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신약, 허가 심사 빨라지고 약도 좋아졌다
1999년 '선플라'로 시작…41호 '엑스코프리' 허가
세계 무대서 우수성 입증…식약처, 신속심사 지원
2025-11-04 14:52:48 2025-11-04 16:44:34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국내 기업이 개발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한 신약이 1999년 첫선을 보인 이후 올해 41개로 늘어났습니다. 약 25년간 명맥을 이은 국산신약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물 자체도 좋아져 세계 무대에서 쓰입니다. 식약처는 신속한 심사를 위한 제도를 신설해 국산신약 개발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1999년 첫 국산신약…41호까지 승인
 
4일 식약처에 따르면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는 전날 품목허가를 받았습니다. 이로써 엑스코프리는 41번째 국산신약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 (사진=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는 SK바이오팜(326030)이 지난 2001년 개발에 착수해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뇌전증 신약입니다. SK바이오팜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개발, 신약허가신청(NDA)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해 FDA 허가를 따냈습니다. 신약 개발 전 과정을 단일 기업이 홀로 진행해 미국 시장에 진출한 첫 사례입니다. 국내 허가 신청은 판권을 보유한 동아에스티(170900)가 담당했습니다. 
 
국산신약은 국내 기업이 자체적으로 개발해 식약처 승인을 받은 의약품입니다. 첫 국산신약으로 승인된 품목은 SK케미칼(285130)의 '헵타플라틴' 성분 항암제 '선플라'로 1999년 식약처 허가를 받았습니다. 
 
선플라 허가 2년 뒤인 2001년엔 대웅제약(069620)동화약품(000020), JW중외제약(001060)이 항암제와 항균제로 국산신약 타이틀을 이어갔습니다. 
 
LG생명과학은 이듬해 항균제 '팩티브'로 국산신약 5호 허가를 받은 데 이어 다음 해 FDA 승인까지 받아냈습니다. 동아제약은 2005년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로 국산신약 개발 명맥을 이었습니다. 자이데나 승인 이후 5년간 국산신약이 나오지 않은 해는 2009년이 유일했습니다. 
 
 
 
2010년대 황금기…허가 취소 해프닝도
 
2010년대는 국산신약 황금기였습니다. 이 시기 국산신약 릴레이는 보령(003850)(당시 보령제약)의 '카나브'로 시작됐습니다. 한미약품(128940), 일동제약(249420)을 포함한 13개 국내 기업은 10년간 16개 국산신약을 승인받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 기간 허가된 국산신약 중 대표주자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입니다. 2018년 허가된 케이캡은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195940))가 개발한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계열 약물로, 프로톤 펌프 저해제(PPI) 위주였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영역에 새로운 기류를 형성했습니다. 케이캡은 허가 이후 적응증을 넓히면서 18개국에 진출했고, 연내 FDA 허가 신청도 점쳐집니다. 
 
케이캡으로 높아진 국산신약 위상은 2020년대에도 이어졌습니다. 대표적인 예는 유한양행(000100)이 2021년 승인받은 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입니다. 유한양행이 2018년 얀센에 기술이전한 렉라자의 가장 큰 성과는 미국 진출입니다. 렉라자는 한국에서 개발된 폐암 신약 중 처음으로 FDA 승인을 받은 약물입니다. 이 밖에도 렉라자는 개발 단계에 따라 유한양행과 원개발사 오스코텍(039200), 제노스코에게 마일스톤을 주는 효자 품목이기도 합니다. 
 
케이캡과 렉라자가 등장하기 전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당초 2017년 국산신약 29호로 승인된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가 기재 사항과 다른 성분으로 드러나 허가가 취소된 겁니다. 허가 취소로 공백이 된 국산신약 29호 자리는 30호로 승인된 퓨쳐켐(220100)의 방사성의약품 '알자뷰주사액'가 채웠습니다. 
 
팬데믹 시기에는 셀트리온(068270)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각각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성분명 레그단비맙)'와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주'로 국산신약을 개발했습니다. 
 
허가 심사 빨라진다…식약처 전폭 지원
 
이전에는 국산신약을 개발한 기업의 공이 비교적 크게 인정됐다면 최근에는 우수한 의약품의 시장 조기 진입을 돕는 식약처 역할도 주목받습니다. 
 
식약처 지원은 가장 최근 승인된 엑스코프리에서도 관찰됩니다. 엑스코프리는 식약처가 신속한 신약 허가를 위해 올해 제정한 '신약 품목허가·심사 업무 절차' 지침을 적용해 허가한 첫 번째 품목입니다. 
 
특히 식약처는 개발 단계 사전 상담과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GIFT) 대상으로 엑스코프리를 지정해 심사 기간을 대폭 줄였습니다. GIFT 대상으로 지정된 의약품 허가 심사는 현행 420일에서 영업일 기준 90일로 줄어듭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약처는 안전하고 유효한 의약품이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신약 허가심사 절차를 혁신해 허가심사의 예측 가능성과 신속성을 높혀 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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