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끝내 조기 등판…명분 없는 '자충수'
비대위원장 복귀 '임박'…출소 한 달 만
성비위 사건 '늑장 대응'…비판 직면
"자숙 먼저"…성급한 행보에 '자책골'
2025-09-10 18:17:35 2025-09-10 18:48:17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의 등판이 예상보다 앞당겨지게 됐습니다. 조국혁신당 지도부가 당내 성 비위 사건 등에 대한 미흡한 조치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함에 따라 조 원장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자녀의 입시 비리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조 원장이 광복절 특별사면 후 자숙 없이 바로 정계에 복귀한 데다 뾰족한 명분 없이 당 지도부로 나오는 것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책임자가 비대위원장으로?…비판 목소리
 
조국혁신당은 11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조 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공식 선출할 예정입니다. 앞서 조국혁신당 지도부는 당내 성 비위 사건 등에 미흡하게 대처해 뭇매를 맞았고, 지난 7일 총사퇴하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틀 뒤 의원총회에서 신임 비대위원장 인선 등을 논의한 결과, 의원 다수가 조 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사실상 추대 형식입니다. 
 
당무위에서 관련 절차가 마무리될 경우 조 원장은 출소 한 달여 만에 비대위원장으로 복귀하는 것입니다. 당초 조 원장의 완전한 정계 복귀는 오는 11월로 점쳐졌습니다. 조국혁신당은 11월 전당대회를 열고 새 대표를 선출할 계획인데, 이때 조 원장의 당대표 출마가 기정사실화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태로 조 원장이 전면에 나서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거셉니다. 의원총회가 열리기 전 해당 사건 피해자 측은 조 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에 반대 입장을 낸 바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수감 중 당내에서 일어난 성 비위 사건을 알면서도 늑장 대응에 나섰던 사람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되는 것이 맞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진보 진영에서 강조해왔던 부분이 여성의 인권 문제"라며 "그 문제에 대해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점은 스스로의 논리를 부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조 원장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터라 이번 사태로 인한 정치적 타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조 원장은 자녀 입시 비리 등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형기를 절반도 채우지 않은 채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으로 지난달 15일 출소했습니다. 
 
광복절 특사 명단을 두고 논란이 컸던 가운데 조 원장은 이를 의식하지 않고 출소 후 곧바로 정치적 행보에 돌입했습니다. 출소 3일 만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데 이어 조국혁신당은 출소 6일 만에 복당 절차를 마쳤습니다. 
 
또한 조 원장은 지지세가 약한 2030 남성을 향해서 "극우 성향을 보인다"며 "국민의힘이라는 극우 정당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논란이 됐습니다. 이에 범보수 진영에서 반발했지만 "철회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너무 성급했다"·"리더십 시험대"…'악수' 평가
 
이 같은 조 원장의 행보에 대해서 "너무 성급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른바 '조국 사태'가 문재인정부를 궁지로 몰았던 만큼 조 원장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빨리 정치적 야심을 보인 것은 되레 '자충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조 원장에 대해 아직 국민들이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11월 당대표 선거를 기다리지 못하고 비대위원장으로 등판하는 측면은 이런 불편함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국혁신당에서 조 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한 것을 두고 "당이 조 원장을 성역화하려는 흐름을 보인 셈"이라며 "조 원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먼저 사과하고, 자제의 시간을 가지며 피해를 회복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놨어야 했다"고 부연했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예방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조 원장의 '광폭 행보'에 비판적인 시각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5~26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조 원장의 최근 행보에 대한 생각을 조사해 28일 공표한 결과, 응답자의 62.5%는 "시간을 갖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고 답했습니다. 
 
이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4.2%입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 
 
여권에서는 조 원장의 등판을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평가하는 동시에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고 내다봤습니다. 조 원장이 여러 비판에도 당의 수장으로 안정을 끌어낸다면 정치적 체급을 키울 수 있지만, 혁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는 것입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조국혁신당이 안정을 찾기 위해서 조 원장이 빨리 나오는 게 맞지만 썩 좋은 시기는 아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이전에 윤석열정부와 싸웠던 것은 구도가 단순한 반면, 지금은 당내 혁신으로 지지자들의 기대를 충족해야 한다"며 "앞으로 조 원장은 '리더십의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조국혁신당 사건과 관련해서 지도부에선 별다른 논의가 없었다"면서 "조국혁신당이 빨리 안정돼 국정을 뒷받침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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