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마켓·알리 연합…쿠팡·네이버에 도전장
동남아를 시작으로 글로벌 무대 공략 본격화
공정위 조건하 3년 내 성과 가시화 여부가 관건
2025-09-19 16:40:56 2025-09-19 19:01:33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신세계그룹과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공동 출자한 합작법인(JV) '그랜드오푸스홀딩' 설립을 조건부 승인함에 따라,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전환점을 맞이할 전망입니다. 쿠팡·네이버 중심으로 공고화한 시장에 새로운 경쟁 변수가 등장한 까닭입니다. 업계는 국내 중소 셀러와 1인 창업자의 글로벌 판로 확대 여부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다만 양사 간 제대로 된 콘텐츠 결합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합작 효과가 오히려 반감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와 알리바바의 합작법인은 5대5 비율로 출자돼 지난해 설립됐고,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는 자회사로 묶였습니다. 공정위는 이번 승인에서 독립적 운영과 데이터 활용 제한을 JV 설립의 조건으로 제시했습니다. 해외 직구 영역에서는 양사가 소비자 정보를 공유할 수 없고, 국내 거래에서도 고객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데이터 연계가 허용됩니다. 
 
공정위는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그룹이 공동 출자한 JV '그랜드오푸스홀딩' 설립을 조건부 승인했다. (사진=지마켓)
 
이번 합작법인의 가장 큰 수혜자는 국내 중소 상공인과 1인 셀러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200여개국에 진출해 방대한 해외 소비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지마켓·옥션에 입점한 셀러들은 별도의 인프라 없이 해외 판매를 시작할 수 있어 역직구 진출 문턱이 낮아집니다. 
 
지마켓에 등록된 약 60만 셀러들은 연내 2000만개 상품을 해외 고객에게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동안 대기업과 전문 수출업체 중심이던 K-브랜드 해외 판매가 중소 셀러까지 확장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 것입니다. 한 셀러 A씨(1인샵 운영)는 "이번 기회를 통해 소규모 브랜드도 해외 고객에게 상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기대된다"며 "직구용 물류 시스템 구축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합작법인이 첫 진출 지역으로 선정한 곳은 싱가포르, 베트남 등 동남아 주요국입니다. K-뷰티, K-푸드 등 우리나라 상품 수요가 높아 판매 가능성이 큰데요. 온라인 역직구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지난해 온라인 역직구 수출액은 29억달러(약 4조원)로, 3년 전보다 10억달러 증가했죠. 합작법인은 동남아를 교두보 삼아 초기 성공 사례를 확보하고, 이후 북미·유럽 시장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한 시민이 알리바바 부스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업계는 이들 플랫폼의 동남아 시장에서의 성공이 단순 판매 확대뿐 아니라 국내 셀러의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도 직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국내 거래에서도 합작법인은 셀러 지원과 맞춤형 서비스 제공으로 경쟁력을 높일 계획입니다. 공정위는 해외 직구를 제외한 영역에서만 데이터 연계를 허용한 만큼, 지마켓 셀러들도 알리바바 글로벌 플랫폼의 개인 쇼핑 어시스턴트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24시간 맞춤 상품 추천, 실시간 상담, 혜택 안내가 가능해지면 기존 국내 플랫폼 대비 경쟁력이 높아집니다. 다만 시정 조치 기간 3년 동안은 플랫폼 간 완전 통합 서비스가 제한돼, 시너지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또 중국 기업의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국내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물류 품질, 환불 정책 등에서 신뢰를 구축하지 못하면 합작법인의 효과는 오히려 반감될 수 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합작법인의 성공을 위해선 먼저 제대로 된 통합이 필수라고 조언합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합작법인 성공은 데이터 연계가 가능한 실질적 통합과 빠른 배송을 뒷받침할 물류 인프라 강화가 필수"라며 "소비자 정보 제한과 느린 배송 체계로는 쿠팡·네이버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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