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개입·매관매직 낳은 정교유착…끝은 '정권 몰락'
국힘 이어 민주당까지…역대 대통령 끌어내린 '무속' 논란
2025-12-10 17:47:25 2025-12-10 17:58:00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국민의힘에 이어 민주당과 통일교 연관설이 제기되며 정치와 종교의 유착 관계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앞서 박근혜정부와 윤석열정부에서 불거진 정교유착(정치와 종교의 결탁) 논란은 비선의 국정 개입과 매관매직 사태로까지 번졌는데요. 결국 '정권 몰락'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박근혜, 오방낭·영세교·최서원…헌정사상 첫 '탄핵'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특정 종교단체와 연관된 '불법 연루 의혹'에 '엄정 수사'를 지시했습니다. 여야 정치인들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확산한 것에 따른 조치입니다. 현재 통일교와 정치권의 유착 의혹은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역대 정부의 정교유착 논란은 정권의 말로로 이어졌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박근혜정부입니다. 박씨는 취임 초부터 무속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지난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당시 오방낭(오방색 주머니) 나무가 등장하며 불거졌습니다. 오방색은 오행사상을 상징하며, 우주 만물을 의미하는 색으로 분류됩니다. 특히 비선 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개입과 엮여 엉터리 오방색 배치, 사이비 종교(영세교 등) 의식과 연관된 '부적'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최서원씨의 아버지인 최태민씨는 영세교를 창시한 교주입니다. 지난 1970년 창시돼 불교, 기독교, 천도교의 교리를 종합해 해당 종교를 창시, 최태민씨는 스스로를 '미륵' 또는 '영세계의 칙사'로 칭했습니다. 박씨는 평소 '우주의 기운' '혼' 같은 표현을 사용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오방낭이 영세교의 주술적, 무속적 신념과 연결된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특히 최서원씨가 소유했던 태블릿 PC에선 오방낭 관련 파일이 발견된 것은 정교유착의 결정적 증거로 꼽힙니다. 최서원씨는 박근혜정부의 국정에 깊숙이 관여해온 인물입니다. 그는 박근혜정부 당시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국정에 개입,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딸 정유라씨 승마 지원 등을 통해 사익을 챙겼습니다. 
 
최서원씨는 또 박씨 연설문을 비롯해 외교·문화체육 정책 등 주요 국가 문건을 사전에 받아보고 수정·지시한 사실도 확인됐는데요. 박씨는 결국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게이트로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건희씨에 대한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팀이 통일교 청탁 의혹과 관련해 '건진법사' 전성배씨 법당 등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지난 7월15일 서울 강남구 소재 전씨의 법당에서 관계자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천공·건진·이배용…계엄도 '역술인'이 주도
 
박근혜정부에 이어 윤석열정부도 정교유착이 국정 운영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윤석열씨의 무속 논란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어져왔습니다. 윤 씨는 21대 국민의힘 대선 경선 TV 토론회에서 손바닥에 한자 '왕(王)' 자를 그리고 나타나 논란이 됐습니다. 홍준표 당시 후보는 "대선 경선에 무속인까지 개입했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대선 과정에서는 역술인 천공과 관련된 논란까지 공개됐습니다. 유승민 당시 후보는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윤 씨에게 "천공을 만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윤씨는 만남을 시인했습니다. 정치권에선 천공이 윤씨의 정치적 '멘토' 역할을 했다는 의구심을 제기했는데요. 윤씨가 대선에서 당선 된 직후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에도 개입했다는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윤씨의 '무속' 논란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건진법사'로 불리는 전성배씨의 캠프 비선 논란도 윤석열정부의 발목을 잡아왔습니다. 대선 당시 전씨는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비공식 조직인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활동했습니다. 당시 전씨는 상임고문 자격으로 지시를 내리고 보고받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해체됐지만 이후 네트워크 본부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근무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전씨는 윤석열정부의 국정 운영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해왔다는 의혹을 받습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공천 관련 청탁을 받거나, 정부 인사나 특정 사건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해왔습니다. 통일교와도 깊숙이 연루돼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윤씨의 당선을 위해 통일교 교인들의 조직적 입당을 요청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금거북이 선물을 통한 인사 청탁 의혹을 받는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은 윤석열정부의 대표적인 매관매직 사례입니다. 이 전 위원장은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젠더 갈등 이슈가 불거진 2021년 9월 말경 윤씨의 요청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윤씨의 왕자 무속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기도 모임에서 김건희씨도 처음 만났는데요. 이후 이 전 위원장은 국가교육위원장 직위를 얻기 위해 김건희씨에게 금거북이를 제공,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12·3 비상계엄 선포를 기획한 핵심 인물로 꼽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도 무속인 중 한 명으로 분류됩니다. 그는 군 전역 이후 점집을 운영하며 알게 된 무속인들과 함께 비상계엄 선포를 기획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특검팀은 노 전 사령관이 계엄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특정 무속인과 교류하며 정치적 조언이나 점괘를 구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윤석열정부 역시 무속인들의 전방위적 국정 개입 속에 몰락을 맞았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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