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차량반도체)③"칩 대란 재연될라"…공급난 앞에 국산화 시급
중국 넥스페리아 수출 중단 여파 확산…완성차 속속 생산 중단
현대모비스, 전력반도체+제어기 통합개발 시 국산화 ‘2년 단축’
2025-10-30 06:00:00 2025-10-30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28일 17:2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차량용 반도체는 전기차·자율주행차·스마트카 등 미래 모빌리티의 심장과도 같은 핵심 부품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4%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여전히 메모리 중심의 사업 구조에 머물러 있다. 반면 유럽과 북미 기업들은 전력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며 생태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의 현황과 도전 과제, 해외 주요 사례와의 격차, 그리고 민간과 정부의 협력 방향을 심층적으로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의 40%를 담당하는 넥스페리아 중국 공장의 수출 중단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2020~2021년의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과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일부 공장 가동을 멈추기 시작했고, 국내 완성차 업계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넥스페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넥스페리아 수출 중단, 글로벌 생산 차질 ‘현실화’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내 자동차 공장이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2~4주 내 생산 차질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MEMA(미국 자동차부품제조협회) 스티브 호라니 부회장은 “넥스페리아의 칩 몇 개만 없어도 조립라인 전체가 멈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빌트지는 폭스바겐이 29일부터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주력 모델 ‘골프’ 생산을 중단한다고 전했다. 모두 넥스페리아 반도체 공급 중단의 직격탄을 맞은 사례다.
 
넥스페리아는 와이퍼, 창문, 조명, 전원제어 등 차량 내 각종 구동 기능에 쓰이는 범용 반도체를 공급한다. 완성차 한 대에는 넥스페리아 칩이 약 500개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이달 4일부터 자국 내 넥스페리아 공장에서 생산된 반도체의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넥스페리아 반도체 비중은 전체의 약 80%에 달한다.
 
이 조치는 네덜란드 정부가 지난달 경제안보를 이유로 넥스페리아 모기업 윙테크의 장쉐정 회장 지배권을 박탈한 데 대한 중국의 보복으로 풀이된다. 양국 간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조차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중”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전망은 불투명하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반도체 공급망 교란이 전 세계 자동차 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완성차도 영향권…차량용 반도체 국산화 ‘시급’
 
한국 기업도 넥스페리아의 수출 중단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다. 현대차(005380)기아(000270)는 이미 수개월 치 재고를 확보해 단기적인 생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태가 길어질 경우 생산 일정에 타격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차량용 반도체의 국산화율은 3~4%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생산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는 대부분 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편중돼 있으며, MCU(마이크로컨트롤러)·전력반도체 등 차량 제어용 칩은 해외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주요 자동차 부품사 중 한 곳인 현대모비스(012330)가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 실행 단계에 돌입했다. 현대모비스는 전원과 구동·통신·센서·데이터 처리용 등 총 16종의 시스템 반도체를 외부 파운드리를 통해 양산하고 있다. 최근 회사는 또 반도체 연구개발 프로세스가 국제표준 ISO26262 인증을 획득함에 따라, 회사는 설계부터 품질관리까지 전 과정을 협력사와 공유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현대모비스는 스타트업과 기술보유 중소기업의 신규 참여를 확대하고, 관련 협회·기관에도 협력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이미 참여 기업 중 글로벌테크놀러지와 동운아나텍(094170)은 현대모비스와 함께 차세대 램프·구동반도체를 공동 개발해 양산을 앞두고 있다.
 
특히 전력반도체를 제어기와 통합 개발하면 기존 개별 개발 대비 연구개발(R&D) 기간을 최대 2년 단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차량용 반도체의 상용화 속도를 높이고, 향후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업계는 현대모비스의 이 같은 움직임이 단기적 위기 대응을 넘어,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공급망 불안이 반복되는 현 시점에서 완성차 그룹이 주도적으로 국산화 생태계를 조성하는 건 의미가 크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기적으로 공급망을 안정화할 수 있다면 국산 제품 상용화에 투자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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