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송정은 기자] 서희건설이 김건희씨 목걸이 뇌물 의혹과 지역주택조합(지주택) 비리 수사 등 겹악재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서희건설은 '원수에게나 추천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정적 평가를 받는 지주택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인데요. 온갖 송사가 끊이지 않는 사업 구조 때문인지 딸만 셋인 이봉관 회장은 사위 3명 모두 법조인으로 채웠습니다. 서희건설은 지주택 사업을 확장하면서 2020년 30위권에 머물던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올해 16위까지 끌어올렸지만 이번 특검의 압수수색과 지주택 비리 수사 등으로 회사 신뢰도와 사업 기반 모두가 위협받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건희씨의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른바 '나토 목걸이 의혹'과 관련해 서희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지난 11일 실시했습니다. 특검팀은 이 회장의 맏사위인 박성근씨가 순방 직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사실을 확인하고 김씨에게 6000만원대 고가 목걸이를 선물하면서 인사 청탁을 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박씨는 2022년 6월 한덕수 총리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는데요. 그는 2009년 대구지검 부부장 검사로 재직했는데, 같은 해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구지검 특수부장을 맡아 근무하며 같은 시기 한 청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습니다.
서희건설은 2022년 대선 당시 양재동 사옥에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씨가 운영한 이른바 '양재동 비밀캠프'를 제공했다는 논란에도 연루돼 있습니다. 해당 캠프는 당시 후보였던 윤씨에게 우호적인 댓글과 여론전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래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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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 모두 법조인…지주택·목걸이 뇌물 의혹 돌파할까
서희건설은 지주택 사업을 발판으로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왔습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2020년 33위에서 2021년 23위, 2022년 21위, 2023년 20위, 2024년 18위를 거쳐 올해 16위까지 수직상승했습니다. 서희건설 성장 배경에는 이봉관 회장의 '법조인 사랑'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 회장의 사위 3명이 모두 법조인으로, 맏사위 박성근씨는 검사 출신, 둘째·셋째 사위는 현직 판사이며, 셋째딸 이도희 전략기획실장도 검사 출신입니다.
박씨는 2022년 공직자 재산 신고 때 229억원의 재산을 신고해 고위공직자 중 최고액을 기록했습니다. 상당 부분이 부인인 이은희 서희건설 통합구매본부 부사장의 명의였죠.
2008년 지주택 사업에 본격 진출한 서희건설은 현재까지 누적 수주액 10조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주택 사업은 토지 확보부터 인허가, 분쟁 조정까지 법적 이슈가 복잡하게 얽힌 사업 분야인데요.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서희건설이 법조인 사위들을 통해 각종 인허가와 분쟁 해결에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김건희씨가 목걸이 등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희건설을 압수수색 중인 김건희 특별검사팀 수사관들이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서희건설 사옥에서 압수품을 담기 위한 박스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희건설의 지주택 사업은 전국 80여개 단지, 약 10만 가구 규모로 업계 최대 수준입니다. 현재도 37곳에서 약 2조원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매출액 역시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연결 기준 연간 매출은 2021년 1조3229억원에서 2022년 1조4376억원, 2023년 1조4419억원, 2024년 1조4736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했습니다. 지주택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71.1%에서 2024년 81%까지 확대됐습니다. 작년 기준 서희건설의 연결 매출액은 1조4736억원, 영업이익은 2357억원입니다. 매출 대부분이 지주택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어 지주택 의존도가 상당히 높죠.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에는 상황이 급변했는데요.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구 지역 유세 현장에서 서희건설 내당3지구 지주택 조합원 민원을 청취하는 등 지주택 사업 폐해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최근에는 국무회의와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 미팅에서 지주택 문제를 직접 언급하면서 전국적인 실태 조사와 제도 개선을 지시한 바 있습니다. 타운홀 미팅 자리에서는 서희건설을 직접 거론하며 "특정 건설사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를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6개 기관(국토부·공정위·권익위·지자체·HUG·부동산원) 합동으로 특별점검에 착수해 조사한 결과 전국 618개 지주택 조합 중 187곳(30.2%)에서 293건의 분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요 갈등 사안은 조합 운영 부실, 탈퇴 환불 지연, 과도한 공사비 증액 등입니다. 국토부는 오는 8월 말까지 특별점검을 진행한 뒤 제도 개선 마련에 나설 예정입니다. 이번 제도 개선은 지주택 사업으로 급성장한 서희건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가운데 서희건설은 경기 용인시 보평역 서희스타힐스 아파트 지역주택조합 비리 사건에도 얽혀 있는데요. 전 조합장이 시공사인 서희건설의 부사장으로부터 13억75000만원의 뒷돈을 받고 그 대가로 물가상승분보다 243억원 많은 385억원의 공사비를 증액한 것이 주요 혐의입니다. 검찰은 지난달 말 해당 아파트 전 조합장과 서희건설 부사장 등 5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서희건설은 또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도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습니다. 본지는 서희건설 측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홍연·송정은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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