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유근윤 기자] 90억원의 행방과 관련해 비자금 의혹을 받는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배우자 신모씨가 사무실 자료 '인멸'을 시도하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앞서 김건희특검은 이 전 비서관이 22대 총선 때 공천을 받는 과정에 김건희씨가 개입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던 중 신씨가 대표로 있었던 자생바이오와 관련된 90억원의 행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최근 신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5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자생한방병원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비서관의 배우자 신씨는 지난주부터 4일까지 서울 강남구 JS타워에 있는 개인 사무실에서 서류 뭉치 등을 카트로 날라 차에 실은 뒤 모처로 옮겼습니다. 한 관계자는 "신씨가 출국금지에 앞서 자생바이오 관련 자료를 인멸하고 있다"며 "(자료를 실은) 차량의 목적지는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당시 일에 동원된 관계자도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4일 (자료를 옮기는) 업무를 한 건 맞다"면서도 "그게 누구 자료인지는 (저는) 모르고, 그냥 물건만 빼라고 해서 시키는 대로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신씨는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명예이사장의 차녀로, 병원 글로벌협력실장과 자생아카데미글로벌위원장 등으로 근무했습니다. 신씨의 사무실은 JS타워 4층에 있습니다. 그런데 등기등본에선 이 건물의 소유자가 제이에스디원으로 표시됐습니다. 신준식 명예이사장을 포함해 신씨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가족회사입니다.
본인의 사건에 대해 본인이 증거를 숨기는 건 증거인멸죄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신씨가 김건희씨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 그리고 주변 직원들을 동원해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이라면 증거인멸과 교사죄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자신의 혐의(신씨의 혐의)를 덮고자 증거를 인멸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증거(김건희씨 관련 증거)도 인멸하게 되면 증거인멸죄가 성립하게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배우자 신모씨가 사용한 걸로 알려진 개인 사무실. 5일 오전 <뉴스토마토> 취재팀이 방문했을 땐 '보안 해제' 중임에도 사무실에선 어떠한 응답이 없었다. (사진=뉴스토마토)
특히 신씨가 사무실에서 자료를 옮긴 시점은 <뉴스토마토>가 지난 7월30일 <
(단독)김건희특검, '이원모 공천-김건희 개입' 들여다본다> 기사를 낸 시점과 맞물립니다. 본지는 해당 기사에서 김건희특검이 이원모 전 비서관의 공천에 김건희씨가 개입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걸로 확인됐으며, 특검은 이 전 비서관의 배우자 신씨가 대표로 있던 회사(자생바이오)와 관련된 90억원의 행방도 살피는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자생바이오는 한약재 공급 및 식품가공 제조업체입니다. 2014년 설립, 2023년 9월 청산됐습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90억원은 신씨가 자생바이오 대표로 있던 2020년 5월~2022년 4월 제이에스디원으로부터 장기 대여한 돈입니다. 하지만 2023년 9월 자생바이오가 청산되자 제이에스디원은 빌려준 90억원을 '제각'(자산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장부에서 제거하는 것) 합니다. 자생바이오로선 제이에스디원에서 빌린 돈을 안 갚아도 되는 겁니다. 공교롭게도 이때는 윤씨가 대선에 출마, 당선된 시기와 겹칩니다. 제이에스디원의 2023년도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2021년 9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자생바이오에 60억원을 빌려줬습니다. 이에 이상식 민주당 의원은 자생바이오가 돈을 정치 비자금으로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4일 <JTBC> 보도에 따르면 특검은 신씨를 출국금지 했는데, '90억원 의혹'도 출국금지 사유로 꼽았습니다.
한편, 신씨가 사무실 자료를 인멸하는 시도를 하는 정황이 포착된 데 대해 자생한방병원 측은 "신씨는 자생한방병원과 관련 직책을 내려놓은 뒤로 병원에서 직책을 담당하는 게 없다"면서 "의혹에 관해 입장이 없다"는 취지를 밝혔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신씨가 근무하던 JS타워 내 사무실을 찾았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신씨가 쓰던 휴대전화 번호는 바뀐 뒤였습니다. 신씨의 남편 이원모 전 비서관에게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습니다. 이 전 비서관에게 문자로도 질의했으나, 읽고선 답하지 않았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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