익과 전략을 어떻게 설정하는지를 면밀히 살피고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구체적으로 고민할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또 지난 정부에서도 꼬박꼬박 참석한 만큼 '외교의 연속성'을 이어간다는 명분이 있는 데다, 미국과의 협력 관계를 보여주기 위해선 참석이 유리하다는 분위기가 우세합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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