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이어 지방까지…상생이 도리어 역차별
전문가들 "단순 금리 차등, 금융 왜곡"
2025-09-17 14:11:34 2025-09-17 16:53:08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이재명정부가 소상공인 대출금리 인하 정책을 펴고 있는 데 이어 최근 '지방 우대금리'를 언급하면서 역차별 지적이 제기됩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책 취지는 이해하지만, 결과적으로 다른 차주에 대한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지방에선 대출이자를 수도권보다 낮게 적용하거나 혜택을 더 주는 방식이 가능하지 않느냐"면서 "예컨대 지방에서 주택을 구입할 때 전세대출 금리를 수도권보다 낮게 적용하는 방식"이라며 금융 차원의 균형발전 방안을 언급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지역산업 육성 방안이 있다"며 "지역 우대금리를 부여하는 등 촉진 장치를 확인해보고 더 강화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금융권 안팎에선 지역 격차 해소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역차별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동일한 신용등급이나 동일한 담보 조건 속에서 단순히 '거주 지역'이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주거비·물가 부담이 지방보다 높은데, 대출금리까지 불리하다면 사회적 갈등으로 확산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옵니다. 
 
'지방'의 경계가 모호하단 점도 문제입니다. 행정구역 기준으로 단순 구분할 경우, 인천이나 경기도 일부 지역처럼 수도권이지만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 주민들이 우대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반면 지방의 일부 부유층은 실질적 금융 여력이 충분함에도 지역적 요인만으로 저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대출 우대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도 진통이 뒤따를 전망입니다. 지역 기준이나 소득, 연령 기준 등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정책 효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재정 부담도 가중되는 상황입니다. 금리를 낮추는 비용은 결국 누군가 부담해야 하는데 은행권이 손해를 감수하지 않는 이상, 정부가 세금을 통해 금리차를 보전해야 합니다. 국가 채무가 증가하는 가운데 보조금 성격의 정책이 확대되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된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우려입니다. 
 
금융사 입장에선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지방은 기업 규모가 작은데다 경기 변동에 취약하고 대출 연체율이 수도권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출 경우 더 높은 부실 위험을 떠안아야 합니다. 
 
앞서 이재명정부는 고금리·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에게 대출 갈아타기 등 '금리 경감 3종 세트'와 같은 정책금융 차원의 지원을 집중 추진했습니다. 이때도 혜택이 자영업자·소상공인에만 집중되면서 무대출자, 성실 상환자, 다른 취약계층은 소외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취약계층 금융지원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단순히 금리 차등보다는, 지방 경제 기반 확충·지방 일자리 창출·지방 금융 인프라 강화 같은 근본적 해법이 더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지방 주택을 살 때 금리를 낮추는 방안보다는 1가구 2주택 세제 완화 등이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며 "이 같은 세제 혜택이 없는 한 단순히 저금리라는 이유로 지방에 주택을 구입할 유인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최 교수는 "리스크를 무시한 금리 책정은 금융권에 막대한 부담을 안겨준다"며 "단순한 금리 인위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인 지방 경쟁력 강화와 금융 생태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시장에서 동일한 신용 위험에 대해 지역별로 다른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수도권 차주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일으킬 수 있고, 은행의 자율적 금리 산정 원칙에도 어긋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교수는 "형평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담보하려면 '지역 차등 금리'가 아니라 '정책적 지원을 통한 금리 경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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