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조선업 부활에 뜻 모은 한미…알래스카는 ‘합작투자’
마스가 출항…HD현대·삼성, 본격 투자
조선 이어 에너지도 한미 간 협력 지렛대
2025-08-26 15:06:38 2025-08-26 15:35:32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조선과 에너지 기술력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요한 카드로 작용했습니다. 한미 양국 정상은 미국 조선업 부활에 다시 한번 뜻을 모은 가운데, 마스가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해 공동 투자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미 조선업에 투자하고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힘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미국과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협력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6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양국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데 공감대를 이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가진 회담에서 “한국은 선박을 매우 잘 만든다”고 한국 건조 능력을 칭찬한 뒤 “미국은 조선업이 상당히 쇠퇴해 한국에서 구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앞으로 한국과 협력을 통해 미국에서 선박이 다시 건조되길 바란다”, “미국의 조선업을 한국과 협력해 부흥시키는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란다” 등의 발언으로 현지 건조 등 미국 조선업 재건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기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미국 조선업이 누린 영광을 회복해 군사력 강화까지 이룰 수 있도록 대한민국은 마스가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세계 1위에서 3위의 조선소를 보유한 우리 기업들은 상선부터 LNG(액화천연가스)선, 쇄빙선 등 첨단 선박까지 광범위한 포트폴리오로 미국 조선업 재건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화답했습니다. 
 
미국 측이 한국산 선박을 먼저 구매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는 점에서 협상 결과는 일단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 조선소들이 정상화되기 이전에라도 해군 함정 등 빨리 건조해야 하는 물량을 한국에 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완전히 닫혀 있던 미국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짚었습니다. 미국 내로 직접 접근을 한다는 점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필요없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정상회담에 동행한 국내 빅3 조선업체들은 ‘마스가’ 지원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나섰습니다.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 추가 투자를 비롯해 현지 조선소 추가 인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HD현대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이끕니다. 공동 건조와 유지·보수·정비(MRO) 등은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빅3가 고루 협력에 나섭니다. 
 
양종서 수석연구원은 “삼성중공업도 내부적으로 미국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조선 빅3가 미국에 거점을 하나씩 세우면 모양새가 좋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의 무너진 생산 시스템을 복원시켜줄 역량을 가진 나라가 전 세계에 한국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국이 적극 참여한다면 미국도 수익성 높은 물량 등을 한국 기업에 제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 필리조선소. (사진=한화오션)
 
LNG 수출 확대, 조선업계 긍정적
 
조선에 이어 에너지도 한미 협력의 지렛대가 됐습니다. 양국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LNG 등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은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 중 하나로 오는 2028년부터 연간 330만t(톤) 규모의 미국산 LNG 도입을 본격화 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한국의 미국산 에너지 수입 규모가 233억달러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4년간 연평균 17억달러를 추가 도입하게 됩니다. 한국의 에너지 구매 약속은 3500억달러 규모의 조선업 중심 대미 ‘투자펀드’와 더불어 무역 균형을 추구하고자 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미국과의 LNG 수출 확대는 국내 조선업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미국산 LNG 공동 조달은 LNG선 운영 등의 협력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서입니다. 조선업계는 상반기 LNG선 발주가 크게 위축됐지만, 하반기부터 미국발 대규모 발주가 가시화되면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K-조선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협력은 단순 구매를 넘어 인프라 투자로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개발 프로젝트를 직접 언급하며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는 조인트벤처(JV)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유입니다. 그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와 가스, 석탄,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어 큰 우위에 있다”며 “한국과 알래스카 프로젝트 합작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며 일본도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아니었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함으로써 한국의 참여를 요구하는 압박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정부는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은 만큼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에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시장이 필요한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아직까지 GDP 규모 대비 굴뚝 산업의 비중이 높아 적격”이라며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아 개별 기업이 접근하기는 어렵고 추진한다면 가스공사가 주도하고 민간이 투자하는 식으로 참여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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