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인천국제공항 방역 노동자 고용승계 논란이 17일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세스코가 명문코리아 소속 노동자들을 고용승계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18일 오후 3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지하 1층 CS아카데미에선 명문코리아 소속 한마음인천공항노동조합, 세스코,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항공사),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용승계 협약식이 진행됐습니다. 지난 8월1일 세스코의 고용승계 거부 통보 이후 17일간 지속된 갈등이 일단 매듭지어진 겁니다.
노조와 세스코, 공항공사, 고용부 등 4자는 지난 14일 오후 6시부터 만나 방역 노동자 고용 승계를 위한 4자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밤샘 협상 끝에 15일 새벽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습니다.
이명한 한마음인천공항노조 위원장은 협약식에서 "지난주까지 비가 많이 왔다. 그 비가 이 자리에 앉은 노동자의 눈물이었다. 노동자들은 영문도 모르고 거리로 나서야 했다"며 "31살에 와서 50대 중반까지 인천공항을 사랑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기 노동자들 역시 같은 마음일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조기근 세스코 부사장은 "인천공항 과업 내용서에 명시된 고용승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고 있다"면서 "기존 인력 중 정년 이내 근무자 전원을 고용승계할 뿐만 아니라, 정년 초과 직원들의 재취업을 위한 지원 기금을 노동조합에 제공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고자 한다"고 했습니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지난 5일
(단독)인천공항, 취약계층 등 22명 '고용승계 배제' 기사를 통해 인천공항 방역 노동자 22명의 고용승계를 둘러싼 공항공사와 용역업체의 갈등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 문제가 된 건 세스코가 제시한 명문코리아 소속 22명 중 12명만 인천공항 사업장에 배치하고 5명은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 인근의 다른 사업장으로 재배치하겠다는 고용승계안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정년을 초과한 5명은 아예 고용승계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18일 오후 3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CS아카데미에서 인천공항 방역 노동자 고용승계를 위한 협약식에서 이명한 한마음인천공항노조 위원장(오른쪽)과 조기근 세스코 부사장이 협약서를 교환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번 합의의 핵심은 기존 고용승계 22명 중 17명에 대한 고용승계와 정년 초과 5명에 대한 보상안입니다. 17명 중 12명은 인천공항에서 계속 근무하고, 5명은 영종도 내 세스코 타 업장으로 배치됩니다.
당초 노조는 5명이 타 작업장에 전환배치될 경우 매년 평가를 통해 계약 연장 여부가 결정되면 고용보장이 안 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세스코는 이런 노조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매년 평가 후 계약 연장이 아닌 3년 고용 보장을 제시했습니다.
타 업장 배치 5명에 대해 3년 고용 보장과 함께 2년 후 무기계약직 또는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겁니다. 또한 공항 내 근무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키로 했습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2년 초과 근무자에 대해 무기계약직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이에 근거해 타 업장으로 전환배치 되는 5명이 해고 위협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스코의 취업 규칙상 정년(만 60세)을 초과 기존 노동자 5명에겐 세스코가 2000만원(약 2개월 임금)을 노조에 지급하고, 재취업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노조는 지급받은 2000만원 활용 방안을 조합원과 논의를 통해 결정할 계획입니다.
노조는 당초 정년을 초과한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6개월에서 1년까지 고용을 유지하며 새 직장을 찾는 동안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공항과 공항 자회사가 만 65세까지 정년을 인정하는 점을 고려한 주장이었습니다. 밤샘 협의 끝에 현실적 타협안을 받아든 것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4자 협의 당시 공항공사가 약속한 노조에 대한 고소 취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공항공사는 지난 4일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청사 로비 등에서 농성을 이어가던 노조를 상대로 퇴거 요구를 했고, 노조가 이에 불응하자 공동 건조물 침입, 공동 퇴거 불응,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한 상태입니다.
노조 측은 "고용승계 문제와 고소 취하 문제를 분리해서 접근하려고 한다"며 "이날 협약식에 공항공사가 참여한 만큼 조만간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18일 오후 3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CS아카데미에서 한마음인천공항노동조합과 세스코, 인천공항공사, 고용노동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용승계 협약식이 진행됐다. (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인천공항 내 용역업체 교체에 따른 고용승계 문제는 이번으로 다 끝난 게 아닙니다. 올해 12월에는 주차장 발렛파킹 노동자 200명, 내년 6월에는 카트 노동자 150명의 고용승계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이번 방역 노동자 사례가 해결되면서, 향후 발렛파킹과 카트정비 분야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예상됩니다. 특히 이들 분야는 방역 업무보다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더 복잡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부터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고, 공항공사도 이 정책에 따라 대부분의 공항 인력을 자회사로 편입시켜 정규직화했습니다. 보안 검색, 수하물 처리, 시설관리 등 핵심 업무 인력들이 공사 자회사로 흡수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규직화되지 못한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이번 방역 노동자를 비롯해 카트정비, 발렛파킹 등의 업무는 공항 내에서 상시로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외부 용역업체에 의존하고 있어 고용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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