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가 조합장 급여를 둘러싸고 시끌한 모습입니다. 오는 11월2일 조합설립총회를 예정한 가운데 내년도 조합 운영비 예산안(안)에는 조합장의 월급을 950만원, 상근임원을 900만원으로 책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일부 조합원들은 “사업 승인도 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 과도한 보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산시영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기존 추진위원장 급여를 월 650만원 수준으로 책정했습니다. 그런데 내달 2일 조합장 선출 이후에는 이를 월 950만원까지 올리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를 두고 성산시영 주민들 사이에선 과한 인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성산시영 주민은 “아직 사업시행 인가조차 나지 않았는데 급여를 월 900만원대까지 인상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조합이 스스로 급여를 올린 것처럼 보이는 점이 주민 반발의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추진위원회 측 관계자는 “다른 대형 단지와 비교했을 때 평균 수준이며 합리적으로 산정한 결과”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표준 가이드라인 대비 2배 수준”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 주요 재건축 단지의 조합장 급여는 대체로 월 600만~800만원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900만원을 넘는 경우는 드물어 성산시영의 950만원은 매우 높은 편에 속합니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한주협)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5년 조합 상근임직원 최저 급여 기준’을 살펴보면 올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조합장이 받아야 할 적정 월급은 사업 규모별로 429만~513만원 수준으로 제시됐습니다. 조합원 규모별 기준은 △300명 미만 429만원 △500명 미만 451만원 △700명 미만 473만원 △1000명 미만 493만원 △1000명 이상 513만원입니다.
상근임원의 경우 279만~358만원, 사무장은 344만~420만원으로 설정됐습니다. 한주협은 매년 물가상승률과 최저임금 인상률, 공무원 임금 인상률 등을 반영해 조합의 인건비 적정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표준 급여는 세전 금액을 기준으로 상여금 400%를 포함해 산정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성산시영 조합의 950만원 책정액은 표준 가이드라인 가장 높은 급여보다 약 2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성산시영 아파트 20206년 조합 운영비 예산안. (사진= 독자 제공)
이를 두고 정비업계에서는 단지 규모나 업무 범위, 성공보수 포함 여부에 따라 급여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합니다. 성산시영아파트는 1986년에 준공된 3710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입니다.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성산시영은 재건축을 통해 최고 40층, 30개 동, 총 4800여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예정입니다.
양천구의 한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가구 수가 많고 업무추진비나 성공보수 등을 포함할 경우 월 900만원 이상도 가능하다”며 “급여만 놓고 과도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재건축 조합의 보수 체계는 법적 상한선이 없는 사적 사업의 영역으로, 급여 수준은 조합원들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라며 “과거에는 월급은 낮고 인센티브가 과도했지만 최근에는 월급을 높이는 대신 인센티브를 줄이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업 규모와 난이도, 인센티브 구조를 함께 고려해야 하며, 단순히 월급 액수만으로 과다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성산시영 주민들 사이에서는 급여 인상 절차의 투명성을 두고도 불신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조합설립총회에선 감사와 상임이사도 뽑는데 감사에 출마한 후보들이 모두 현 추진위원장과 원팀이라는 문구를 사용한 포스터를 내걸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성산시영 주민은 “감사가 같은 진영이라면 내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비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타 지역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한 일환으로 보인다. 실제로 조합의 감사를 뽑는 과정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 다만 급여 인상 논란이 있는 사업장에서 적어도 ‘감사’의 역할을 할 사람들이 이 같은 태도를 취한다면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포구 성산시영 아파트 단지. (사진=네이버부동산)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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