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신유미 기자] 하반기 국내외 증시가 복합적인 정책 변수 속에서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출렁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코스피가 3100선을 넘어선 후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증권가는 연내 3500~4000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금리 인하 기대가 교차하며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가운데 주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은 하반기 투자 전략의 기준선은 '분산'과 '분할매수'라고 제시했습니다. 금리 인하와 환율, 지정학 변수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자산군을 나누고, 진입 시점을 나누는 전략이 수익률의 핵심 변수라는 이야기입니다. 미국은 AI 중심의 성장주, 한국은 지주사·가치주에 무게를 두라고도 조언했습니다.
주식 비중 최대 80%까지…국가별 분산도 추천
(그래픽=뉴스토마토)
2일 <뉴스토마토>가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KB증권 등 주요 증권사 PB들에게 하반기 투자전략을 문의한 결과 산업군별 선별 투자와 자산군별 분산 대응이 핵심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습니다.
우선 하반기에는 상반기 조정을 받았던 미국 시장이 떠오를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에 따라 미국 주식 비중을 늘리는 포트폴리오가 추천됩니다. 김준모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이사는 "하반기 포트폴리오는 주식 80%, 미국채 10%, 현금 10% 구성이 적절하다"며 "환율이 약세 국면에 들어가면 주식 비중을 국내 3: 미국 7로 전환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습니다. 김 이사는 특히 정책 변수와 환율 흐름에 대한 실시간 반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환율이나 정책 변화에 따라 자산 비중을 시나리오별로 조정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장성호 KB증권 대치금융센터 지점장은 "주식 3(국내 2·해외 1), 채권 3(장기 2·단기 1), 절대수익형 3, 현금 1의 틀을 유지하되 여름 중 조정 시 국내 주식을 10%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한국과 미국에 대해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고 오히려 미국 시장이 다시 주도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한국 증시는 상법 개정과 밸류업에 따른 지주사, 저PBR, 이익 증가에 따른 방산, 미용기기 등의 강세가 지속될 걸로 보이고 미국은 AI가 다시 성장을 주도할 걸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정세호 한국투자증권 강남금융센터장은 보수적 포트폴리오 운용을 강조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하반기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기일수록 주식, 채권, 현금을 5:3:2로 나눠 놓고 저가 매수를 위한 대기자금을 확보해 두는 것이 핵심"이라며 "시장 조정 시 현금 활용을 통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투자 종목은 "가치주와 배당주 중심의 국내 주식, 단기 크레딧채 위주의 채권이 적절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외에 중국·한국·인도 등 국가 분산 전략도 주목됩니다. 이지혜 미래에셋증권 투자센터여의도WM 수석매니저는 하반기 △국가 간 분산 △산업 내 핵심 주도주 선별 △정책 수혜 테마의 3축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이 매니저는 "미국·중국·한국 3개국 중심의 지역 분산 전략이 유효하다"며 "중국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테크 대형주, 바이오테크 중심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으며 한국은 반도체, 지주사, K-소비재 등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섹터 위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채권과 관련해선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4.5%를 상회하는 구간에서는 분할 매수 전략을 권하고 있으며, 브라질국채와 같은 고금리 이머징(신흥국) 채권도 일부 분산 매수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산업군별 선별 투자, AI·방산·지주사 주목
상반기 글로벌 주식시장을 주도한 AI 강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지혜 수석매니저는 "AI 중심의 구조적 성장 흐름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방산, 전력, 사이버보안 등은 미국과 한국 양국에서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만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브라질 국채, 금 ETF 등도 포트폴리오에 포함해 위험을 분산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밸류업 정책의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준모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이사는 "지주사와 금융업종은 지속적으로 편입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조선·방산·원전 업종은 일시적인 주가 조정 구간에서 나눠서 매수하는 전략이 적절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정책 변화와 글로벌 테마를 함께 반영하는 전략도 등장했습니다. 장성호 KB증권 대치금융센터 지점장은 "한국은 상법 개정과 밸류업 흐름이 지주사, 저PBR 종목, 미용기기 등에 대한 수급을 유도하고 있으며 미국은 AI 테마가 다시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주식시장 활성화와 함께 신규 진입을 고려하는 투자자에게 전문가들은 '전략'보다 '원칙'의 수립이 우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지혜 수석매니저는 "단기 이벤트보다 큰 흐름에 집중해야 하며 목표 금액과 기간을 설정한 뒤 분할 매수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나의 자산군에만 쏠리지 말고 리스크를 분산하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준모 이사는 시장의 유행을 좇는 '추격 매수'의 위험성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과도하게 오른 자산에 대한 추격 매수는 특히 초보 투자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며 "시장에 대한 충분한 학습 없이 유행에 편승해 매수에 나서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주하·신유미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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