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샛별배송으로 잘 알려진 신선식품 이커머스 기업 컬리(Kurly)가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그간 미뤄졌던 기업공개(IPO) 재추진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오는 7월 8일부터 약 한 달간 미국에서 ‘컬리USA’ 베타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이번 시범 운영은 현지 거주 소비자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한국 물류센터에서 발송된 제품을 미국까지 배송해 소비자의 전반적인 쇼핑 경험을 평가받는 방식입니다. 배송 소요 시간, 제품 신선도, 고객 만족도 등을 다각도로 점검하고, 이를 기반으로 미국 시장에 대한 소비자 니즈와 수요 특성을 분석한 뒤, 하반기 중 정식 론칭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컬리 USA앰배서더 모집 공고. (사진=컬리USA 소셜미디어 캡처)]
컬리는 베타 서비스와 병행해 브랜드 인지도 확산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미국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컬리USA’를 개설하고 테스트 참여자 모집, 제품 콘텐츠 노출, 현지 맞춤형 메시지 발신 등을 통해 SNS 기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오는 10월까지 이어질 온라인 홍보 캠페인은 정식 서비스 전 브랜드 선점 효과를 노린 사전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컬리 측은 “이번 미국 진출은 단순한 해외 확장이 아닌, 글로벌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정식 서비스 이전까지 테스트를 거쳐, 미국 시장 특성에 맞춘 현지화 전략을 정교하게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미국 진출은 단순한 해외 확장을 넘어, 컬리가 다시 한 번 IPO에 도전할 수 있는 명분을 쌓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도 해석됩니다. 컬리는 2022년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당시 영업 적자와 냉각된 투자심리 등의 복합 요인으로 심사를 자진 철회한 바 있습니다. 이후 외형 확장보다 수익성 확보에 방점을 찍은 경영 기조를 채택하며, 인력 구조 재편, 고정비 절감, 운영 효율화 등을 통해 조직 안정화에 나섰죠. 올해 2분기 기준 흑자 전환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며, IPO 재추진을 위한 내부 조건을 일부 충족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진출 경험이 IPO 심사 과정에서 기업의 성장성과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주요 기준 중 하나라는 점에서, 컬리의 이번 미국 진출이 투자자 관점에서도 긍정적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특히 미국 시장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만큼, 일정 수준의 성과만 확보되더라도 컬리의 기업가치 재평가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치열한 현지 경쟁…아마존·월마트와 차별화 가능성 주목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은 아마존프레시,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한 상황인데요. 이들과의 경쟁에서 컬리가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세우더라도 브랜드 인지도 부족, 현지 물류 인프라 부재, 높은 배송비용 등 구조적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프리미엄 신선식품 배송이라는 강점이 틈새 수요와 맞물릴 가능성도 있지만, 초기 진입 단계에서 뚜렷한 고객 기반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미국 내 물류 운영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배송 시간의 안정성, 제품 손상률, 고객 응대 체계 등 서비스 품질 전반에 대한 신뢰 확보가 중요 과제로 꼽힙니다. 현지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가격 경쟁력 수준과 컬리의 프리미엄 가격 정책 사이에 괴리가 존재할 경우,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IPO 재도전에 대해서 업계에서는 여전히 신중론이 우세합니다. 흑자 전환이 단기간에 그치는 ‘반짝 실적’이 아닌지에 대한 지속적 검증이 필요하며 상장을 다시 추진할 경우 투자자 신뢰 회복이라는 별도의 과제도 안고 가야 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2022년 상장 철회 당시 투자자 신뢰가 흔들린 만큼 재도전 과정에서 기업의 내실과 지속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오히려 브랜드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한 이커머스 전문가는 “베타 테스트 단계에서 실질적 성과 없이 성급하게 상장을 재추진할 경우 자칫 브랜드 신뢰를 오히려 훼손할 수 있다”며 “해외 진출과 IPO 추진 모두, 장기적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컬리의 최종 목표는 IPO”라며 "이번 진출이 IPO 재도전에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이커머스 성장 둔화 속에서 미국 시장 진출로 매출과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인데, 중국 자본 관련 규제 등 외부 변수도 IPO 추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컬리가 실적 개선에 힘쓰고 있는 만큼, IPO를 통한 투자 유치가 경영 위기 극복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다만 “베타 서비스에서 실질적 성과가 나기 전 성급한 IPO 추진은 브랜드 신뢰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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