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은행권 상장지수펀드(ETF) 신탁 판매 실태를 들여다본다고 한다. 수수료 부과 방식과 원금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고객의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권유했는지가 핵심 점검 대상이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이어 ETF까지 은행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따지겠다는 것이다.
검사 자체를 문제 삼자는 것은 아니다. ETF는 예금이 아니고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투자상품이다. 은행을 찾는 고객은 일반투자자보다 원금 보장에 대한 기대가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은행이 신탁이라는 계약 구조를 앞세워 수수료 구조와 가격 변동 위험을 모호하게 설명하고 이득을 취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금융사의 책임을 묻는 금융당국이 자신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시행령과 관련 규정을 고쳐 국내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허용했다. 기존 ETF에 적용되던 분산투자 요건을 제외하고 동일 종목 운용 한도를 사실상 100%까지 열어줬다. 국내외 상품 간 규제 차이를 없애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 수요를 붙잡겠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당국은 이미 해당 상품이 일반 ETF보다 손실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상장을 앞두고 '지렛대 효과'와 '음의 복리 효과'를 경고하는 자료까지 낸 바 있다.
상장 직후 우려는 현실이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연동된 레버리지 상품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반도체 대형주의 등락이 지수 전체를 흔드는 현상이 심해졌다.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반복해서 발동했고, 시장에서는 반도체 쏠림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당국은 뒤늦게 신규 상장과 광고를 막고 기본예탁금을 현금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였다. 당초 8월로 예정했던 시행 시점도 7월31일로 앞당겼다. 불과 두 달 전 투자 유인을 높이겠다며 문을 열어준 당국이 이제는 같은 상품의 수요를 억누르겠다고 나선 셈이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잇따라 고개를 숙였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국민의 신뢰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송구하다"고 했고 금감원장은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자책했다. 다만 그러한 후회 뒤에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의문이다. 어떤 판단으로 상품 도입을 서둘렀는지, 위험성 검토가 충분했는지에 대한 설명과 해법은 찾아보기 어렵다.
고위험 투자상품을 판매한 금융사에는 어떠했나. 홍콩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금감원이 처음 제시한 과징금 규모는 1조4000억원에 달했다. 금융위원회가 제재 수위를 고심하면서 규모가 조정되고 의결도 미뤄지고 있지만, 과징금 부과라는 원칙 자체는 살아 있다. 투자상품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고 소비자에게 손실을 입혔다면 판매한 금융사가 금전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그 논리를 당국에 적용하면 질문이 남는다. 위험한 상품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판매한 은행은 과징금을 내는데, 위험한 상품이 시장 전체를 흔들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준 정책당국은 왜 사과 한마디로 끝나는 것일까.
물론 은행 검사에서 실제 위법이나 불완전판매가 확인된다면 그에 맞는 제재도 필요하다. 그러나 금융사만 문제 삼는다고 소비자 보호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판매 과정의 잘못뿐 아니라 상품을 허용하고 시장에 들여보낸 정책 판단도 검증 대상이 돼야 한다.
민간의 실패에는 과징금과 검사, 제재 절차가 뒤따른다. 금융당국의 정책 실패에는 "송구하다"는 말만 남는다. 책임지는 무게와 방식이 이같이 차이가 난다면 당국이 내세우는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이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금융사를 향해 소비자 보호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려면, 당국도 자신의 정책 판단부터 같은 무게로 검증해야 한다.
이종용 뉴스토마토 금융부 선임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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