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어려워도 식음료사 회사채 '청신호'
롯데칠성 9배·동원 F&B 12배…안정 투자 찾는 기관들
'필수소비재' 안전성에 소비심리 회복세로 강점 부각
'K-푸드' 열풍 앞세운 중장기 포트폴리오로 투심 자극
2025-09-17 15:13:45 2025-09-17 16:39:47
 
한 대형마트에 주류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내수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식음료업체들의 실적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서도 회사채 수요는 연일 높아지고 있습니다. 안정적 소비재라는 식음료업 특성상 최근 소비심리 개선 시그널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분석됩니다. 여기에 K-푸드 해외 열풍과 탄탄한 식음료사들의 장기 포트폴리오 발표가 맞물려 투자 매력도를 더 높였습니다. 
 
올 들어 △CJ제일제당 △대상 등 주요 식음료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결과, 수요예측에서 수조원대 자금이 몰리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반기에도 △동원F&B △롯데칠성음료 등등 줄줄이 성공을 거두며 업계 전반으로 훈풍이 부는 모습입니다. 
 
10배 수요는 기본…수조원대 '뭉칫돈' 대기줄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전일 진행한 1500억원 규모(3년물 1000억원·5년물 500억원)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3300억원의 유효 주문이 몰렸습니다. 목표액 대비 9배 가까운 수요를 확보한 겁니다. 구체적으로 3년물에는 8600억원, 5년물에는 4700억원이 응찰됐습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번 수요예측 성공에 따라 회사채 조달 계획을 최대 2500억원까지 증액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금리 수준도 3년물 -5bp, 5년물 -6bp에 결정됐습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월에도 1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0배 가까운 9700억원의 주문을 받았습니다. 롯데웰푸드 역시 1200억원 모집에 1조1200억원이 몰리며 흥행을 이어갔습니다. 
 
동원F&B는 600억원 모집에 7300억원이 몰려 12배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힘입어 기존보다 많은 2년물 700억원, 3년물 500억원 등 총 12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입니다. 발행금리도 2년물이 민평금리(같은 신용등급 채권의 평균 금리) 대비 -15bp, 3년물은 -30bp 수준으로 낮춰졌습니다. 
 
대형 식음료업체들의 회사채 흥행은 올해 상반기부터 꾸준했습니다. 지난 4월 CJ제일제당은 3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 1조3100억원이 몰렸습니다. 구체적으로 3년물에는 9500억원, 5년물에는 3600억원이 주문됐습니다. 최초 모집액 대비 4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대상도 상반기 1700억원 회사채 모집에 1조3500억원 규모의 투자 열기가 집중됐습니다. 특히 3년물에는 1500억원 모집에 1조1000억원이 몰려 투자 시장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올해 초 탄핵 정국 영향으로 회사채 시장 불안감이 확산된 상황에서도 견조한 시장 지위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입니다. 
 
'안정성'으로 몰리는 기관 자금…소비심리 회복으로 매력 ↑
 
식음료업체 회사채 흥행의 핵심은 식음료가 '필수소비재'라는 데 있습니다.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 경기 방어 산업으로 꼽히는 식음료 시장이 기관투자자에게 매력적으로 비쳤다는 겁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내수 회복은 생각보다 느린 상황이지만, 식품이나 음료는 소비 수요가 급격히 떨어지지 않은 산업군"이라며 "안정성 부문이 부각된 결과로 분석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정부의 소비쿠폰 활성화 등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개선되면서 중기적 관점의 호재를 기대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실제 지난달 소비심리지수(CCSI)는 전달 대비 0.6포인트 오른 111.4로 집계됐습니다. 소비심리지수는 국정 불안 상황이 해결된 6월부터 크게 나아지기 시작해 지난달 7년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CJ제일제당처럼 대형 식품업체들의 높은 신용등급도 회사채 조달의 성공 요인으로 꼽힙니다. CJ제일제당과 대상은 각각 신용등급 'AA', 'AA-(안정적)'으로 견조한 재무 상태가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AA' 등급 신용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를 방문한 고객이 식음료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여기에 식음료업체들의 글로벌 진출 등 전략도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포인트로 꼽힙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중장기적 글로벌 사업 확장, 제로 비즈니스 확대, 소주 맥주 경제력 강화 등을 통해 올해 매출 4조3100억원을 가이던스로 제시했다"며 "2028년까지 매출 5조5000억원 영업이익률 9.1%를 목표로 수익성 강화와 경영 효율화 계획을 제시한 게 이번 수요예측의 성공에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식음료업계는 올해 하반기까지 기관 자금의 선호도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상승이나 경쟁 심화에도 가격 조정과 제품 믹스 개선 등을 통해 실적을 방어하고 있다는 부문에서 안정적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장에서도 3분기부터 내수 회복에 따른 식음료업체들의 실적 회복을 예고했습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소비심리 반등, 금리 인하 누적, 정부의 부양 정책 강화, 방한 외래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주요 유통 채널의 매출 회복이 전망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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