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려간다?…5대 은행 대출금리 찔끔 인하
2025-09-16 15:51:52 2025-09-16 18:59:31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최근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11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으나 은행들의 주담대 금리는 미미하게 인하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시장금리 인하에도 대출자들의 체감도는 낮은 상황입니다. 
 
코픽스 하락분 반영해 주담대 금리 ↓
 
(그래픽=뉴스토마토)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코픽스 하락분을 반영해 이날부터 주담대 금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신규 코픽스 기준 금리를 3.89~5.29%에서 3.87~5.27%로 내렸습니다. 신잔액 코픽스도 4.31~5.71%에서 4.26~5.66%로 인하했습니다. 우리은행은 신규 코픽스 기준 3.83~5.03%에서 3.81~5.01%로, 신잔액 기준 4.06~5.26%까지 내렸습니다. 
 
농협은행은 원가 요소 반영에 따라 대출금리 상하단 모두 올렸습니다. 3.40~5.95%에서 3.41~5.96%로 늘어났습니다. 하나은행은 4.003~4.803%에서 3.808~5.008%로 하단은 내려갔으나 상단은 올라갔습니다. 
 
시중은행들이 이번에 금리를 조정한 이유는 코픽스 하락 때문입니다. 코픽스란 자금조달비용지수의 약자로 말 그대로 은행들이 돈을 끌어오는 데 드는 실제 평균 비용을 지수화한 것입니다. 지난 2010년부터 국내 주요 은행들의 변동금리 대출의 준거금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은행은 코픽스 등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 최종 대출금리를 결정합니다. 따라서 코픽스가 하락하면 대출금리도 함께 내려가는 구조입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25년 8월 기준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49%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2022년 6월(2.3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코픽스는 지난해 10월(3.37%)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11개월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잔액 기준 코픽스는 0.06%p 낮아진 2.94%를,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2.54%로 전월 대비 0.05%p 떨어졌습니다. 
 
여기에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 이후 은행들이 금리를 대폭 인상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금리를 내리면서 가계대출 관리를 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올해 안에 금통위에서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남아 있어 추가적으로 대출금리가 내려갈 여지도 있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열린 금통위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습니다. 
 
가계부채 관리 압박에 가산금리 변수
 
다만 기준금리가 내려가고 코픽스 등 시장금리가 떨어져도 차주들이 체감하는 금리 인하 정도는 여전히 미미합니다. 정부가 규제지역의 가계대출 주담대의 담보인정비율(LTV)을 강화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추가 관리 방안을 시행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9·7 부동산 대책'은 △규제지역 LTV 50%→40% △주택 매매·임대사업자 대출 제한 △1주택자 전세대출 한도(2억원) 통일 등을 골자로 하는 대출 규제입니다. 규제 지역은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으로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등이 포함됐습니다. '6·2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다시 상승할 조짐을 보이자 두 달여 만에 대출 규제를 한층 강화했습니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골자로 하는 강력한 대책을 두 차례 잇따라 발표하면서 은행들이 가계부채 관리 압박을 명분으로 자체적으로 가산금리를 조정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최종적으로 차주들이 받는 대출금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은행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가산금리는 업무원가·법적비용·위험프리미엄·가감조정금리 등으로 구성됩니다. 요건이나 기준이 폭넓은 만큼 은행 재량으로 조정 가능한 구조입니다. 우대금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지난 2014~2017년 코픽스가 하락세일 때 가산금리가 오르면서 주담대 평균금리가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시중은행들은 당국 지침을 고려했을 때 대출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산금리는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금리이기 때문에 각 행의 가계부채 잔액이나 증가액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금리 인하기에 있는 추세긴 하지만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막 금리를 내리기도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잔액 기준 코픽스와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기존 조달분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시장금리 변동이 서서히 반영되지만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당월 새로 조달한 자금을 대상으로 산출돼 변동이 빠르게 반영되는 특징이 있다"며 "각 행마다 우대금리와 가산금리를 조정할 수도 있고 시차가 다르게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당국의 지침이 정작 소비자들의 부담만 키운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 총량 규제로 필요한 자금은 막히면서 실수요자들이 어려움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 시 가계대출이 급증할 수 있어 총량 목표를 맞추기 어려울 수 있다"며 "당장 연말까지 총량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대출금리를 내리기는 힘든데 돈을 빌리러 찾아온 고객들을 못 빌린다고 거절할 수도 없어 힘든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11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으나 은행들의 주담대 금리는 미미하게 인하되는 수준에 그쳤다. 금리 인하에도 대출자들의 체감도는 낮은 상황이다.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에서 직원이 일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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