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북한이 세계무대로의 첫발을 내딛습니다. 9월3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절을 계기로 첫 다자외교 무대에 서는 건데요. 가장 주목되는 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도'에 있습니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대화를 제시한 상황에서의 중국 방문은 남다른 행보로 읽힙니다. 앞선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 전 중국을 방문했던 점을 고려하면 새로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다만 북한과 미국의 직거래가 '코리아 패싱'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 외교'가 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북·미 대화 땐 '중국행'…6년 만의 방중 '주목'
3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곧 중국 베이징에 도착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함께하는 북·중·러 3자 회담 개최는 사실상 확정적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신냉전 시대의 개막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구도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특히 북·중·러 3국은 한·미·일 공조에 맞선 '반서방 연대'를 공고히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김 위원장의 이번 연대를 통해 미국과의 대화를 추진하기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6년 만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8년 5월(2차)과 2019년 1월(4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에 나선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분석됩니다. △북·중 공조 과시 △경제·제재 등 완화 논의 △외교적 정당성 확보 등이 목적입니다. 당시 북·미 협상을 앞두고 외교적 안전망 확보는 물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행보였습니다.
첫 북·미 회담이 개최된 싱가포르 정상회담(2018년 6월12일)에서 양국은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자는 원칙에 합의했습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완전한 비핵화의지도 확인했습니다. 북한과 미국은 합의문도 발표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 보장, 평화체제 구축을 큰 틀에서 합의를 도출했습니다.
실무선에선 대북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 가능성 등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했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표현이 포함되지 않았는데요. 결국 실질적 행동에 대해선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2019년 베트남에서 펼쳐진 '하노이 북·미 회담'은 양측 모두 빈손으로 끝났습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를 제안하며 유엔(UN·United Nations) 제재 전면 해제를 요구했습니다.
반면 미국 측은 제재 전면 해제가 불가하고 일부 완화만 가능하다고 맞섰습니다. 결국 북·미 이견 차로 별다른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한 채 노딜로 마무리됐습니다. 이후 북한과 미국의 대화 동력도 급격히 저하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퇴임 전까지 27차례 친서를 주고 받았지만 실질적 거래는 없었던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뉴시스)
'비핵화' 의제 가닥…정부 "APEC 만남 가능성 낮아"
이후 미국과 북한의 대화는 중단됐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김 위원장과 대화하겠단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6월11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에게 보낼 친서를 북한 측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친서 수령을 거부, 무응답으로 일관했지만 북·미 대화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북한에 대화 손짓을 내밀고 있습니다.
북·미 대화가 실제로 추진된다면 대화 주제도 '비핵화'가 핵심 의제로 선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을 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진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북한에 대해 "뉴클리어 파워"라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북한 측에선 비핵화 조건으로 이번에도 제재 완화와 체제 보장 등을 일선에 내세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측은 여전히 단계적이고 조건이 있는 완화를 선호하는데요. 북한 측이 행동에 나설 때까진 제재를 풀긴 어려울 것으로 분석됩니다. 아울러 체제 인정 일환으로 군사적 위협 중단 같은 제한적 조치를 고려할 수 있지만 북한 체제를 무조건 인정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직거래' 성사 시 한국 패싱이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북한은 한국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현재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25일(현지시간)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피스 메이커(평화 중재자), 난 페이스 메이커(보조자)"라는 발언을 통해 북한 관련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가자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다만 조현 외교부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 가능성에 대해 낮게 평가했는데요. 조 장관은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개최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낮다"고 밝혔습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K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인 생각이 있다"면서도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너무 많은 기대를 갖는 건 건설적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의 외교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를 전망입니다. 특히 오는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가 한국의 외교 방향과 정세를 결정할 실용주의 외교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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