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대출 규제에 은행들 금리 인상 카드 만지작
2025-06-30 16:59:26 2025-06-30 16:59:26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관리목표를 당초 계획의 절반으로 줄이면서 은행권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은행들은 대출 증가량을 줄이기 위해 대출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거나 신규 대출 접수를 제한하는 방안 을 검토하고 나섰습니다. 
 
새 규제 반영한 대출 전략 고심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제동을 걸기 위해 고강도 대출 규제에 착수하면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추가 대출을 제한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대출금리를 올리거나 대출 만기 단축, 1일 대출 접수 건수 제한 등의 방식이 거론됩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총량 관리 때문에 돈 빌리러 온 고객을 돌려 보낼 순 없기 때문에 각 은행에서 지속적인 모니터링 후 자체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우선 금리를 올려 고객이 몰리는 것을 막을 수 있겠고 당국이 발표한 유주택자 제한이나 만기 제한 등을 더 확대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규제를 성실히 이행하면 대출 증가 속도는 줄어들 것으로 보지만 예상 외로 대출 수요가 쏠릴 경우 자체적으로 모기지보험 제한 등 더 강도 높은 방안도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로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 자금을 운용하는 비중이 큰데, 이 부분을 더 축소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마이너스통장은 큰 금액이 수시로 이동해 총량 관리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인터넷은행도 대출 승인 기준을 더욱 강화할 전망입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대출 수요가 몰려 기존에도 1인당 대출 건수를 제한하고 마감 안내를 했던 상황"이라며 "향후 주담대나 전세대출에서 물량 조절을 엄격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고강도 규제에 비대면 대출 중단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가계대출 총량 증가폭을 절반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수도권 및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고 만기를 30년 이내로 단축하는 등 고강도 규제도 발표했습니다.
 
이 외에 2주택자 이상 주담대를 전면 금지하고, 생활안정자금의 경우 1주택자에 대해서도 최대 1억원까지만 허용하도록 했습니다. 신용대출은 현행 '연소득의 1~2배 수준'에서 '연소득 이내'로 조입니다. 
 
특히 이런 고강도 대출 규제를 발표한 다음날인 28일 곧바로 시행하면서 대출 신청자들과 예정자들의 창구 방문과 전화 문의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은행들도 새로운 대출 규제를 전산 시스템에 반영하기 위해 비대면 주담대, 신용 대출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당장 대출이 필요한 소비자들은 은행 영업시간 내 영업점을 직접 찾아가야 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비대면으로 대출을 실행할 때 우대금리를 받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금리 혜택도 줄게 됩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대적인 가계대출 규제를 유예기간 없이 시행한 것에 대해 "대책을 발표한다고 미리 말하면 대출 수요가 엄청나게 몰린다"며 "주택 시장 또는 가계부채 상황이 시간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대출 실행 더 까다로워질듯 
 
은행들은 일주일 가량 후 비대면 대출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대출 신청과 승인은 전보다 더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절반으로 감축한다고 밝힌 만큼 은행들이 신규 대출 취급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올 상반기 은행들은 이미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 기조에 맞춰 대출 문턱을 높인 바 있습니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 등 규제 시행을 앞두고 대출 막차 수요가 몰렸서인데요. 주담대 대출 만기를 줄이고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등을 중단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주담대 취급을 제한하고 담보물건지 주담대의 최장 대출기간을 30년으로 단축했습니다. 또한 전세대출에서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부 취급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도 시행 중입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유권 이전과 등기 말소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을 제한했고 대출모집 법인에는 한 달 단위로 대출 한도를 설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은 지난 25일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신규 접수에 대해 모집법인별 한도를 부여하는 방안을 시행했습니다. 이미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은 이미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접수를 7월 실행분까지 한도 소진으로 중단한 상황입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5일부터 주담대에 동반 가입되는 모기지보험(MCI·MCG) 가입을 제한해 사실상 대출 한도를 축소했습니다. MCI·MCG는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입니다. 해당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이 가능해 사실상 대출 한도가 축소됩니다. 대면·비대면 주담대의 타행 대환과 은행 재원의 대면 전세대출 타행 대환도 막았으며 수도권 소재 1주택 이상 주택구입자금 취급도 제한했습니다.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관리 목표 50% 감축 등 가계대출 관리 대책에 초강수를 두자 은행들도 비상대응에 나섰다. 현재 대출금리 인상이나 만기 축소, 우대금리 조건 축소 등 각 은행별로 대출 문턱을 높이기 위한 요건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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