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홍연 기자]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서울 전세시장이 심각한 수급 불균형을 겪고 있습니다. 전세 매물은 급감한 반면 가격은 2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세입자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계약갱신청구권 사용과 신규 공급 위축, 전세대출 규제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전세시장의 구조적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전셋값 28주 연속 상승…공급 부족이 불씨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3주 차(8월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05% 상승하며 지난주와 같은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수도권(0.02%) 역시 상승 폭을 유지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일부 입주 물량 영향 지역에서는 전세가격 하락이 나타났으나, 역세권과 대단지 등 선호도가 높은 단지를 중심으로 매물 부족 현상이 이어지며 서울 전체적으로 상승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전세시장은 이미 반년 가까이 가격 상승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아파트 전셋값은 무려 28주 연속 오르며 뚜렷한 수급 불균형을 드러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전세가격지수 역시 상승 추세입니다. 지난해 10월 기준 99.47로 100 이하를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꾸준히 상승세를 거듭하며 지난 3월 100을 기록한 후 매달 오르고 있습니다.
매물 ‘반토막’…시장에 나온 전세 씨 마른다
서울 전세가격 상승세는 전세 매물 부족 현상에서 기인합니다. 전세 매물 부족은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약 2만3000건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는 직전 계약이 집중된 2023년의 5만5000건과 비교했을 때 절반 이하 수준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특히 계약갱신청구권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시장에 새로 나오는 매물 자체가 크게 줄었습니다. 신규 입주 물량도 감소해 전세시장의 숨통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 기준 2년 전 대비 전셋값이 10% 정도 올랐다. 그럼 세입자 입장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밖에 없다”며 “바꿔 이야기하면 시중에 살 만한 전세 매물이 없다는 뜻이다. 이러니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 보증금을 올려 받는 것보다 월세를 돌리는 게 훨씬 이득인 상황이 된다. 그러다 보니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전세의 월세화 가속화…하반기 전세 매물 부족 지속
이처럼 매물 부족과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전세 대신 월세 시장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6·27 대책에 포함된 전세대출 규제도 세입자들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집주인들 사이에서는 월세 전환이 빠르게 확산되며, 세입자 부담은 한층 더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전세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합니다. 공급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수요는 꾸준히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급등보다는 점진적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우세합니다.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을 중심으로 매매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전세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특히 서울 주요 지역과 그 인접 지역에서는 상승 흐름이 유지되고 있으며, 공급 부족과 다주택자 규제 등으로 인해 전세 매물 증가가 제한되는 상황”이라며 “하반기에도 전세가격은 급등보다는 점진적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흐름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전세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가격 상승 폭이 높지는 않지만 상승이 꾸준하다는 것과 전세 매물량이 줄고 있다는 점, 그리고 꾸준한 월세화가 임차인의 임대료 부담을 키우고 있다”며 “수도권은 아파트 입주 물량이 평년보다 적은 편이고 내년까지 이런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라 당분간 전세가 오름세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홍연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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