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제임스 건의 DC, 그리고 국힘
2025-07-16 06:00:00 2025-07-16 06:00:00
제임스 건 감독이 마블을 떠나 DC 유니버스의 새 문을 열 작품으로 <슈퍼맨>을 들고 돌아왔다. 최근 개봉한 히어로 영화 <슈퍼맨>은 지금까지 보면 대성공이다. 북미에서 개봉 첫 주 1억달러가 넘는 흥행 성적을 올렸고, 한국에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DC 스튜디오 수장으로 부임한 건 감독의 <슈퍼맨>은 이전 DC의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세계관인 DC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리는 첫 영화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DC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고, 경쾌한 액션을 통해 더 오락적인 느낌으로 재탄생했다. 건 감독의 마블 대표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느낌이 물씬 나는 작품이다. 건 감독은 마블의 DNA를 DC에 자연스럽게 이식했고, 덕분에 근래 DC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이고 트렌디한 영화가 될 수 있었다. 그야말로 DC의 대반격을 알리는 시작점 같은 영화다. 
 
DC가 반격할 기회를 만든 것은 오로지 건 감독 덕분이었다. DC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블 출신의 건 감독이 DC 히어로 영화의 기본부터 싹 바꾼 것이다. DC 또한 마블 시리즈 감독 영입으로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하며 도전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대성공이다. 
 
정치권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과거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표는 당명을 변경하고, 김종인 전 대표 등 보수 정당 출신의 외부 인사를 영입해 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고 했다. 새누리당 지도부 인사였던 김종인 전 대표는 전권을 쥐고 이해찬 전 대표와 정청래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했고,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외부 인사 수혈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민주당은 2016년 총선에서 '제1당'에 복귀하는 쾌거를 이뤘으며,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이후 단 한 차례의 당명 변경 없이 9년 동안 원내 제1당의 지위를 지켜오다 2025년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또다시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최근 대선 패배 이후 내홍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의힘이 되짚어볼 부분이다. 국민의힘의 새 혁신안 논쟁도 어떻게 보면 국민들에겐 부질없는 논쟁이다. 결국 인적 청산이 당의 변화와 쇄신을 가장 잘 드러내는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당내 권력의 핵심 세력을 잘라내려면 결국 외부 인사가 당의 중심을 잡는 방법밖엔 없다. 한동훈 전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나선다고 해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윤석열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윤석열 후보의 단일화 상대란 꼬리표가 떼지지 않는다. 
 
때문에 민주당이 김종인 전 대표를 영입해 혁신에 성공했듯이 국민의힘은 민주당 출신 인사라도 데려와 인적 쇄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시늉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DC가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과감하게 혁신을 이뤄내지 못한 것처럼 국민의힘도 정권을 잡았던 지난날을 그리워하다 도태될 수 있다. 과연 국민의힘은 자신에게 수술의 칼날을 들이댈 DC의 건 감독 같은 인물을 찾아낼 수 있을까. 
 
박주용 정치팀장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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