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자사주 소각 의무 법안 발의…부작용 우려도
지배주주 보호 수단 전락한 자사주…의무 소각으로 제동
필요성 공감하면서도 매입 유인 저해 우려
조건부 소각 방안 및 보완 장치 등 거론
2025-07-23 15:33:17 2025-07-23 16:12:33
[뉴스토마토 신유미·김주하 기자] 범여권에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자사주 제도 개편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자사주 취득 후 일정 기간 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거나 예외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자사주가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자사주 전량 소각 의무화가 기업의 주주환원 유인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소각을 강제하기보다는 유인책과 병행하는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자사주 소각 법안, 이달에만 '4건' 발의
 
2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발의된 자사주 관련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총 4건입니다. 민주당에서 김남근 의원안, 김현정 의원안, 민병덕 의원안이 있고, 조국혁신당 소속의 차규근 의원안 등이 있습니다. 이 같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은 자사주가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지난 9일 발의된 김남근 의원안은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취득 후 1년 이내 소각'하도록 하고, 예외적으로 임직원 보상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보유를 허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반드시 직후 정기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며, 이때 대주주의 의결권은 발행주식 총수의 3%로 제한했습니다. 이어 지난 14일 차규근 의원은 신규 취득한 자사주는 '6개월 내 소각', 기존 자사주는 '법 시행 후 5년 내 소각'으로 차등을 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김현정 의원 등은 자사주 '취득 즉시 소각'이라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지난 22일 발의했습니다. 취득 이후 일정 기간을 부여했던 기존 법안보다 더 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역시 예외적으로 임직원 보상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보유를 허용하게 했습니다. 같은 날 민병덕 의원 등은 자사주 비중에 따라 차등을 뒀습니다. 원칙적으로 1년 내 이를 소각하도록 하되 취득 당시 자사주의 총수가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 미만이면 그 기한을 2년으로 하는 내용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가 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어 반기면서도, 전량 의무 소각 기조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경영권 안전장치에 대한 부분도 고려해 포이즌필과 차등의결권 같은 다른 보완 장치도 함께해야 한다"며 "성급하게 진행하기보다는 차근차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사주 매입 위축 우려…"장기적 관점 필요"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꺼릴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됩니다. 국내 기업의 자사주 소각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인데요. 시장은 대체로 자사주 취득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에 자사주 소각의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향후 자사주의 취득에 대한 유인을 낮추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최근 "자사주를 살 사람이 앞으로 이걸 과연 사겠느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처분이나 소각을 강제할 경우 취득 자체가 줄어들 수 있어 자사주의 취득을 통한 주주환원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무엇보다 현행 상법에서 자사주의 다양한 활용을 허용하고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재무관리의 수단으로 자사주를 활용하는 것은 허용하되, 자사주를 지배권 강화에 이용하는 등의 문제는 방지하기 위해 △자사주에 이용되는 권리 제한 △신주의 제3자 배정과 동일한 규제를 통한 공정성 확보 △불공정한 자사주 처분시 주주 구제수단 도입 등의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자사주 소각을 강제하기보다는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윤선중 동국대 교수는 "강제 소각을 시키면 아무래도 자사주 매입 자체를 하지 않게 될 것이고, 주주환원을 잘하던 기업의 주주들에게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자사주를 주주 환원이 아닌 경영권 방어 목적에서 오랫동안 보유하고 있다면 패널티를 주는 방식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주주환원을 잘하는 기업에게는 인센을 주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유도할 수 있도록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이 결국 자사주 신규 취득을 하지 않으면, 이번 의무 소각은 단발성에 그치게 된다"며 "장기적인 차원에서 상장회사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짚었습니다. 
 
자사주 취득 목적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소각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부분의 자사주 취득 공시 사유는 주주 가치 제고 또는 주주환원인데, 자사주 소각이 이행되지 않으면 엄밀히 말해 공시 위반"이라며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은 기업들이 자사주를 취득하면 대체로 소각을 하지만, 우리나라는 소각을 잘 하지 않아 강제 법안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일정 기간 내 공시 취지대로 자사주를 활용하지 않을 시 소각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6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 (사진=뉴시스)
 
신유미·김주하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