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국내 편의점 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GS25와 CU가 최근 몇 년간 자체 브랜드(PB) 상품 전략과 디지털 전환 측면에서 뚜렷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두 브랜드는 오랜 시간 축적된 전국적인 점포망과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해왔으나,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대한 반응력이 떨어지고, 상품과 플랫폼 모두에서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는 결국 소비자 충성도 저하와 시장 점유율 정체, 혹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식상해진 PB 상품 전략…재출시가 보여주는 한계
GS25와 CU는 오랜 기간 다양한 PB 상품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과 소비자 접점을 확대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선보이는 제품들은 기존 인기 제품의 단순 리뉴얼이나 콘셉트의 반복 수준에 머물고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 "차별화된 매력이 없다" 는 반응이 확산되고 있죠.
GS25 편의점 매장 전경. (사진=GS리테일)
대표적으로 GS25의 ‘김혜자 도시락’ 시리즈는 2010년대 초반, 당시 기준으로 높은 품질 대비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모델 김혜자의 진정성 있는 이미지와 결합된 감성 마케팅을 통해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2023년 6년 만에 재출시된 제품은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데만 주력했을 뿐, 구성이나 품질 면에서 현재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온라인 후기와 커뮤니티를 통해 "재출시라고 하기엔 신제품다운 느낌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CU 역시 2020년대 초반 출시한 ‘연세우유 크림빵’이 한때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주목받았으나, 이후 연달아 출시한 PB 제품군은 트렌드 반영과 기획 측면에서 신선함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건강식, 고단백 식단, 식물성 단백질 기반의 간편식 등, 웰니스 중심의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브랜드 모두 이러한 다양화된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뚜렷한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죠.
디지털 전환 속도, 여전히 경쟁사 대비 더딘 수준
편의점 업계는 이제 단순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넘어,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하이브리드 유통 환경’으로의 전환이 핵심 전략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GS25와 CU는 여전히 디지털 플랫폼의 완성도와 운영 전략 면에서 경쟁사 대비 미흡하다는 게 업계 평가인데요.
GS25는 현재 전용 앱을 통해 멤버십 포인트 적립, 쿠폰 제공, 행사 정보 제공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 면에서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쿠팡 등의 디지털 커머스 플랫폼 대비 직관성과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개인화된 추천 기능이나 고객 행동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입니다. 이에 따라 앱을 통해 소비자를 유인하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효과 역시 제한적일 수 밖에 없죠.
CU 역시 자사 온라인몰과 모바일 앱을 활용한 커머스 기능을 강화하고 있으나,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의 운영 체제에 머물러 있는 모습입니다. 특히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소비’(온라인 주문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픽업) 트렌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어, 디지털 전환의 속도와 질 모두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더불어 실시간 재고 확인, 상품 사전 예약, 모바일 간편 결제, 정기 배송 서비스 등 타 커머스 플랫폼에서는 기본화된 디지털 기능들이 GS25와 CU에서는 부분적으로만 구현 있는 점도 단점으로 꼽힙니다.
CU 편의점 매장 전경(사진=BGF리테일)
과잉 출점이 부른 수익성 악화…점포 확장 전략의 역설
GS25와 CU는 최근까지도 점포 수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유지해왔습니다. GS25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에 약 1만6000~1만8000여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CU도 유사한 규모로 확장된 점포망을 구축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국내 편의점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진입한 상황에서의 추가 출점은 점포당 매출 하락과 수익성 저하로 이어지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요 상권 내 편의점 밀집도가 높아지면서 점포 간 경쟁이 심화되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판촉비 증가, 본사 지원 확대 등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졌죠. 결국 이러한 전략은 전체 영업이익률을 끌어내리는 구조적인 문제로 연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외형 확장 중심의 전략이 점포 운영 효율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반면 최근에는 지역 기반의 중소형 편의점들이 지역 특산물 판매, 로컬 콘텐츠 연계 등 차별화된 전략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일괄적 운영 모델이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GS25와 CU 모두 현재의 운영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제품 기획, 플랫폼 전략 전반에 걸쳐 본질적인 혁신과 전략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공통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격 경쟁에만 의존하는 전략은 한계가 명확하다"며 "소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세대별 세분화된 PB 전략과, 프리미엄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 포트폴리오의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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