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말 국내 한 매체에서 충북 옥천군 마을에 거주하시는 86세 할머님의 어려움을 담은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기본적인 식품, 고기와 우유 등을 사려면 20여km를 이동해 시내로 나가야 하는데 시내까지 가는 대중교통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장을 보기 어려워 반찬은 주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장아찌나 젓갈, 라면이나 국수로 끼니를 해결하는 탓에 주민 건강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주민 생활의 불편함과 영양 불균형은 국민들의 귀농·귀촌 기피와 농촌 공동화 및 지방 소멸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1990년대 영국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취약계층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며 '식품사막'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식품사막이란 사막에서 물을 찾기 어렵듯 거주지 주변에서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소매업소에 접근이 어려운 지역을 지칭한다. 미국의 경우 도시 기준 1.6km, 시골 기준 16km 내에 식료품점이 없는 곳을 식품사막으로 분류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농산어촌 지역이 이에 해당한다. 통계청의 2020년 농림어업 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행정리 3만7563개의 73.5%인 2만7609개에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매점이 없는 마을 비율이 90%를 넘는 시·군 지방자치단체는 전북 정읍, 전남 영광, 대구 군위, 전남 순천, 충남 청양, 충남 계룡 등 6곳으로 확인되었다. 2025년 현재 기준으로 보면 식품 사막화가 더욱 확산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식품 사막화의 요인은 크게 공간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으로 구분하여 생각할 수 있다. 공간적 요인으로는 지역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대중교통 시스템이 열악하여 접근성이 제한된 데서 기인한다. 사회적 요인으로는 지방의 빈곤 문제, 사회적 약자 및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고립 및 네트워크 약화 등을 들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전 세계,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심각한 도시 집중화 경향에 따른 지방 소멸화가 그 이유가 될 것이다. 식품 사막화의 문제점은 영양 불균형, 건강 문제, 삶의 질 저하, 지역 경제 침체 등을 초래하고, 이를 방치할 경우 국가 전체적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같은 식품 사막화와 지역 불균형을 막기 위해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는 신선식품 접근성 강화이다. 2024년 7월에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가가호호 이동장터 추진 계획’이나 영광군 동락점빵 협동조합의 마을 순회 트럭 등과 같은 이동식 마트와 배달 서비스 제공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역 협동조합 활성화를 통한 식료품 유통 시스템 구축과 스마트 농촌 식품 쇼핑 플랫폼 구축 등도 고려할 만한다. 또한, 지자체가 주축이 되어 수립한 지역 푸드플랜의 지역 먹거리통합지원센터를 통한 효율적 지원 등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판단된다.
둘째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통해 지역 소멸화를 막는 방안이다. 지역 특화 농산물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관광 상품을 개발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지역 내 소규모 마트 지원 정책을 통해 지역 상권 보호 및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면 주민들이 지역을 떠날 이유가 없고, 지역 정주 여건과 인프라 개선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때문에 식품 사막화와 지역 소멸화를 완화할 수 있다.
셋째는 교통 및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농촌 지역의 교통망을 개선하여 신선식품 유통은 물론 주민들의 이동 편의를 증진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농촌 지역의 디지털 인프라를 확충하고 주민들에 대한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총체적으로 농촌 사회서비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농촌 지역에 가장 취약한 서비스로 지적되고 있는 의료 및 돌봄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여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아울러, 농산어촌 지역의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지역 소멸화를 막고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안들이 검토될 수 있다. 공공기관 이전, 지산학연 협력 등 거창한 정책들은 지역 거점 도시에 필요한 정책이며, 정작 지역 소멸화가 심각한 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본적인 삶의 질 개선이다. 먹거리조차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이상의 문화적, 경제적 혜택에 대한 지원은 무의미하다. 식품 사막화 해소가 우리 농산어촌을 넘어 국가 균형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원호 한국식품유통학회장, 부산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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