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앵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의욕적으로 '열린 고용'정책을 추진하면서 고졸 취업에 발벗고 나섰는데요.
올 상반기 공공기관의 고졸 채용 실적을 조사한 결과, 의욕만큼 결과가 뒷받쳐 주진 않았습니다.
민간 기업 사정도 크게 다르진 않았는데요. 채용 실적보다 큰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고졸에 대한 편견과 학벌 및 연공서열 중심의 조직 풍토였습니다.
아직을 갈 길이 먼 '고졸 채용'의 현실, 취재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박진아 기자 나왔습니다.
박 기자, 올 상반기 공공기관의 고졸자 채용 실적이 나왔다면서요?
그런데 채용 실적이 기대보다는 미흡하네요?
기자: 네, 기획재정부가 올 상반기 공공기관의 고졸자 채용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조사 결과, 288개 공공기관에서 고졸자 정규직은 577명이 채용됐습니다.
이는 연간 목표의 23.0%에 불과한 것으로 목표치인 2508명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데요.
반면 같은 기간에 대졸자 채용은 7510명이나 이뤄져 연간 목표치 중 58.9%의 달성률을 기록했습니다.
대졸자와 고졸자의 채용 격차가 극심하다는 것을 알수 있는데요.
고졸 채용은 특히 인기 공공기관일수록 더 저조했습니다.
한국전력공사 등 28개 공기업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83개 준정부기관의 고졸 채용률은 각각 19.1%, 18.0%에 불과했습니다.
재정부 측은 "고교 교과과정상 1학기 채용이 힘들어 상반기 실적이 다소 부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국내 민간 기업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은데,
공공기관의 부진한 채용 실적만큼 기업들도 여전히 고졸 채용이 미흡한 수준이던가요?
기자: 네, 국내 민간 기업들이라고 사정이 크게 다르진 않았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기업 31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조사 결과, 2~3년 전에 비해 고졸 채용을 확대했다고 답한 기업은 21.0%에 그쳤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여전히 고졸 채용엔 미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의 24.0% 중소기업의 17.9%가 고졸 채용을 늘렸다고 답해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고졸 채용이 좀 더 인색했습니다.
특히 최근 2~3년간 고졸 채용규모 변화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 기업의 73.5%가 '변화없다'고 답했고, 2~3년 전에 비해 고졸 채용을 줄였다고 답한 기업도 5.5%나 돼 '열린 고용'의 갈 길은 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네, 고졸 채용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실제 취업 현장에서는
고졸자에 대한 대우나 처우 등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는 지적이 있네요?
기자: 정확히 짚으셨는데요. 고졸자들이 막상 취직을 해도 취업 현장에는 애로사항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우선 열린 채용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벽 중 하나가 바로 직장내 보이지 않는 '차별'이었는데요.
그 동안 우리 사회를 돌이켜보면 대졸자는 오피스에서, 고졸자는 생산직 위주로 근무하다보니 주로 공장에서 일한 경우가 많아 대졸자와 고졸자가 같이 일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요
그렇다보니 어느 순간 고졸자와 대졸가간의 각각 그룹화가 형성돼 서로에게 무관심해지고, 직장내 차별이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소통의 부재도 원인 중의 하나이고요.
우리사회의 학벌과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조직 풍토 또한 대졸자와 고졸자간의 차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아울러 임금체계도 대졸자와 고졸자간의 차별을 양산해 내고 있는데요.
아직까지는 직급제 보다는 연공형 임금제도가 많아 고졸자의 처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고졸자가 졸업 후 입사 4년차 정도가 되면 대졸자 임금대비 90% 정도를 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고졸이라는 이유로 승진 기회도 없을 뿐더러 시간이 지날수록 임금격차가 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앵커: 기업내 조직 문화와 사회 전반의 고용문화 개선이 시급하군요.
그럼 앞으로 열린 고용이 정착되려면 어떤 대책들이 이뤄져야 하나요?
기자: 일단 정부와 기업은 고졸자에게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월급 자체가 많지 않고, 일자리가 불안정하다 보니 고졸자들은 미래에 불안감을 느껴 퇴사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고요.
또 채용의 문호가 넓어진만큼 직장내 학벌주의와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관행을 철퇴해야 합니다.
좋은 인재들을 애써 뽑아놓고 관리 소홀로 미래의 일꾼들을 잃는다면 기업으로서도 이중의 손해를 보는 꼴인데요.
학력보다는 능력으로 대접받는 직장 분위기를 조성하고, 승진과 임금 등에서 불필요한 차별은 없애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멘토제 등을 통해 이들이 직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아울러 대졸자가 초과공급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인 학력 인플레의 분위기를 바꿔 고졸자 채용이 확산되는 열린 고용의 문화를 조성해 나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