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기관장 진단)⑫'알박기' 논란 속 취임…캠코·한벤투 수장에 쏠린 시선
탄핵 이후 대선 앞두고 임명된 수장들 '알박기 인사' 논란 확산
정정훈 캠코 사장, 세수결손 책임론…정책 성과로 입증해야
이대희 한벤투 대표, 첫 관료 출신…운영 과제 산적
2025-07-10 15:52:34 2025-07-10 15:52:34
[뉴스토마토 오승주·김지평 기자] 윤석열씨 탄핵 이후의 공백 정국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 중 '알박기 인사' 논란이 제기된 정책금융기관으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한국벤처투자가 있습니다. 두 기관 모두 대선을 약 한 달 앞둔 시점에 수장이 임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정정훈 캠코 사장은 지난 5월7일 취임했습니다.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행직을 맡은 지 불과 하루 만에 정 사장을 임명하면서 정치적 의도를 둘러싼 논란이 일었습니다.
 
정 사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버밍엄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행정고시 37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에서 소득세제과장, 조세정책과장, 조세총괄정책관 등을 거쳐 세제실장까지 역임한 경제 관료입니다. 
 
정 사장의 임명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그는 윤석열정부에서 기재부 세제실장을 지내며 약 90조원의 세수 결손을 초래한 세제 정책의 책임자로 지목되며 캠코 사장 내정 당시 강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세수 정책 실패의 책임자가 공공자산과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캠코 사장이 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며 전형적인 보은성 알박기 인사"라고 비판했습니다.
 
'세수정책 실패 책임자' 논란…리더십 시험대
 
정정훈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이 지난 5월 부산국제금융센터 본사 3층 캠코마루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캠코)
 
캠코는 1962년 설립된 금융위원회 산하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입니다. 부실자산 관리와 기업 구조조정 지원 등을 담당합니다. 새출발기금의 주관기관으로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5월 말 기준 새출발기금에 신청한 차주는 약 13만명, 누적 채무액은 21조1756억원에 이릅니다. 
 
정부는 이러한 기금 운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2022년부터 캠코에 약 1조7000억원을 출자했으며, 올해에도 5000억원 규모의 현물출자가 예정돼 있습니다. 정책금융 전면에 선 캠코로서는 이러한 사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자본 여력 보강이 신임 사장의 최우선 과제로 꼽힙니다. 
 
재무 건전성도 주요 과제입니다. 1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캠코의 부채비율은 2022년 말 145.13%에서 2023년 말 181.73%, 지난해 말에는 213.73%까지 상승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이 200%를 넘으면 재무위험 신호로 간주하는데요. 비록 캠코는 준정부기관으로서 민간기업만큼의 엄격한 규제를 받지는 않지만, 정책사업 확대에 따른 부채 증가가 불가피한 만큼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기에 더해 캠코는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서민금융 정책의 핵심 실행기관으로 부상할 전망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배드뱅크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정부는 오는 9월까지 캠코 산하에 배드뱅크를 출범시켜 연내 금융권의 7년 이상 장기 연체 채권을 평균 5% 수준의 매입가로 일괄 인수할 계획입니다. 새출발기금에 이어 배드뱅크 사업까지 캠코의 정책 수행 범위가 확대되는 만큼, 이를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전문성과 실행력을 담보하는 것이 신임 사장 앞에 놓인 과제로 전망됩니다. 
 
'공무원 자리'로 인식될까…관치금융 우려도
 
이대희 한벤투 대표도 정 사장과 같은 날인 지난 5월7일 취임했습니다. 유웅환 전 대표가 2023년 11월 자진 사임한 이후 18개월 만의 대표 선임으로, 한벤투 설립 이후 관료 출신이 대표로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버밍엄대에서 국제금융·유럽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행정고시 37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재부에서 26년간 근무했으며, 2022년부터는 중소벤처기업부로 자리를 옮겨 소상공인정책실장, 중소기업정책실장, 기획조정실장을 지냈습니다.
 
이대희 한국벤처투자 대표가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벤투)
 
한벤투는 2005년 설립된 중기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으로 약 10조원 규모의 모태펀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민간 전문가 출신이 대표직을 맡아온 전례를 깨고 이번에 처음으로 관료 출신이 수장에 오르면서 조직 리더십의 방향이 달라지는 변곡점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벤처업계에서는 이 같은 인선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한 업계 관계자는 "관료 출신이 자리를 잡으면 공무원들이 그 자리를 '공무원 자리'로 굳어져 인식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그동안 민간 출신이 대표를 맡았던 건 전문성 때문인데, 공무원이 대표직을 맡게 되면 시장 친화성이 약화되고 정책 목적에만 충실한 '관치금융'으로 흐를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민간 출신이 맞느냐 관료 출신이 맞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한쪽으로 기울어진 인선이 반복되면 시장이 원하는 방향과 괴리가 생길 수 있다"면서 "돈을 출자하는 기관 특성상 의사결정 방향이 중요한데 시장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운영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이번 관료 출신 선임 배경에는 한벤투와 중기부 간의 관계 회복 필요성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유웅환 전 대표의 사퇴 배경 중 하나로 중기부와의 갈등이 거론됐던 만큼 조직 간 조율이 가능한 인사가 필요했다는 해석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벤투와 중기부 사이가 많이 벌어져 있다. 이를 조율하기 위해 중기부 출신 인사가 기용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한벤투의 내부 조직 정비도 신임 대표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입니다. 현재 조직 내 기능이 분산돼 부서별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한벤투의 가장 큰 문제는 외부에서 봤을 때 어느 부서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라며 "이전에는 1·2본부가 일괄적으로 모태펀드 운용사를 관리했지만, 지금은 1·2본부는 그대로 두면서 관리본부와 혁신본부 등으로 업무가 분산돼 혼선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과거 신상한 부대표 체제에서 비롯된 비정상적 운영 구조를 정상화해야 하는데 신임 대표가 잘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오승주·김지평 기자 sj.o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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