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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8월 28일 17:0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윤상록 기자]
알엔투테크놀로지(148250)가 불과 몇 달 사이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비상장사 전량 인수, 제3자배정 전환사채(CB) 발행을 잇따라 추진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겉으로는 신성장동력 확보를 내세우지만 투자조합을 통한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완전자본잠식 기업을 동원한 CB 발행, 소액주주 희석 가능성 등이 위험 요인으로 지적된다. 게다가 지난 3월 최대주주가 바뀐 후 본업과 큰 접점이 없는 신사업 진출을 두차례나 대대적으로 알리면서 '주가 띄우기'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사진=알엔투테크놀로지)
연이은 자금조달…투명성 논란 확산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알엔투테크놀로지의 최대주주는 티에스1호조합이다. 티에스1호조합은 지난 3월 60억원 규모의 알엔투테크놀로지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 후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6월 말 기준 지분율은 18.7%다.
회사는 최대주주 변경 이후 지난 7월 비상장 신기술금융사 에이치알지(HRG) 지분 100%를 100억원에 취득했다. 2022~2024년 기말 자본총계가 자본금에도 못 미치는 부분자본잠식 상태의 회사를 인수하는 데 유상증자와 CB로 마련한 돈을 쓴 셈이다.
시장에서는 새로운 최대주주가 들어오면서 우선적으로 추진한 딜이 정체 불명의 비상장사 인수라는 점이 우려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 시너지나 구체적 성장 전략에 대한 설명 없이 ‘신성장동력’이라는 모호한 표현만 내세웠기 때문이다.
논란은 지난 13일 공시된 100억원 규모 사모 CB에서도 이어졌다. 인수자는 캔버스엔레드로, 표면금리 0%에 만기수익률 3%, 전환가 7470원, 전환청구기간은 2026년 9월부터로 설정됐다. 납입 예정일은 9월9일이다.
캔버스엔레드(옛 육사공개발)가 리픽싱에 따른 최저 조정가액 5230원 기준으로 191만주를 확보하게 되면 지분율은 16.8%에 이를 전망이다. 이 경우 6월 말 기준 최대주주인 티에스1호조합의 지분율은 18.7%에서 15.5%로 희석된다. 최대주주가 캔버스엔레드가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잠재적 오버행 부담도 예상된다.
문제는 캔버스엔레드가 완전자본잠식 상태라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 -3억6800만원, 매출 3억3094만원, 순손실 5억6652만원을 기록했다. 영업규모가 미미하고 수익성도 부진한 회사가 100억원 현금을 납입한다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게다가 알엔투테크놀로지의 자금조달 구조는 특정 투자자에 집중돼 기존 주주나 기관투자자의 참여 기회가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잇단 신사업 발표, 주가 부양 노림수?
티에스1호조합은 최대주주 등극 이후 신사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알엔투테크놀로지는 지난 3월31일 정기주주총회 결과를 공시하며 전고체 배터리용 전해질 소재 개발생산업·이차전지용 원료물질 개발생산업·E-모빌리티 사업용 신소재 및 공정기술 개발업 등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5일에는 사명을 '알엔티엑스'로 변경하고 블록체인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 소프트웨어 판매·판매대행 및 중개업, 컴퓨터 프로그래밍 서비스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가상자산 채굴기술 '노드'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대규모 유증과 CB 발행 등 주가 하락 요인이 불거질 때마다 신사업을 발표해 주가 하락을 방어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CB 배정 대상인 캔버스엔레드 역시 주가 부양이 절실한 상황이다. 류민수 대표가 겸임하는 캔버스엔(옛
빅텐츠(210120))은 지난해 11월 최대주주가 디비투자조합으로 바뀐 뒤 올해 매출이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9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94억원)의 9.6%에 불과하다. 드라마 제작사인 캔버스엔은 지난 5월 ‘탄소배출권 토큰’ 신사업을 내놨지만 주가는 하락세다. 4월 장중 최고 76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현재 1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캔버스엔을 지배하고 있는 디비투자조합 최대주주인
나노캠텍(091970)(99.9%출자)도 마찬가지다. 나노캠텍은 2021년 10월 회계처리 위반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 후 2021년 10월5일~2023년 2월27일 거래정지를 겪은 바 있다. 이후 동전주로 하락하면서 2007년 상장 당시 공모가(7000원)를 크게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나노캠텍의 최대주주는 6월말 기준 트리니티에쿼티 유한회사다. 트리니티에쿼티는 이상규씨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투자은행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대주주가 변경된 기업이 본업과 큰 접점없는 신사업 명목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주가 상승을 노리는 행위는 회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라며 "특히 최근 유행하는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투자하는 데 있어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악의 경우 자금조달 후 횡령·배임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회사가 신사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알엔투테크놀로지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캔버스엔레드가 자산 200억원 정도 있는 점을 고려하면 납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캔버스엔과 캔버스엔레드 간 관계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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