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잠수함 수주전 정부 SOS에…현대차·대한항공 ‘딜레마’
60조 사업…정부, 대기업 지원 요청
투자 부담·역할 한계에 고심 깊어져
2026-01-21 14:15:25 2026-01-21 14:22:56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정부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 수주를 위해 현대자동차와 대한항공(003490)에 ‘지원 사격(SOS)’을 보낸 가운데, 이미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한 현대차나 잠수함 사업과 직접적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대한항공은 난감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잠수함 사업 규모나 국가 차원 요청 등을 고려할 때, 대놓고 거절하기도 힘들다는 점에서 전략적 판단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는 모양새입니다.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기아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대한항공은 최근 대통령 비서실장, 산업통상부 장관, 해군잠수함사령관 등이 포함된 방산 특사단의 참여 요청을 받고 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가 다급하게 대기업들을 직접 접촉한 배경에는 경쟁국인 독일의 공세가 예상보다 거세졌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독일은 폭스바겐 배터리 자회사 파워코의 생산 공장을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건설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정부와 기업이 결합된 형태로 수주전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화오션(042660)HD현대중공업(329180) 등 조선업체 중심의 단일 경쟁 구도를 넘어, 대기업 전반의 참여를 통해 수주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캐나다 정부가 단순한 함정 성능 비교를 넘어 현지 산업 기여도와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핵심 평가 요소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이러한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기업들로서는 이미 북미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추가 부담을 떠안아야 할 가능성에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캐나다 정부가 잠수함 수주 조건으로 현대차의 현지 자동차 공장 설립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미국 조지아·앨라배마 등에 대규모 생산 거점을 구축하며 북미 투자를 집중하고 있어 캐나다에 또 다른 생산기지 구축을 위한 투자 여력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사진=대한항공)
 
여기에 캐나다 자동차 시장 규모가 연간 약 150만대로 미국(2025년 기준 약 1630만대)에 비해 작은 데다, 과거 현지 사업 철수 이력도 즉각적인 투자 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요청이라 하더라도 해외 공장 설립은 기업의 중장기 전략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자칫하면 기업 전략이나 영업 기밀 노출로 이어질 수 있어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대한항공 역시 내부에서 뚜렷한 역할을 찾기 어렵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정부는 대한항공이 캐나다와 항공·군수 분야에서 쌓아온 협력 경험을 방산 전반으로 확장하길 기대하고 있지만, 항공 중심 기업인 대한항공이 잠수함 제작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한항공은 비즈니스 제트기를 주력으로 제작하는 캐나다 봄바르디어의 ‘글로벌 6500’ 항공기를 기반으로 한국 공군 항공통제기와 전자전기 사업에 참여하며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다만 내부에서는 항공기 개조·개발 경험을 잠수함 사업과 직접 연결 짓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적지 않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기체 개조 경험이 잠수함 제작 기술로 이어진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국가 차원의 요청이라 공개적으로 거절하기도 어려워 기업 내부에서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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