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IB 줄상향에도…정부, '1%대 성장률' 전망 고심
추경·관세 협상 기대감에도…'반도체 100% 관세' 변수
올해 성장률 전망치 '1.8→1% 내외' 대폭 하향 불가피
2025-08-11 16:47:08 2025-08-11 16:59:33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상향 조정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성장률 전망 발표를 앞두고 고심에 빠졌습니다. 1·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정책 효과와 한·미 상호관세 협상 타결 기대감에도 미국의 '반도체 100% 품목 관세' 돌발 변수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1%대 성장률 전망에 제동이 걸린 모습입니다. 
 
새 정부 기대감에 눈높이 올라간 한국 성장률  
 
11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 '새 정부 경제성장 전략'을 통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수정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재명정부 들어 '성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기존 경제정책 방향에서 이름을 바꾼 경제성장 전략에는 단기 정책을 넘어 중장기적 성장 전략을 담을 예정입니다. 특히 신산업 육성과 기업 규제 개선, 지역 균형발전 등을 중심으로 궁극적으로 잠재성장률 끌어올리기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1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1분기 역성장(-0.2%)과 미국발 관세 정책으로 수출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하향 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실제 대선 직후 6월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범석 전 기재부 1차관은 "작년 말에 제시한 정부의 경제 전망은 GDP 1.8% 성장 수준인데 현재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했을 때 1% 미만으로 재조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 안팎에선 기재부가 1%대를 사수하는 선에서 전망치를 수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습니다. 최근 1·2차 추경 집행과 정치 불확실성 제거 등 내수가 회복하는 조짐을 보이는 데다가, 당초 25%로 예고된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한·미 관세 협상 등이 긍정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더불어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분기 성장률도 힘을 보탰습니다. 지난 2분기 GDP 속보치는 0.6%를 기록했는데, 당초 예상치보다 0.1%포인트 높았습니다. 때문에 1%대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욱 커졌습니다. 
 
여기에 해외 주요 IB들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한 것도 기대감을 키웠습니다. 실제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8개 해외 주요 IB가 전망한 한국 연간 GDP 성장률 평균은 1.0%입니다. 전월 평균치보다 0.1%포인트 올랐습니다. 주요 IB 중 한국 경제를 가장 비관적으로 보던 JP모건마저 두 달 사이 기존 0.5%에서 0.7%로 전망치를 끌어올렸습니다. 또 씨티는 0.6%에서 0.9%로, 골드만삭스는 1.1%에서 1.2%로 각각 상향 조정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오락가락' 트럼프 관세 리스크에 발목 잡힌 성장률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100% 관세' 발언으로 정부 내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성장률은 순수출(수출-수입)의 증가분을 따지기 때문에 수출이 꺾이면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8000만달러로 자동차(342억달러), 일반 기계(142억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큽니다. 반도체 100% 관세가 현실화하면 성장률이 1%를 밑돌 가능성이 큽니다. 
 
일단 정부는 지난 상호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등 품목관세의 최혜국 대우(유럽연합 기준 15%) 약속을 받아낸 만큼 100% 관세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럼에도 최혜국 대우가 문서화된 상황이 아니고, 관세를 두고 오락가락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상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주를 이룹니다. 
 
앞서 일본의 경우 미국과 상호 15% 관세에 합의했지만, 미국 측이 일본과 합의한 15% 관세는 일괄 관세가 아니라 기존 관세의 추가분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면서 논란을 빚은 바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도 쌀·쇠고기 등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 여부를 놓고 미국과 말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도체 품목 관세는 100%라는 높은 관세율에 더해 세부 방침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부 내부에서도 반도체 관세, 1·2차 추경 효과, 소비 개선 흐름 등을 놓고 긍정적 효과에 주목하는 입장과 반대 입장이 혼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재부는 반도체 품목 관세 관련 정보를 최대한 반영해 성장률을 전망할 방침입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해 국내 성장률은 0.9~1.0% 수준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반도체 관련 관세 윤곽이 더 선명해지고, 관세 세부안 등에 따라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성장률 수정치를 제시할 예정입니다. 시장에서는 KDI가 기존 성장률 전망치 0.8%를 1.0% 안팎으로 상향 조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28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기존 성장률 전망치(0.8%)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경제에 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