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럴 거면 주민대표회의는 왜”…‘독단적’ GH에 뿔난 공공재개발
용역업체 선정 과정서 주민대표회의 의견 ‘배제’
특정 업체 광명·원당서 모두 1위…선정 과정 ‘의혹’
GH, “관련 법령 의거 업무 진행”…“문제 없다” 반박
주민대표회의 성격 규정할 법규정 ‘미비’…‘개정 필요성’ 부상
2025-06-26 16:49:53 2025-06-26 19:31:58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경기도 내 공공재개발 사업을 시행하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업무 방식을 놓고 사업지 주민대표회의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GH는 광명시 ‘광명7구역’과 고양시 ‘원당 6·7구역’의 공공재개발 사업 시행자를 맡고 있는데, 정비사업전문관리용역(도시정비전문업체)을 해당 구역 주민대표회의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선정하는 ‘독단적’ 태도를 보였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선정된 업체의 적정성 여부도 논란이 되는 등 갈등이 지속될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GH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의 관련 법령에 의거한 업무 진행을 추진했다며 문제 소지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주민대표회의는 허수아비?…GH, 독단적 업무 추진 논란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GH는 지난 5월 20일 ‘광명7구역 공공재개발사업 정비사업전문관리 용역’ 개찰결과를 나라장터에 공개했습니다. 개찰결과에 따르면 D업체가 1순위로 선정되며 지난 20일 GH와 용역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업체 선정 과정에서 사업지 주민대표회의와 일체의 협의 없이 GH가 독단적으로 업무를 추진했다는 불만이 큽니다. 
 
김재후 광명7구역 공공재개발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은 “광명시로부터 주민대표회의가 승인이 난 후 GH와 사업시행약정 협의 및 체결이 이뤄지는게 일반적인 절차인데 이것도 미뤄진 채 정비사업용역 업체 선정이 협의 없이 먼저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광명7구역 공공재개발 사업지 내 노후 빌라 단지. (사진=송정은 기자)
 
김재후 위원장은 “정비업체 선정계획은 정비사업비(약 50억원) 부담에 관한 사항이기에 ‘승인된 주민대표회의와 협의 없이 진행된 정비업체 추진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내용증명을 3차례 GH 측에 보냈지만 GH는 이를 거부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선정된 업체에 대한 적정성 논란도 불거집니다. 입찰에 참여했다가 협상평가부적격 판정을 받은 모 업체 관계자는 “1위를 차지한 D업체의 정비사업 실적이 부적격업체보다 부족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3위와 5위에 오른 업체(협상적격판정)는 정비사업 실적은 커녕 회사 홈페이지조차 없는 업체”라며 “여기에 1위 업체, 그리고 이들과 컨소시엄을 이룬 디자인건축사 모두 광명7구역과 원당 6·7 등 GH가 경기도에서 시행하는 모든 공공재개발 사업 용역으로 선정됐다는 점도 의혹 대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나라장터 홈페이지 캡쳐)
 
(사진= 독자 제공)
 
주민대표회의 측은 공공재개발 협력업체 선정과정에서 주민대표회의가 적어도 업체 추천 권한 정도는 가져야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합니다.
 
김동원 원당 6·7구역 주민준비위원회 위원장은 “공공재개발 시행자가 계약 체결은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마음대로 뽑아서 계약하라는 규정도 없지 않냐”며 “적어도 업체 추천 권한 정도는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 안 그러면 주민대표회의 위원장 등과 간담회라도 진행해서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하는데 이마저도 없다. 지금처럼 공공시행자가 알아서 수주하고 용역 발주하고 하면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돼 주인 역할을 해야하는 주민대표회의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대체 어떤 건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GH, 관련 법령 의거 업무 추진 “문제 없다”
 
한편 관련 논란에 대해 GH측은 관련 법령에 의거한 업무 진행이 이뤄졌다며 문제 소지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GH 관계자는 “지난 2월 김재후 주민협의체 총무(현재 주민대표회의 위원장)가 협의 시 업체선정 과정에 주민참여를 요구하면서 유사사례를 제시하겠다고 한 바 있다”며 “그러나 유사사례를 제시하지 못했기에 공사는 관계법령 및 규정 등에 맞춰 지난 5월 업체를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지난달 28일 광명시의 주민대표회의 승인 알림 이후 사업시행약정서 작성과 운영규정 재검토를 진행했다”며 “사업시행약정 체결, 사무소 이전, 주민대표회의 운영경비·상근자 급여 등 주민총회 의결이 필요한 시급한 사항에 대해 주민대표회의와 지난 19일 협의를 추진하려고 하였으나 무산됐으며 이를 26일 재협의할 예정”이라고 답했습니다. 
 
업체 선정 과정에 대한 의혹도 “지방지치단체 입찰시 낙찰자 결정기준에 의거, 제안서 평가결과 기술능력과 가격 평가점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김재후 위원장은 “유사 사례 제시 부문은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 사업 시공사 선정 기준에 ‘추진위원장이 평가위원을 선정할 수 있다’라는 부분을 제시했다”며 “사업시행약정 부문도 이 달에만 두 차례 사업승인약정 초안을 보내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GH 측에서 답변이 없었다. 지난 19일 협의 추진 과정도 한국부동산원과 협약된 경기도내 공공재개발 추진 지역 준비위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일정이었지 시급한 사안을 해결하기 위한 협의 과정이 아니었다”고 반박했습니다. 
 
공공시행자-주민 갈등 빈번, “입법보완 필요”
 
이처럼 공공재개발 사업에서 시행자와 주민대표회의 간 갈등이 적지 않음에도 사업이 꾸준히 추진되고 있는 건 민간개발 사업보다 빠르게 추진될 수 있다는 ‘신속성’ 때문입니다.
 
홍성진 건정연 실장은 “공공재개발사업은 LH와 GH 등 공공사업시행자가 사업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추진하고 용적률 완화 등을 통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여기에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기존 조합 재개발사업과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고양 원당 6·7 구역 공공재개발 사업지 내 노후 빌라. (사진=송정은 기자)
 
한편 법조계에서는 공공재개발 사업 등에서 공공시행자와 주민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부실한 관련 법령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박서영 법무법인 슈가스퀘어 변호사는 “전체적으로 주민대표회의에 대한 법령상 권한이 매우 제한적이고 주민대표회의가 자신들의 권한 강화를 주장할 수 있는 직접적인 법적근거도 전무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만 도정법 제47조 제5항 및 시행령 제45조 제2항을 근거로 의견 청취 요구를 거부한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다툴 여지는 있다”며 “주민대표회의가 의견 청취를 요구했고 이를 명확히 거부한 경우, 이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으로 인정될 수 있다면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서영 변호사는 “주민과의 신뢰를 구축하고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주민대표회의의 실질적인 참여 권한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의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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