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단독)삼성SDI, 임원 20% 감축…EV 불황에 '조직 긴축' 현실화
올해 영업적자 1조6000억원대 전망
승진자 포함해도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든 규모
삼성전자·디스플레이와 엇갈린 인사 기조
2025-12-10 14:15:49 2025-12-10 14:17:57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0일 14:1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삼성SDI(006400)가 실적 부진 장기화로 대규모 임원 감축을 완료하고, 임원에 대한 보상 제도 재정비 등 고강도 긴축 재정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전기차 시장 둔화와 주요 고객사 판매 부진으로 실적이 흔들리자 주요 경영진부터 긴축 기조를 현실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삼성 계열사인 삼성전자(005930)가 5년 만에 승진 규모를 늘리고 삼성디스플레이가 역대 최대 인사를 단행한 것과 대조적이다.
 

(사진=삼성SDI)
 
재직 임원 해직 규모 증가…보상·승진 동시 축소
 
10일 재계와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달 20명(전체 임원 중 약 20%)이 넘는 임원에 대한 해직을 통보하고, 퇴임 임원을 대상으로 해오던 상생 지원 제도를 축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실적 악화로 올해 연간 이익 손실이 예상되자 임원 규모를 예년 대비 20% 이상 감축한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조직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3633억원으로 전년 대비 76.5% 급감했을 때에도 임원 규모를 유지해 왔다. 상근 임원 수는 2022년 95명, 2023년 107명, 2024년 118명까지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승진자를 포함하더라도 올해 임원 수는 90명 내외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정리를 통한 긴축 경영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승진 규모도 크게 줄었다. 삼성SDI는 지난달 25일 실시한 2026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 3명과 상무 5명 등 총 8명을 승진시켰다. 올해 승진 규모는 지난해 12명보다 줄었을 뿐 아니라 2020년 이후 대부분 20명 내외였던 임원 인사 규모와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다. 승진자가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2017년 6명 이후 9년 만이다.
 
삼성SDI 측은 <IB토마토>에 “재직 임원 규모에 대해서는 현재 확인된 바 없다”면서 “승진 대상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슈퍼사이클에 대비해 배터리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미래 기술력 확보에 기여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선발했다. 조직 개편은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재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회사는 그동안 퇴임 임원에게 일정 기간 상생지원금과 비상근 고문직 등 보상 제도를 제공해 왔으나, 올해는 예산과 대상 인원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른 그룹 계열사와 비교하면 온도차가 더욱 선명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5년 만에 임원 승진 규모를 확대했다. 삼성전자 승진 임원 인사 규모는 2021년 214명에서 2022년 198명과 2023년 187명, 2024년 143명, 2025년 137명으로 감소세를 보였으나, 올해 161명으로 승진자가 늘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에 따라 실적도 고공행진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내년 영업이익은 76조2045억원으로 예상된다. 올해 추정치 37조6809억원 대비 102.24% 증가한 수치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역대 최대 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부사장 8명을 포함해 총 23명을 대거 승진시켰다. 지난해 16명보다 7명 증가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중심 사업 구조로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그룹 내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전기차 배터리 업황이 악화하면서 삼성SDI가 임원 감축과 보상 축소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며 "실적 악화에 따라 회사 전반적으로 조직 개편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시장 악화에 올해 적자…삼성전자·디스플레이 등과 '온도차'
 
삼성SDI의 경영진 축소는 단순한 조직 규모 조정보다는 배터리 시장 침체 속에서 내실 경영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 둔화와 글로벌 변수로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373220), SK온 등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미래 기술력 확보와 성과 중심 인재를 전면 배치하겠다는 의도다.
 
전기차 시장은 고성장을 보였던 몇 년 전과 달리 지난해부터 배터리 수요가 둔화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정책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업황 악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 256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이후 4개 분기 연속 적자다. 올해 누적 영업 손실은 1조4232억원에 달하며, 증권가 컨센서스 기준으로 연간 영업적자는 1조6000억원대가 예상된다. 결국 사업 환경 악화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고강도 인사 조치로 이어진 셈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에 비해 주요 고객사의 전기차 판매 부진이 컸던 데다 미국 핵심 시장에서 단독 공장을 보유하지 못해 수요 다변화가 어려웠던 점도 타격을 키운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삼성SDI의 경우 배터리 출하량이 늘어나지만 가동률은 50%를 하회할 것으로 추정돼 적자 상태는 지속될 것"이라며 "유럽에서는 저가 EV 판매 확대 기조가 이어져 프리미엄 EV 위주로 대응한 삼성SDI에게는 점유율 하락세가 이어졌다. 내년에는 현대차 기반으로 저가 EV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경쟁사 대비 중장기 고객사 확대 모멘텀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삼성 주력 계열사들이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임원 규모를 유지하거나 늘린 반면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업황 악화로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배터리 시장 회복 시점이 불투명한 만큼 당분간 긴축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