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정책 수립·추진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부처인 금융위원회를 연이어 칭찬하고 있다.
6·27 부동산 대책의 대출 규제를 두고서는 당시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을 공개 석상에서 "이번에 대출 제한 조치를 만든 분"이라며 "잘하셨다"고 대대적으로 치하했다. 권 사무처장은 얼마 뒤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영전했다. 국무회의에서는 김병환 금융위원장을 향해 "금융위의 적절한 규제 정책으로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정책 실무자를 공개적으로 격려하는 것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금융위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하지만 대통령이 칭찬한 정책은 과연 현장에서 박수를 받고 있을까.
6·27 부동산 대책은 수도권 및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 주담대를 금지하는 고강도 대출 규제다. 그 여파는 컸다. 당국의 명확한 기준과 지침이 나오지 않으면서 전세금 반환을 위한 전세퇴거자금대출이 막혀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곤란을 겪었고, 대환대출 한도가 1억원으로 제한되면서 차주들은 금리가 낮은 다른 은행으로 대출을 옮기기 힘들어졌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가격·비가격적 방법을 총동원해 대출 수요를 억제하고 있다. 문제는 고강도 대출 규제가 투기 수요만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택을 옮기려는 1주택자뿐만 아니라 생애 최초 구입자, 실수요자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옥죄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 집 마련을 준비해온 사람들이 당장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으며 하급지로 밀려났다. 결국 '현금 부자'거나 '부모 찬스'를 쓸 수 있는 사람만 집을 구할 수 있다는 토로가 많다. 정부가 주거 사다리를 또 한 번 걷어찼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이 대통령이 "해외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예대금리차가 벌어져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는데도 예대금리차는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 예대금리차는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 차이를 의미하는 지표로, 은행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핵심 지표다. 기준금리 인하기에 은행들은 예금금리는 줄줄이 내리는 반면 대출금리는 유지하거나 오히려 올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가면서 은행들 입장에서는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할 명분이 생겼다. 이자장사를 꾸짖는 대통령과 이자마진으로 사상 최대 이자 이익을 챙기는 은행권의 모습에서는 괴리감이 느껴진다.
현 정부가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천명해놓고 서민층의 주거 사다리를 흔들거나 이자 부담을 키워선 안 될 것이다. 대통령이 금융당국을 치하하는 것은 향후 금융정책 기조의 연속을 예고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럼 점에서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는 설익은 정책이 계속될까 우려도 된다. 칭찬은 때로 강력한 메시지다. 그러나 그 칭찬이 국민 공감대와 동떨어져 있다면 자화자찬에 불과하다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이종용 금융부 선임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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