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테슬라를 수주한 데 이어 시스템LSI도 애플과의 계약을 따내면서, 남은 메모리 분야에서도 반등의 계기가 마련될지 관심이 쏠립니다. 전통적인 효자 역할을 했던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최근 HBM(고대역폭메모리)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밀려 2인자로 내려앉는 등 위상을 상실한 바 있습니다. 메모리 분야의 재기를 위해 반드시 엔비디아 퀄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는 상황인 가운데, 업계 안팎에선 하반기 납품이 무난하게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향후 격전지는 HBM4의 엔비디아 납품이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분야가 반전의 모멘텀을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삼성전자.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기류는 HBM 경쟁에 대비한 인재 수혈에서도 확인됩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부터 DS부문 주요 조직인 △메모리사업부 △파운드리사업부 △CTO_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TSP총괄(테스트&시스템 패키지) △AI센터 등에서 채용을 시작했습니다. 메모리사업부의 경우 회로 설계나 패키지 개발, 평가·분석 등 HBM 개발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서들을 중심으로 즉시 투입이 가능한 경력직을 채용할 계획입니다.
삼성전자가 HBM 인력 확보에 적극 나선 것은, 하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는 HBM4 양산에 올인하게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앞서 HBM3E가 엔비디아 퀄테스트를 1년 넘도록 통과하지 못하면서, SK하이닉스와 격차가 벌어진 까닭에 HBM4 양산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만큼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삼성전자가 하반기 양산 계획이 있던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10㎚(나노·1㎚=10억분의 1m)급 5세대(1b) 공정을 건너뛰고 6세대(1c) D램 개발에 나선다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부터 1c D램 제조를 위해 시설 장비도 발주하는 등 속도전에 나서는 양상입니다. 1c D램 개발에 몰두하는 것은 엔비디아가 내년에 출시할 예정인 AI 가속기 ‘루빈’에 탑재할 HBM4를 1c 공정으로 양산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가 1b 공정 기반의 HBM4 샘플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 세대 앞선 제품으로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인 것입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이미 엔비디아와 가격 협상 단계에 있는 만큼, 이를 만회하려면 기술적 차별성이 시급한 상황.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 부사장은 지난달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10나노급 D램 1c 공정의 양산 전환 승인을 완료했고, 이를 기반으로 HBM4 제품 개발도 완료해 주요 고객사들에게 샘플을 출하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루빈’ 탑재 여부가 기술 경쟁의 또 다른 승부처가 될 전망입니다.
반면, 1c 공정에 대한 기술적 기반은 갖춰졌음에도 1b 공정에 집중해 HBM4를 준비하는 SK하이닉스는, 1c 공정에 대한 시설 투자를 하반기에나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HBM3E에 대한 수요가 높은 데다 엔비디아와의 HBM4 가격 협상 단계에 있는 만큼, 경과를 보고 본격적으로 설비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유봉영 한양대학교 재료화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HBM3E에서 이미 SK하이닉스에게 밀렸다. 1b에서는 게임이 안 되니 울며 겨자 먹기로 1c로 건너뛰는 것”이라며 “SK하이닉스는 이미 업계 1등인데 모험을 할 이유가 없다. 다만 삼성전자가 치고 나가면 따라갈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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