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SPC그룹, '안전경영'이 승계 가른다…허진수 리더십 시험대
2021년 이후 중대 재해 9건…'추진단' 출범
차남 허희수 부사장과 주요 회사 지분율 비슷
"ESG 실적 따라 후계 구도 윤곽 달라질 수도"
2025-07-31 06:00:00 2025-07-31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29일 17:4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SPC그룹이 반복된 중대재해로 최악의 시기를 맞으면서 그룹의 후계 구도도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허영인 회장이 올해 경영 일선에 복귀했으나, 연이은 공장 내 사망·부상 사고로 경영활동에 제약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장남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이 그룹 쇄신을 이끄는 전면에 나서며 차기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안전경영 성과와 ESG 실적이 그룹 가치의 핵심 지표로 부상하면서 아직 승계 구도를 결정하지 못한 SPC그룹은 이번 위기 극복 성과에 따라 후계 구도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SPC그룹)
 
위기관리 추진단 총대 멘 허진수 사장…리스크 관리 보여줄까
 
29일 재계에 따르면 SPC그룹은 연이은 공장 내 사고를 수습하고 안전 경영 강화를 위해 '변화와 혁신 추진단'을 공식 출범한 이후 허영인 회장의 장남이자 파리크라상 사장인 허진수 의장을 중심으로 그룹 차원의 위기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PC는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총 9건의 계열사 내 사망·부상 사고가 발생했다. 사회적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질타를 내리는 등 대내외적 압박이 극심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총괄 대응 컨트롤타워를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오너 3세가 직접 조직을 이끄는 만큼 책임감과 실행력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추진단의 성과는 SPC 경영진이 위기 대응에 얼마나 진정성 있게 임하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자, 허진수 사장의 위기관리 역량과 차기 총수로서의 자질을 평가하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추진단은 향후 SPC커미티와 같은 정식 조직으로 그룹의 노동 환경과 안전 경영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허영인 회장이 70대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해 승계 시계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SPC 내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005610)의 최대주주는 파리크라상(지분율 40.66%)이며 허진수 사장과 허희수 부사장은 SPC삼립 지분을 각각 16.31%, 11.94% 보유하고 있다. 파리크라상 지분은 허영인 회장이 63.31%, 허진수 사장이 20.33%, 허희수 부사장이 12.82%를 보유 중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이번 그룹의 위기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본격적인 차기 총수의 윤곽이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SPC그룹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추진단은 사외위원과 노동조합 등 외부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안전, 스마트 공장 등 보다 나은 근로 환경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을 제언하면 SPC커미티에서 수렴 후 실행하는 구조로 이뤄진다"면서 "허진수 사장이 합류한 것은 국내 사업장의 상황을 수습하고 주요 임원(파리크라상 사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SPC의 경우 독립 경영의 일환으로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현재로서 승계 구도에 대한 논의는 미정"이라고 덧붙였다.
 
 
추진단은 그룹 내 각종 현안에 대한 대응 방향을 설정하고, 각사 대표 협의체인 ‘SPC커미티’에 개선 방안을 권고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허진수 사장을 포함해 도세호 SPC그룹 대표, 파리크라상·SPC삼립·비알코리아·SPC GFS·섹타나인·SPL 등 주요 계열사 대표 및 임원 10명이 참여했다. 노동조합 남녀 대표와 외부 인사로는 장성현 대한항공 마케팅·IT부문 부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일각에서는 추진단 구성이 내부 인사 중심이어서 견제 기능이 미흡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계열사 대표 및 임원 중심으로는 비판적 시각이나 반대 의견이 자유롭게 반영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오너 판단을 뒷받침하는 형식적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허진수 사장이 주도하는 만큼 수습 마무리에 속도를 낼 수는 있겠지만 동시에 감시와 견제 기능은 약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기업노동 전문 노무사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SPC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이번 산업재해의 경우 단순히 작업자 개인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유발할 수밖에 없는 작업 설계와 노동 환경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결국에는 회사에서 직접 나서야 하지만 (과거 SPC의 기업문화를 고려할 때) 근본적인 개선이 가능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SG 리스크 해소 총력필요"…실적 성과보다 급선무
 
파리크라상에서 SPC삼립으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상, ESG 리스크 해소와 기업가치 회복이 SPC그룹의 명운을 좌우할 전망이다. 허진수 사장이 그룹 차원의 안전경영 혁신과 신뢰 회복을 이끈다면 단독 후계 구도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SG 리스크는 단순 비용 이슈를 넘어 기업가치와 오너십 평가에 직결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주요 기관들은 SPC삼립 평가 시 ESG 리스크를 할인 반영하고 있다”며 “ESG 지표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 1월 평택 SPL 제빵공장 사고 직후 SPC삼립 주가는 약 3개월간 30% 가까이 급락했다. ESG 사고가 곧바로 투자심리와 주가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앞서 허영인 회장은 계열사 주식 저가 매수와 관련한 증여세 회피 혐의로 기소됐다가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은 후 올해 초 경영에 복귀했다. 그동안 총수 부재로 주춤했던 SPC그룹은 국내외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확장하며 외형 성장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장남 허진수 사장은 미국과 캐나다 공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차남 허희수 부사장은 내수와 연구개발(R&D), 정보통신기술(ICT) 고도화 등 국내 기반 내실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공격적인 해외 투자로 핵심 브랜드인 파리바게뜨는 현재 14개국에서 6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과 캐나다에만 200여개 매장이 있다. 회사는 오는 2030년까지 북미 지역에 1000개 매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ESG 규제가 국내보다 훨씬 엄격한 글로벌 시장 특성상 성과 없는 안전경영은 곧 성장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실적과 무관하게 ESG 리스크가 기업가치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최근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단기 실적뿐 아니라 지속가능성, 윤리경영 등 비재무적 요소를 중시하고 있고,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ESG 평가를 주요 투자 기준으로 삼는 흐름에서 SPC 밸류에이션에는 구조적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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