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 통제 23년간 실패하다…미군기지, '고작 2곳'만 개발
전유물 된 '주한미군이전사업단장'…개발 사업 '한계' 명확
2025-08-21 18:02:14 2025-08-21 20:57:13
 
[뉴스토마토 한동인·차철우 기자] 국토의 균형발전과 주한미군의 주둔 여건 보장을 위해 시작된 '주한미군 재배치'가 시작된 지 올해로 23년이 지났지만, 그 성적표는 초라합니다. 2002년 한미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 발효 이후 현재까지 주한미군 반환 공여 구역 개발 사업이 완료된 곳이 단 2곳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3년의 결과가 이러한 것은 중앙정부·국방부와 지자체의 조율 실패와 지나친 행정절차의 영향입니다. 여기에 해당 사업을 이끄는 국방부 소속의 '주한미군이전사업단' 단장 자리가 예비역 장성들의 전유물이 되면서, 전문성 부족도 한몫했습니다. 결국 문민통제 23년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처참한 '성적표'…이전사업단 '구조' 탓
 
21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주한미군 기지 이전의 출발지는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입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1990년 6월 미군과 용산기지 이전 합의서를 체결하고, 1996년 말까지 기지 이전을 완료한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진전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이후 약 10년이 지난 2002년 주한 미2사단을 평택 등 5개 기지로 통·폐합해 재배치하는 내용을 담은 LPP 협정이 발효됐고, 노무현정부에서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이 확정됐습니다. 이후 2004년 LPP 협의와 함께 2006년 용산재배치계획(YRP) 협정이 체결되면서 본격적인 이전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이때부터 정부는 주한미군반환 공여구역과 주변 지역 발전에 대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고, 2010년대에 들어 일부 지자체와 민간투자 등을 통해 반환 부지 개발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까지 23년이 지나도록, 개발이 완료된 곳이 전체 69곳의 반환 지역 중 2곳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현재 주한미군반환 공여구역 중 개발이 완료된 곳은 부산 캠프 하야리아와 의정부 캠프 시어즈입니다. 부산 캠프 하야리아는 현재 부산시민공원으로 재탄생했고, 의정부 캠프 시어즈는 경기북부 광역행정타운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주한미군반환 공여구역이 몰려 있는 경기도의 경우 51개의 공여구역 중 5개 시에 걸친 22개소만 개발이 가능한 구역인데, 이 중 캠프 시어즈만 개발은 완료했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주한미군 이전 사업 구조 때문입니다. 반환 공여구역은 바로 지자체에 귀속되지 않고, 국방부에 귀속된 이후에 지자체가 부지를 매입해야 합니다. 그런데 반환 공여구역이 몰려 있는 경기 북부는 접경지역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지역 경기가 활성화되지 못했고, 재정 자립도 자체가 낮아 비용 부담을 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런데 반환 공여구역 지원 특별법이 공원·도로·하천 조성 등에 대한 매입비 일부를 지원하지만, 지역 경제 상승 효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문화·예술·체육 인프라 구축 등에 대해서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결국 지자체가 사업 추진 엄두조차 못 내는 상황인 겁니다. 
 
게다가 민간투자를 통한 도시개발사업 역시 국방부와 협상해 토지를 매입해야 한다는 점과 오염 토지의 정화 사업 부담 문제로 행정절차가 지나치게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반환공여구역 개발 사업은 늘 개발 계획만 세우다, 실제 개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결정적 문제로 제기되는 것 중 하나는 국방부 소속의 주한미군이전사업단장의 자리입니다. 주한미군 이전 사업 역대 단장은 모두 군 장성 출신이거나 예비역 장성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군 출신 단장의 임명이라는 과거 규정이 사라졌음에도 사실상 군 출신을 위한 전유물이 겁니다. 때문에 이미 초기 군사 협상 단계가 끝난 시점에서, 지역 개발이나 도시계획 등 민간사업 영역에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주한미군이전사업단을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6월 20일 오후 2025 의정부 워킹 페스타에 참가한 시민들이 일부 개방된 반환 미군기지인 캠프 레드클라우드(CRC) 내부를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대통령, '전향적 검토' 지시…정치권 내 움직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1일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국방부에 "경기북부 지역의 미군 반환 공여지 처리 문제를 전향적 검토하고 보고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9년 당시에도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반환 공여지 문제는 국가적 관점에서 공정하게 처리하는 게 합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지시가 실질적인 개발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국회에 계류 중인 '주한미군 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평택지원특별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현재 평택지원특별법은 총 5건의 관련 법안(이병진·홍기원·김현정·김성원 의원 발의)이 발의된 상태인데요. 오는 2026년 일몰 예정인 평택지원특별법을 2030년 혹은 2035년까지 늘리는 게 골자입니다. 
 
정치권 내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재강 민주당 의원은 오는 25일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미군 반환 공여구역 개발 활성화 방안 국회 토론회'를 개최합니다. 토론회는 미군 반환 공여구역 문제를 경기도와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협력해 정책 및 재정적 대안을 모색하자는 취지입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는 미군 반환 공여구역 개발과 관련한 국가 주도의 행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성규 대진대 부총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중장기적이라도 국가 주도로 (개발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개발을 위해) 무상 양도를 통해 지자체에 (부지를) 넘겨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여야 모두 공여구역 개발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는데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경기 동두천·양주·연천을) 관계자는 "국방부도 매각하지 않아 지역 발전은 저해되고 지자체는 재정이 열악해 매입이 어렵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국방부가 협조하도록 유인책 제공과 인센티브 지급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재강 민주당 의원실(경기 의정부을) 관계자는 "장기 임대는 대통령령으로 사용료율 결정 가능하다"면서도 "사용료율이 0에 가까우면 사실상 무상과 유사하지만 임대는 소유권이 없어 기업투자 유치를 끌어내기 어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공공기관부터 유치해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며 "다만 교통 인프라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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