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금감원, 대출금리 '엇박자'
시중은행 "금감원, 가계부채 손쉽게 관리…소비자 선택권 제한"
2025-06-18 06:00:00 2025-06-18 08:24:40
 
[뉴스토마토 임유진·이재희 기자] 대통령과 금융감독원이 대출금리를 두고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예대금리차(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이)가 벌어졌다며 높은 금리를 문제 삼았는데, 금감원은 고금리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입니다. 은행들은 금감원이 은행을 압박해 금리를 높이는 방식 등으로 손쉽게 가계대출 관리를 하다 보니 소비자 선택권이 저하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통령-당국 엇박자 지속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전 은행권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을 불러 월별·분기별 목표치 준수를 당부했습니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급등 현상이 벌어지는 것과 맞물려 가계대출 증가 폭도 상승하자 긴급 대응에 나선 겁니다. 가계대출 취급을 크게 늘린 NH농협은행·SC제일은행 등 일부 은행들에는 기존에 제출한 목표치 준수를 주문했습니다. 기준금리는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높은 금리 유지를 주문한 셈입니다. 
 
반면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첫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에서 "예대금리(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이) 차가 다른 나라보다 벌어져 있지 않나"라고 예대금리차를 콕 짚어 지적했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은행이 대출 가산금리 산정 시 각종 출연금 등의 법적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한 은행 임직원에 1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는 처벌 규정 도입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지만, 금감원은 당분간 엄격한 엄격한 대출 관리 기조를 변경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장 단기간에 예대금리차를 줄일 뾰족한 방법은 없다"며 "가계부채 관리 기조는 지금 상황에서는 당분간 이 기조대로 갈 수밖에 없고, 추후 논의가 시작되면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은 금융 분야도 중요하지만, 공급이나 실물경제가 더 중요하다"면서 "이러한 대책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해당 정책들이 종합적으로 나오면 가계부채와 예대금리차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여력이 생길 것"이라며 부동산 공급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은행권 "당국 '욕 안 먹고 집값 잡았다' 얘기 듣고 싶은 것"
 
은행들은 이 대통령과 금감원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분위기를 살피는 중입니다. 다만 금융당국이 항상 가계부채 대책을 손쉽게 관리하려고 은행권을 쥐어짜 금리를 조정하는 방안만 내놓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 예정은 아직까지 없다. 코픽스 인하에 따라 오늘부터 변동형 주담대가 내려가긴 하겠지만, 향후 전반적인 대출금리 조정에 대해선 당국 방침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사실 대출금리 인하에 대한 전망은 은행에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며 "당국이 자기들 마음대로 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또 "금리는 내리면서 가계대출은 늘리지 않으려면 은행이 고객을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대출을 받는 건 보편적인 금융 서비스인데, 대출금리를 조정하라는 건 당국이나 정부가 '그냥 난 모르겠고, 너희가 알아서 해봐'라는 이런 무책임한 자세"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금리를 내리면서 대출은 제한하면 안 된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고 반문한 뒤 "말도 안 되는 어불성설이다. 당국은 작년부터 그랬지만 욕은 안 먹고 싶고, 집값 오르는 거에 대해 '집값을 잡았다'라는 얘기를 듣고 싶은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주택 공급 계획보다는 가장 손쉬운 라이센스 사업자인 은행을 압박하는 가장 편한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낮추는 대신 예금금리를 높여 예대금리차를 줄이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견해입니다. 그는 "예금금리는 사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사람이 아니라 돈을 모을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기 주로 하기 때문에, 예금금리를 올리면 특정 사람들한테만 혜택을 주라는 얘기"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대출금리를 내리면 대출이 당연히 늘어날 텐데 당국은 대출은 늘리지 말라고 한다"며 "이건 술 먹고 운전을 시켜놓고 음주운전은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시중은행 또다른 관계자는 "최근 당국이 은행들 부원장보를 불러 평소보단 부드럽게 얘기했다지만, 주담대 만기를 40년에서 30년 줄이는 것은 사실 40년으로 하면은 대출 한도가 늘어나고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도 늘어나는 것"이라며 "사실 이건 금융 소비자의 권리를 뺏는 것"라고 짚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매달 나가는 지출 계획이 조금 더 여유가 생기는 데다 나중에 집값이 오르면 팔고 나오면 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장기를 선호하는 성향도 있다"며 "그런데 당국은 '왜 대출을 더 해주려고 하냐'는 식으로 본다. 가계대출을 관리하라는 거는 소비자들의 권리를 뺏으라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또 "당국은 '그 권리를 뺏는 건 우리는 하기 싫다. 우리 손에 피 묻히기 싫으니 은행 너네가 해라' 이런 얘기"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실수요자 피해 없는 핀셋 규제 필요" 
 
은행들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하락한 만큼 일단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한해 금리 인하를 시작했습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됩니다. 코픽스가 8개월 연속 하락해 약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함에 따라 시중은행의 코픽스 연동 대출금리도 내려갈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화 방안으로 단순 금리 인상 등 손쉬운 방안이 아닌, 다주택자 대출 제한 등과 같은 핀셋 규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률적 대출금리 인상은 무주택 실수요자 등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며 "당국은 '가계부채 총량'이라는 매크로 목표에 매몰되지 말고 핀셋 규제와 구조적 개선 등 보다 정교하고 효과적인 접근을 통해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투기 억제 및 금융 안정을 도모하는 정책 설계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금융감독원. (사진=연합뉴스)
 
임유진·이재희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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