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간밤에 전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협상 서한'을 받아 든 이재명정부의 초점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한 '관세 담판'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이 조기에 성사될 경우 '톱다운'(하향식) 의사결정 방식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성상 경제·안보 '패키지 딜' 가능성이 높은데요.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력이 본격적인 검증대에 오르는 셈입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 압박 기조를 고려할 때 한·미 정상회담에 방위비 문제까지 덮치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국제공항에 도착해 김혜경 여사와 공군 1호기에서 내리며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취인 '이재명'…7월 내 회담 성사 '촉각'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이 공개되면서 대통령실은 분주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에 적힌 수취인이 '이재명 대통령'으로 적시됐기 때문입니다.
사업가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부터 바텀업(상향식) 방식의 외교보다는 톱다운(하향식) 방식의 외교를 선호해 왔습니다. 실무 차원의 논의가 진행된 뒤 각국 정상이 만나 서명하는 방식 대신 자신이 협상을 직접 주도하는 방식을 택한 겁니다.
이 대통령이 수취인으로 적시된 것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 외교 방식이 선호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 정상회담이 이달 내에 열릴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한을 목전에 두고 미국을 방문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안보실장 협의를 갖고 한·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양국의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안보실장 협의와 관련해 한국이 "조속한 시일 내에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모든 현안에서 상호호혜적 결과를 진전시켜 나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측에서도 "관세 부과 시점인 8월 1일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양국이 그전까지 합의를 이루기 위해 긴밀히 소통하길 바란다"고 답했습니다.
대통령실은 관세 부과 시점 전에 이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함과 동시에 공식·비공식 채널을 모두 동원하는 '올코트 프레싱'(전면 압박 수비)에 나서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런데 한·미 동맹을 중심에 두고 전개되는 대한민국 외교 특성상 이 대통령의 첫 회담은 본격적인 외교 검증대에 오르는 셈이 됩니다.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전면에 내건 이 대통령의 외교가 첫 평가를 받는 건데요. 자칫 통상 협상에 실패는 임기 초반 국정 동력 약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실용외교도 시험대…"관건은 '데미지 컨트롤'"
현재 대통령실의 목표는 조속한 시일 내의 한·미 정상회담 성사로 보입니다. 당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상견례 겸 정상회담이 예정된 바 있지만, 중동 전쟁의 여파로 취소되면서 한미 정상회담은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의 성사가 통상 협상의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대한민국은 비상계엄과 조기대선 국면에서 제대로 된 협상을 이어오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상호관세와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의 품목별 관세,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해 있습니다.
첫 정상회담에서 톱다운 방식의 이른바 '패키지 딜'이 가능하지만,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첫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양날의 칼'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협상에 대해 '원스톱 쇼핑'이라고 언급한 상태입니다.
우리 정부는 조선업 협력과 함께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협력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 역시 협상 카드 중 하나인데요.
문제는 결국 국방비 대폭 증대와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의 비용 문제입니다. 협상가 스타일의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방식을 고려할 때, 관세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양보해야 할 문제라는 겁니다. 또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온라인 플랫폼법' 입법 폐기와 쌀·쇠고기 등 핵심 농축산물에 대한 시장 개방 요구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시한을 정해놓고 관세 부과를 일방 통보했지만, 우리로서는 (관세전쟁을) 뒤집을 만한 국가의 역량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피할 수 없는 정상회담이며, 빠르게 하는 게 맞지만 그만한 준비를 갖춰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부르는 가교 역할을 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 "결국에 이번 정상회담은 '데미지 컨트롤'(피해 관리)이 가장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결국에는 실무 차원의 준비가 더 중요하게 될 것"이라며 "한·미 사이에는 인도·태평양 전략 등 지정학적 문제와 북핵 위협 등의 문제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상호 호혜성을 강조하는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