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우리은행, '벨기에펀드 배상' 이견…당국 방침 관건
2025-11-07 15:03:40 2025-11-07 18:23:47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진 '벨기에펀드' 자율배상을 두고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불완전판매 여부를 재검토하고 배상 기준을 재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하면서 이미 배상을 마친 국민은행과 배상 비율을 검토 중인 우리은행 모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KB "불완전판매 인정"…우리 "문제없어"
 
(그래픽=뉴스토마토)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벨기에펀드는 2019년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설정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로 약 900억원 규모로 국내 투자자에게 판매됐습니다. 벨기에 정부 산하기관이 장기 임차한 오피스 빌딩 임차권에 투자하는 구조였으며, 임차권 매각을 통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었습니다. 펀드 운용사는 5년 만기 운용 후 임차권을 매각해 수익을 나누려 했으나 유럽 부동산 시장 불안과 금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매각에 난항을 겪었습니다. 이후 만기가 도래하자 우선변제권을 가진 채권자들이 건물 임차권을 싼 값에 처분했고 국내 투자자들 몫은 남지 않으면서 원금 전액이 손실됐습니다. 
 
이 펀드는 한국투자증권(약 589억원), 국민은행(약 200억원), 우리은행(약 120억원) 등 세 곳을 통해 판매됐습니다. 현재까지 집계된 피해자는 약 2500명에 달합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벨기에펀드 불완전판매 인정 여부를 두고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국민은행은 불완전판매를 인정해 선제적으로 고객에게 최대 78%까지 배상한 반면, 우리은행은 시스템상 판매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두 은행 모두 당국의 방침이 내려오면 따라야 한다는 데엔 뜻을 같이했습니다.
 
국민은행은 지난 8월부터 고객 동의서를 받아 자율배상 절차를 진행해왔습니다. 이미 투자자 계좌의 78%에 대해 배상을 완료했으며 배상 비율은 투자원금의 40~80% 수준입니다. 투자위험등급을 잘못 표기해 투자성향과 맞지 않는 상품을 권유한 사례에는 100% 전액을 보상했습니다. 
 
국민은행은 불완전판매가 일부 확인된 만큼 신속히 보상 절차를 밟았다는 입장입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 보호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배상을 완료했다"며 "금감에서 배상 기준 재조정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하달된 바 없어 현재로선 혼란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금융당국이 향후 배상비율 조정을 권고할 경우 이미 배상된 건까지 다시 손봐야 합니다. 
 
국민은행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도 나섰습니다. 우선 펀드 상품 정보 등록 오류를 막기 위해 2개 이상 외부기관 데이터와 비교 및 검증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또한 복수의 책임자가 펀드 상품 정보를 상호 검증하는 등 내부통제 절차를 강화하고 부동산 펀드를 출시할 때는 리스크 사전 점검, 현장 실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반면 우리은행은 시스템상 불완전판매는 없었다면서도 벨기에펀드 자율배상 비율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며, 연내 이사회 부의를 거쳐 최종 확정할 계획입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향후 분쟁조정건에 대해서는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감원 "배상 기준 재조정" 압박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세 판매사를 대상으로 상품 구조 검증 절차, 설명 의무 이행 여부, 내부통제 체계 등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은행권의 경우 복잡한 구조의 상품을 취급했음에도 어떤 기준으로 상품심사위원회를 통과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금감원은 현장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배상 기준을 재조정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며, 현장조사 후 불완전판매가 확인되면 기존 배상비율을 포함해 모든 분쟁 민원의 배상 기준을 재조정할 방침입니다. 이 원장은 지난 6일 벨기에펀드 관련 민원인을 만나 "상품 판매 시 설명 의무 미흡 등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상품설계와 판매 단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라며 "향후 현장검사 결과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내부통제 위반 사실 등이 확인되는 경우 이미 처리된 분쟁 민원을 포함 모든 분쟁 민원의 배상 기준을 재조정하도록 판매사를 지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럴 경우 선제적 배상에 나서지 않은 우리은행의 경우 자체적인 배상안을 마련하는 데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불완전판매 책임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높은 배상 비율을 결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만약 낮은 배상 비율을 제시하더라도 금감원의 소비자 보호 기조와 충돌할 여지가 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소비자 보호 기조에 따른 불완전판매 기준이 새롭게 정립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불완전판매로 단정하기에는 아직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운용사 단계의 구조적 문제가 손실의 주된 원인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의로 위험을 숨긴 것이 아니라면 자율배상으로도 충분히 책임을 다했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진 벨기에펀드 자율배상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다만 두 은행은 금융당국이 향후 제시할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것이라는 데에는 뜻을 같이했다. 사진은 각 행 본사 건물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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