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그대를 사랑하니 지구 한 모퉁이가 더 아름다워졌습니다
2025-08-29 06:00:00 2025-08-29 06:00:00
이달 초 경기도의 한 동물보호소를 방문해 동물 보호 활동을 하는 분들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이들은 버려지고 학대받은 동물을 300마리 이상 구조해서 돌보고 있었습니다. 그 넓은 땅과 건물엔 동물로 가득했습니다. 사람에게 상처를 입은 동물들은 보호소의 보살핌 아래 조금씩 건강과 생기를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물보호소 운영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보호소는 동물 울음소리와 냄새 등에 따른 민원 탓에 대부분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또 사실상 운영을 후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후원도 넉넉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운영이 어려워질 때마다 재산을 처분해가면서 동물을 돌볼 정도입니다. 
 
동물보호소를 둘러본 뒤 그곳에서 활동하는 분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명색이 공동체부장이지만, 그간 동물권이나 동물 복지 문제엔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았다고 말했습니다.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학대하고 물건 버리듯 유기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책으로만 배운 동물권 개념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고도 했습니다. 그랬더니 한 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 중에도 노숙자나 생활보호대상자처럼 당장 보호와 복지가 필요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왜 동물부터 보호하고, 그런 일에 자기 재산을 쏟아붓느냐고 의아해합니다. 그러나 동물 보호 활동도 누군가는 해야 합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자는 게 확장돼서 동물 보호까지 왔습니다. 동물을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사람도 귀하게 여길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동물을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사람도 귀하게 여긴다'는 말은 수십 년 동안 동물 보호 활동을 통해 얻어낸 삶의 지혜와 같은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실제로 사회생활에서 얻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동물에게 폭력을 행사한다는 심리 연구도 있습니다. 동물은 사람에게 보복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동물을 표적으로 삼는 겁니다. 하지만 거기에 동물이라는 말을 지우고 사람이라는 글자를 대입하면, 이는 '묻지 마 폭력', '묻지 마 살인'과 꼭 닮았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갑질 폭행'으로 유명한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입니다. 
 
불법 포르노를 제작·유포한 걸로 알려진 그는 경영 과정에서 폭행, 갑질, 강요 등 온갖 불법행위를 저질렀습니다. 그가 갑질 폭행으로 이름을 얻게 된 것도 내부고발을 한 전직 직원을 회사로 불러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뺨을 때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는 기괴한 취미까지 있었습니다. 활과 일본도 등으로 살아 있는 닭을 잡는 걸 즐겼다는 겁니다. 심지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이 짓을 직원들에게까지 강요했다고 합니다. 
 
2005~2008년 10명을 살인해 사형이 선고된 연쇄살인범 강호순도 범죄자가 되기 전엔 개농장을 운영하면서 수십 마리를 도축하거나 동사시키는 등 학대를 저질렀습니다. 동물을 대상으로 '살인을 연습'한 셈입니다. 
 
<뉴스토마토> 공동체부는 공동체 모든 구성원들의 이익과 가치를 고민하자는 부서의 취지에 맞춰 지난 6월부터 동물권 문제를 취재, 기사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전국에 동물권 문제를 고민하는 언론사와 기자는 극소수인데, <뉴스토마토>도 그 대열에 합류해 미력하게나마 동물권 문제 공론화에 힘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비록 동물권에 대한 공부는 얕지만, 동물과 인간이 공생하는 문제를 고민하는 데는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마당을 쓸었습니다」라는 시를 떠올립니다. 작고 사소한 동물 기사 한 꼭지를 통해서라도 지구 한모퉁이가 조금이라도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최병호 공동체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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