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BOE, 삼성 기술 침해” 미 시장 퇴출…국내 디스플레이 ‘청신호’
ITC, 14년 8개월 수입 금지 명령
애플 공급망 구멍…SD·LGD 기대
2025-08-15 07:00:00 2025-08-15 07:00:00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BOE의 소송전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의 손을 들어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ITC가 수입 자체를 차단하는 예비 판결을 내리면서 ‘BOE가 미국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됐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로 중국 기업의 기술 탈취가 사실로 인정되면서 중국발 저가 공세가 한동안 주춤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울러 애플 등 주요 고객사 공급망에서 국내 업체의 입지가 강화되는 등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 'K-디스플레이 2025' 전시관.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예비 판결을 통해 “삼성디스플레이의 보완 조처가 탁월한 수준이었음에도 BOE가 삼성디스플레이 영업 비밀을 부정한 수단으로 취득해 사용했다”고 밝힌 ITC는, 이후 공개한 결정문에서 BOE의 OLED 패널을 14년8개월 동안 미국에 수출할 수 없다는 ‘제한적 수입 금지 명령(LEO)’ 등의 조치를 적시했습니다. 
 
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앞서 2023년 10월31일 미 국제무역위원회에 징둥팡을 영업 비밀 침해로 제소한 데 따른 것입니다. 오는 11월 최종 판결이 남았지만, ITC가 영업비밀 침해나 직원 영입 등을 통한 기밀 부정 취득 등을 이미 인정한 만큼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최종 결정 이후 60일간 대통령 검토 기간을 거쳐 이를 확정합니다. 이 기간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실제 행사한 사례는 오바마 전 대통령 때 한 번에 불과합니다. 
 
업계에서는 ITC가 이례적으로 14년8개월의 강력한 조치로 대응하면서, 중국발 기술 탈취에 대한 철퇴를 내린 것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ITC가 이전부터 계속 얘기했던 게 불공정 무역과 기술 유출”이라며 “이번 판결은 중국 업체들에게 주는 강력한 경고”라고 했습니다. 
 
BOE의 미 시장 판매가 위축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의 수혜도 예상됩니다. SK증권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유통되는 BOE OLED 패널은 연간 2000만~3000만대로, BOE가 퇴출되면 그 틈새 시장을 국내 업체가 파고들 수 있습니다. 아울러 BOE의 저가 공세로 이어졌던 OLED 가격 하락 압박도 완화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가격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애플 공급망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아이폰용 OLED 패널 시장 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 56% △BOE 22.7% △LG디스플레이 21.3%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결국 BOE의 점유율 만큼 국내 업체들의 몫이 커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반면, ITC의 판결 결과에도 시장에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패널 수입을 막은 것뿐이라, 중국에서 BOE 패널로 아이폰을 만든 후 완제품을 미국에 수입하는 것까지 막지 못한다”면서도 “협력사 선정 과정에서 기업 윤리도 검토하는 애플이 타사 기술을 부적절하게 취득해 만든 패널을 그냥 쓸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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