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제공수수료까지…온라인 납품업체 울리는 '신갑질'
쿠팡 등 온라인쇼핑몰, 대금지연에 비용전가까지
개선 흐름, 5년 연속 '최하위'…"불공정행위 온상"
2025-12-15 17:42:34 2025-12-15 17:59:35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 판매 데이터를 준다는 명목으로 납품업체에 부과되는 '정보제공수수료'가 새로운 갑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주요 온라인쇼핑몰에 입점한 납품업체는 이를 정보 제공의 대가가 아니라,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명목만 '서비스'…사실상 "거래 유지 비용"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유통 분야 납품업체 서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마트·쿠팡·GS25·다이소 등 대규모 유통업체 42개사와 거래하는 납품업체 7600개사가 대상입니다.
 
조사 결과, 올해 조사 항목에 새로 포함된 '정보제공수수료'가 새로운 불공정행위 유형으로 떠올랐습니다. 이 수수료는 납품업체가 판매 데이터나 시장 분석 정보를 제공받는 대가로 유통업체에 지급하는 비용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납품업체들의 요청을 반영해 관련 실태를 처음 조사했습니다. 이는 정보제공수수료가 개별 업체의 문제가 아니라, 납품업계 전반에서 구조적 부담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수수료를 지급한 경험이 있는 납품업체 가운데 72.6%는 해당 서비스에 '불만족'한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44%는 유통업체의 강요나 불이익을 우려해 비자발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정보제공수수료를 재계약 조건에 포함하거나, 자료는 제공하지 않은 채 수수료만 받는 사례도 있었다고 응답 업체들은 밝혔습니다.
 
공정위는 정보제공수수료가 단순한 서비스 대가를 넘어, 거래 지위를 앞세워 납품업체에 비용을 전가하는 우회적인 마진 확보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온라인쇼핑몰에서는 문제의 성격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쿠팡과 네이버를 중심으로 한 대형 플랫폼의 경우, 납품업체의 지급 경험률은 다른 유통 분야에 비해 높지 않았지만, 이를 지급한 납품업체의 만족 응답률은 8.6%에 그쳐 전체 평균(27.4%)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지급 사례 자체가 극히 드문 백화점과 달리, 온라인쇼핑몰은 일정 규모의 납품업체가 실제로 비용을 부담하고 있음에도 '만족' 응답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습니다. 정보 제공의 대가라기보다, 거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감내하는 비용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관행 개선은 '최저', 불공정행위는 '7관왕'
 
온라인쇼핑몰은 거래 관행 개선에서도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거래 관행이 개선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82.9%로, 대형마트·편의점·백화점 등을 포함한 9개 유통 분야 가운데 최하위였습니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21년 이후 5년 연속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반면 유통 분야 전반의 거래 관행은 전년보다 개선됐고, 전체 평균 개선 응답률은 89%로 상승했습니다.
 
공정위는 서면 미·지연 교부와 불완전 서면 교부, 대금 지연 지급, 판촉비용 부당 전가 등 13개 불공정행위 유형도 조사했습니다.
 
'불공정행위 경험률'을 보면 온라인쇼핑몰에서는 유통사가 져야 할 부담이 납품업체로 넘어가는 구조가 두드러졌습니다. 불공정행위 13개 유형 가운데 온라인쇼핑몰은 7개 유형에서 경험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특약매입 거래에서의 대금 지연 지급 경험률은 10.9%로 가장 높았고, 판촉비용 부당 전가 경험률도 10.7%로 뒤를 이었습니다. 대금 부당 감액은 9.7%를 찍었습니다.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최저가 경쟁이 심화하면서 가격 인상 여력이 제한되자 유통사가 비용과 리스크를 납품업체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보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판촉 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상품 노출을 축소하거나, 광고를 강요해 온라인쇼핑몰 마진을 보전하는 등 오프라인 채널과는 다른 불공정행위 유형도 확인됐습니다.
 
이런 구조적 압박은 중소 납품업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쿠팡은 지난 2022년 CJ제일제당에 햇반·비비고 등 주요 제품의 단가 인하와 물량 확대를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당하자 '로켓배송용 직매입 발주'를 중단했습니다. 양측의 거래 중단은 약 1년8개월 동안 이어졌습니다. 
 
대기업은 거래 중단을 감내하며 협상에 나설 수 있지만, 중소기업과 개인 판매자에게 거래 중단은 곧 생존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협상 여지가 없습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온라인 유통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집중 점검할 방침입니다. 온라인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만큼, 오프라인 위주로 설계된 현행 법체계의 보완 여부도 함께 검토합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납품업체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된 불공정행위 유형이나 특정 업체 사례는 조사 부서와 공유해, 직권조사 시 참고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조사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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