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중잣대…문재인 ‘전격기소’, 김건희 ‘뭉개기’
전주지검, 24일 오전 문재인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
검찰 설명자료 내고 "문재인 2차례 출석요구 불응"
문재인 "검찰과 협의·조율 중인 상황이었는데 기소"
서울고검, 김건희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재수사 결정
2025-04-25 17:25:20 2025-04-25 17:25:20
[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검찰이 대선을 한달여 남긴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로 전격 기소하자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을 단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 측과 일정을 조율하던 과정에서 기습적으로 기소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 윤석열씨 부부에 대한 수사와 비교해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 전 대통령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4·27 판문점 선언 7주년 기념회에 참석하기 전 우원식 국회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의) 기소 자체도 부당하지만, 정해진 방향대로 무조건 밀고 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사실관계를 깊이 있게 확인하기 위해 검찰과 협의·조율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전격적으로 기소를 했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앞서 전날 오전 전주지검(박영진 검사장)은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설명자료를 통해 "2025년 2월부터 4월까지 피고인 문재인 전 대통령이 조사에 불응했다"며 "수회에 걸친 조사 기일 협의에 무대응 및 2차례 출석요구 불응, 이후 문 전 대통령이 서면조사를 요청함에 따라 답변에 필요한 상당한 기간을 부여하여 서면조사 질의서를 송부하였으나 답변서 미제출"이라고 했습니다.
 
'검찰과 일정을 조율 중이었다'는 문 전 대통령의 설명과 검찰의 입장은 다소 결이 다릅니다. 특히 검찰은 전날 문 전 대통령 기소에 대한 정치적 논란을 의식한 듯 "고발 사실을 중심으로 절제하면서도 철저한 수사 진행했다"고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일정 조율을 놓고 문 전 대통령과 검찰의 입장이 다르다는 건 결국 검찰이 '타이밍'을 노린 정치적 수사·기소를 했다고 보여지는 대목입니다. 
 
더구나 이는 그간 검찰이 윤석열씨의 배우자 김건희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과정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서울중앙지검은 명품백 수수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된 김씨에 대해 거푸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중앙지검은 김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선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출장조사를 벌여 '황제조사' 논란을 낳기도 했습니다.
 
이에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온 국민이 지켜본 김건희 명품가방 수수 혐의도 불기소했던 검찰이 무법적 (문 전 대통령) 기소로 스스로 개혁대상임을 입증했다"며 팔이 안으로 굽는 검찰, 권력 눈치만 살피는 불공정 검찰은 이미 국민 신뢰를 상실했다"고 비판했습니다.
 
2024년 10월9일 윤석열씨 배우자 김건희씨가 9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싱가포르 동포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문 전 대통령의 기소, 김건희씨에 대한 잇따른 무혐의 처분 이면엔 검찰 내 친윤(친윤석열) 라인이 주목을 받습니다. 전주지검에서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맡았던 이창수 전 지검장(현 중앙지검장),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한 박영진 지검장은 모두 검찰 내 친윤으로 분류됩니다. 공교롭게도 김건희씨에 대한 잇따른 무혐의와 황제조사는 이창수 중앙지검장의 지휘로 이뤄진 겁니다.  
 
앞서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던 중앙지검 수사팀은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사전 보고도 없이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김씨를 조사했습니다. 당시 김씨 측은 "조사 사실이 외부로 노출되면 조사를 계속 받기 어렵다"고 주장했고, 수사검사들은 보안을 위해 휴대전화까지도 사전에 제출해야 했습니다. 당시 검찰에선 김씨에 황제조사에 반발하는 내부 목소리도 거의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된 김건희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중앙지검은 증권사 전화 주문 녹취, 주범들 간 문자메시지와 통화 녹취 등 물적 증거, 시세조종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김씨에 대한 대면조사 등을 실시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김씨가 주범들과 시세 조종 범행을 인식하거나 예견해 계좌 관리를 맡기거나 주식매매를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3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공범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피고인 9명은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김씨의 계좌 5개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에 활용됐고, 법원은 이 중 3개 계좌에서 비롯된 거래 48건을 통정·가장매매로 판단했습니다. 김건희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 계좌는 권 전 회장의 차명계좌로 판단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서울고검은 25일 오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재기수사 결정을 했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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