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손으로 할 수 있는 모든걸 합니다. 땀 흘리는 기쁨이 최고의 행복이에요. 이 나이에도 출근할 수 있다는데 감사합니다. 정신적인 건강을 찾으니 육체적인 건강도 덤으로 따라오더군요."
흐르는 땀을 훔치며 사람좋은 웃음을 짓는 핸디맨 김정길 팀장(73세)은 30년 넘게 건축업계에 종사한 베테랑이다.
풍부한 현장 경험과 기술력을 갖춘 그는 지난해 10월 송파시니어클럽에서 모집한 핸디맨 공고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
◇"손으로 하는 모든걸 합니다"
핸디맨은 취미나 직업으로 집 안팎의 잔손질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가정에서 발생하는 잔고장과 낡은 시설들을 저렴한 비용으로 수리해주는 토탈 생활서비스를 지원한다.
간단한 형광등 교체부터 실내 인테리어 작업까지 손으로 처리할 수 있는 모든 작업이 가능하다.
▲수도·위생설비, 가전제품 수리, 형광등·보일러교체 ▲세탁기 냉장고, 에어콘, 소파, 침대, 욕실 등의 클리닝 서비스 ▲욕실, 주방, 배관, 목공, 마루, 창문 등 수리와 보수 ▲커텐, 버티컬, 썬팅, 페이틴 등 소규모 인테리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송파시니어클럽 내부에 위치한 요양원 화장실 개조 공사나 실내조경, 인테리어도 모두 이들 핸디맨들의 작품이다.
현재 송파시니어클럽에 소속된 핸디맨은 4개팀, 12명으로 운영된다. 도배전문가, 설비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팀 체제로 돌아간다.
그렇다고 건축업계 경력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관련 경력이 전혀 없어도 면접 등의 절차를 통해 핸디맨으로 선발되면 간단한 교육을 받고 팀장 지휘아래 바로 현장에 투입돼 실무를 배운다.
은퇴 전에 교장선생님으로 재직했거다 운전을 하던 사람 등 5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어르신들이 현재 핸디맨으로 일하고 있다.
◇송파시니어클럽 핸디맨들이 사무실 건축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서지명 기자)
◇월 보수 100만원 내외.."만족도 높아"
피곤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눈치보지 않고 쉴 수 있는 등 자유로운 업무가 핸디맨의 가장 큰 장점이다.
급여는 시급제로 책정된다. 김정길 팀장처럼 경력이 있을 경우 시간당 5000원, 미경력자는 시간당 4000원 선이다. 여기에 점심식대 6000원이 포함되는데 대체로 100만원 내외의 월급을 받아 간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노인들의 사회공헌형 일자리가 20만~30만원대인걸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핸디맨들은 일할 수 있다는 것과 자유로운 업무 환경, 이에 상응한 보수까지 얻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핸디맨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만족감을 표한다. 재료비를 포함해 일반적으로 기타 서비스 업체보다 평균 30% 저렴하다. 견적부풀리기 등 바가지 요금을 피할 수 있는 데다 사후관리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기동력이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부득이 서비스가 어려울 경우 서비스를 요청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동네 전파상을 연결해주기도 한다.
한승훈 송파시니어클럽 과장은 "핸디맨은 어르신 일자리 창출 모델 중 가장 성공한 모델"이라며 "서비스를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고 보수도 현실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정길 팀장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하고 싶다"며 "당당하게 땀 흘리며 일할 수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핸디맨 김정길 팀장이 작업장 근처에서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다.(사진=서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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