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법’ 이은 ‘K-스틸법’…철강을 국가안보 산업으로
룰세터에서 ‘게임메이커’로 정부 역할 담아
2025-09-12 15:20:04 2025-09-12 16:44:45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정부와 국회가 철강산업을 국가안보 핵심산업으로 격상하기 위한 ‘K-스틸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달 중 국회 통과가 점쳐지는 가운데 후속 법안과 시행령에 담을 세부 지원책 논의까지 착수하는 모습입니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이번 법안이 국내 철강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녹색 전환을 동시에 이끌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12일 국회철강포럼이 개최한 ‘K-스틸법 발의, 의미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원 철강연구센터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러스트벨트 전락 막을 마지막 기회”
 
12일 국회철강포럼이 개최한 ‘K-스틸법 발의, 의미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이번 법안 발의에 초당적으로 협력한 의원들은 “K-스틸법이 국가 전략산업으로서 철강을 육성하는 기본법이 돼야 한다”며 “K-반도체법처럼 정부가 적극 지원해달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중 후속 법안까지 함께 마련해 패키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안이 단순한 산업 지원책을 넘어 ‘국가 전략산업 육성 선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봤습니다.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원 철강연구센터장은 “미국은 제조업 부흥을 위해 국가 명운을 걸고 통상질서를 새로 짜고 있다”며 “개발 시대처럼 시장 자율이 아닌 정부가 선수로 나서서 뛰어 드는 시대가 됐다”고 진단했습니다. 보조금이나 연구개발비 지원 정도가 아니라 설비 운영에 공공 조달까지 정부의 손길이 미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이번 법안은 신자유주의적 모델에서 국가 주도 성장 모델로 회귀하는 것에 부응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룰 세터에서 ‘게임메이커’ 역할로 적극 참여한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한국은 정부 지원의 양이 아직 부족하다”며 “철강은 반도체만큼 전후방 파급력이 큰 핵심 산업으로 지금이 포항의 러스트벨트화를 막을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습니다. 
 
민동준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명예특임교수는 “철강산업 경쟁은 이제 기업 간 경쟁이 아닌 국가 간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며 “과잉생산, 탄소중립, 통상 위기라는 3대 난제를 동시에 돌파하기 위한 녹색전환과 AI 기술 활용을 통한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경북 포항시 영일대 해수욕장에 설치된 '철 그 이상의 가치 창조' 조형물 너머로 보이는 철강산업단지. (사진=연합뉴스)
 
“고부가 전환 담을 후속 설계 필요”
 
전문가들은 K-스틸법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시행령과 후속 법안에서의 정교한 설계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고부가 철강으로의 전환을 위해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책이 담겨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수소환원제철은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린다”며 “그때까지 기존 고로의 경쟁력 유지와 전환 관리가 핵심”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제적으로 그린 스틸 프로젝트에 일본과 유럽 등이 지원하고 있는데도 상용화가 잘 안 되고 있는 이유는 수소가 비싸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는 “에너지·수소 인프라는 개별 기업이 구축할 수 없는 영역이므로 정부가 직접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주현 한양대 재료공학과 교수는 “그린철강은 기존보다 20~50% 비싸다”며 “공공사업에 그린철강 사용을 의무화하거나 인센티브를 부여해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슬래그를 활용한 그린 시멘트 전환, 방산·SMR 소재 국산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의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최재식 카이스트 AI대학원 교수는 “수소환원제철은 품질·에너지 관리가 복잡해 AI가 없으면 상용화가 어렵다”며 “데이터 기반 품질관리·실시간 제어를 플랫폼화해 철강사들이 공동 활용하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선·자동차·방산 등 전후방 산업도 패키지로 지원하는 조항의 필요성도 언급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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