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비전문가' 이찬진 금감원장, 기대와 우려 교차
2025-08-14 15:00:00 2025-08-14 15:52:35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이찬진 신임 금감원장의 금융감독 방향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보호 강화와 포용금융을 힘 있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관치 논란은 그가 떼어내야 할 꼬리표입니다. 금융 실무 경험이 전무한 비전문가라는 점도 금융업계가 걱정하는 부분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 원장은 14일 취임식에서 "앞으로 금융산업이 국가 경제의 대전환을 지원하는 동시에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맡은 바 소임을 다해나가겠다"고 일성을 밝혔습니다. 또 "가계부채 총량의 안정적 관리 기조를 확고히 유지하는 동시에 부채와 주택가격 사이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 금융안정을 수호하겠다"며 "금융소비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보호처의 업무 체계 혁신과 전문성·효율성 제고에 힘쓰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융 부문의 안전한 인공지능(AI) 활용 △디지털 자산 생태계 육성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속 정리 △부채와 주택가격의 악순환 고리 차단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 등을 제시했습니다. 
 
금융산업 실무경험 전무
 
이 원장은 금융 관련 실무 경험이 전혀 없는 인물입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및 공적 기구 참여 등 금융 감독 업무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업계는 금융 감독 분야에서 생소한 이 원장의 등장에 당혹스러운 모습이 역력합니다. 앞서 검사 출신인 이복현 전 원장 역시 금융 관련 경험이 미비해 전문성과 업계 이해도 부족이 한계로 지적된 바 있습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 원장이 '어떻게 하면 수익을 낼 것인가' 논의하는 공적기금운용위원 경력이 있던데, 이걸 금융 경력이라고 얘기하기는 어렵다"며 "이제는 금감원장이 돼 이를 감독해야 할 입장에 놓인 것이니 완전히 상반된 입장이 된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금융산업은 혁신을 잘하더라도 복잡한 금융감독과 위기 대응 분야에서 허점이 노출될 수 있다"면서 "적어도 회계 지식이나 금융기관의 생리를 아는 전문성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어떤 면으로 보나 아주 적격자라는 시장의 평가는 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다른 관계자는 "해외 금융 불안 사태나 대규모 부동산 PF 부실같이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순간에 적시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PF·2금융권 건전성이나 복잡한 금융 상품 구조에 대한 이해도에 한계가 있을 수 있고, 금융사 문제 발생 시 경험이 없어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앞서 금융위 측은 "이 내정자는 벤처 창업·상장 기업 등 다수 기업에 자본시장 회계 관련 법률 자문과 소송을 수행하는 등 직무 수행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금융회사의 신뢰 회복,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등 금감원의 당면 과제를 수행할 적임자"라고 제청 배경을 밝힌 바 있습니다. 
 
업계에선 이 원장이 이 대통령과 친한 실세로 불리면서 정부의 입김에 금감원이 과도하게 움직일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합니다. 이 원장은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18기)로 노동법학회에서 함께 활동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연루 의혹을 받는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변호인으로 활동한 이력도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인연이 정책·감독 결정에 있어 독립성보다는 대통령실의 의중을 우선시하게 만들 수 있다고 의심합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북 송금 변호를 맡았다는 점에서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느냐"고 잘라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금감원이 은행·증권·보험 등의 금융 전반을 다 커버하는데, 그 중 한 영역도 아니고, 전혀 다른 영역에서 영입된 분이라는 점에서 '180도 거꾸로 된 곳에서 날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혹평했습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너무 금융 산업을 이념적으로 안 보시는 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금감원은 금융사에 대한 검사·제재·감독 권한을 가진 막강한 기관인데, 정치적 영향력이 과도하게 작용할 경우 감독의 일관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는 "금리·수수료·상생금융·배드뱅크 등 민감한 금융 의제들이 정무적인 일정에 따라 엮일 위험성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찬진 신임 금감원장. (사진=연합뉴스)
 
금융소비자 보호 주력금융권 부담 ↑ 
 
금융계 안팎에선 이 원장이 금융시장 안정과 혁신보다는 금융소비자 보호와 포용금융 등 새 정부의 국정 철학에 맞는 금감원 역할에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대통령과 친분이 있고 국정기획위의 사회1분과장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는 만큼, 정부의 정책 목표와 금융감독 정책의 연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고금리·전세사기 등 금융 취약계층 피해를 예방하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나 금융사 책임 강화, 사후 제재 체계 강화를 골자로 한 소비자 민원·분쟁 처리 신속화 등이 주를 이룰 것이란 전망부터 나옵니다. 자연스레 금융권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정책 중심의 금융 감독이 지나치게 확대되면 금융사는 자율성과 수익성 압박이라는 이중고에 놓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원장이 '시장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면서 소통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만큼, 이 원장이 금감원 운영을 어떻게 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그간 시장 혁신을 추구했던 역대 원장들과는 달리 소비자 보호·포용금융·정책 연계에 주력할 텐데 금융시장 불공정행위 감시 강화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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