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저축은행업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펀드를 통해 부실 대출을 정리하고 있지만 착시효과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PF 대출을 정상화 펀드에 매각하면서 일으킨 출자가 다시 부실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전날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5 크레딧 세미나'에서 "저축은행들이 정상화 펀드에 PF 대출을 매각하면서 건전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했지만, 이 과정에서 수익증권 리스크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PF 정상화 펀드'는 2022년 10월 발생한 부동산 PF 부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경·공매 등으로 부실채권을 조속히 정리하고자 금융당국 주도 아래 도입된 사업입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저축은행 및 상호금융조합 영업 실적'에 따르면 국내 전체 저축은행 79곳의 당기순이익은 2570억원입니다. 지난 2023년 상반기부터 지난해 하반기까지 부동산 PF 대출 부실 여파로 4개 반기 연속 적자에 머물다 2년여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자산건전성 지표도 유의미하게 개선됐습니다. P F대출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작년 말 27%에서 지난 1분기 26%로 개선됐으며, 전체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작년 상반기 말 11.75%에서 올 상반기 9.49%까지 하락했습니다. 올 상반기 연체율도 전년(8.52%) 대비 0.99%p 하락한 7.53%를 기록했습니다.
'PF 정상화 펀드'가 주효했다는 평가입니다. 저축은행들은 펀드에 PF 대출을 매각하면서 정리에 속도를 냈습니다. 저축은행업권 PF대출 규모는 2023년 말 22조1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13조원으로 절반 가까이(41.2%) 감소했습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최근 2년간 조성한 PF 정상화 펀드는 구체적으로 △2024년 3월 330억원(1차) △2024년 5월 5000억원(2차) △2025년 3월 2000억원(3차) △2025년 6월 1조2000억원(4차)입니다. 이를 통해 약 2조의 PF 부실자산을 털어냈고, 올 하반기 최대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추가 조성해 부실자산 정리에 나설 계획입니다.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등 금융사가 자산운용사를 통해 5000억원에서 1조원 규모로 별도 조성한 정상화펀드도 있습니다.
문제는 PF 대출을 정상화 펀드에 매각하면서 일으킨 출자가 그대로 다시 손실로 돌아오는 경우입니다. 당장은 저축은행들이 정상화 펀드로 부실자산을 털어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일정 기간 부실을 이연한 것에 불과하다고 한기평은 지적했습니다.
자산운용사가 조성한 정상화 펀드에 저축은행이 투입한 자금은 회계상 수익증권(유가증권)으로 인식됩니다. 펀드를 통해 PF 대출을 매각하고, 이때 잡힌 매각 자금은 그대로 펀드에 유입돼 저축은행에 수익으로 재분배됩니다. 이러한 펀드는 통산 2년 만기로 운영됩니다.
한기평에 따르면 PF 정상화 펀드의 재출자율은 평균 91%에 육박했습니다. 1·2차 펀드 재출자율은 90~120% 수준이며, 재출자 금액이 매각 금액을 상회하는 경우가 상당했습니다. 3·4차 펀드 재출자율은 80%로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구조적 손실 부담은 여전했습니다.
또 최근 조성된 펀드일수록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방 소재, 비거주용 사업장 비중이 높아 낙찰가율 변동성이 높은 것도 손실 가능성이 확대되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안태영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경·공매나 수의계약이 수월하지도 않을뿐더러, 매각 낙찰가액도 불확실성이 있다"며 "매각 대금이 출자액보다 적다면 저축은행에 배분될 펀드 수익도 없기 때문에 사실상 손실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안 연구원은 "저축은행들은 펀드 만기까지 당장 손실을 인식하지 않을 수 있는 숨통이 트인 것"이라며 "그동안 금리 인하에 따른 자금조달 부담을 덜고 부동산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에 의지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현재 시점에선 사실상 부동산 업황이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라며 "향후 정상화펀드에 이연된 부실이 손실로 잡힐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대출 채권 이외의 수익증권 리스크를 향후 신용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시내 법무사 사무실에 경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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