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예비역 낙하산'…정상화 첫발은 '민간 전문가'
단장직 3개월째 공석…초대부터 11대까지 모두 '군 출신'
여야도 민간 출신 임명에 동의…"정부, 해결 위해 달려들어"
2025-08-21 18:00:00 2025-08-21 18:00:00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차철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일 국무회의에서 국방부에 경기 북부 지역 미군 반환 공여지 처리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지만 이를 실행할 국방부 내 담당 부서장이 3개월째 공석 상태로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여의도 30배' 면적 개발 '지지부진'
 
21일 국방부에 따르면 경기 북부 지역 미군 반환 공여지 처리 문제를 담당하는 실무 부서는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입니다. 현재 이전사업단의 단장과 부단장은 모두 공석입니다. 
 
전문임기제 가급 공무원인 단장은 21대 대선 직전인 지난 5월 사임했습니다. 육사 40기 출신으로 예비역 중장이었던 김황록 전 단장은 20대 대선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윤석열 캠프에 몸담았던 인물로 정권 교체 전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보입니다. 
 
또 부단장직을 맡고 있던 윤현주 국장은 최근 국가보훈부 국립서울현충원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국방부는 윤 국장의 보직 이동과 동시에 한시적으로 고위 공무원을 배치해 운용해왔던 부단장직을 없애는 조직개편도 최근 단행했습니다. 사업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조정이 필요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입니다. 
 
이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수행할 이전사업단의 지휘부가 공백 상태입니다.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이행할 실무 부서장의 부재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대통령이 왜 이런 지시를 할 수밖에 없었느냐는 것입니다. 
 
이 대통령이 이 같은 지시를 한 것은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공여지 대부분이 적절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한미군 기지 이전 사업에 따라 전국에 산재한 미군 기지를 평택 등으로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주한미군 반환 공여지는 경기 북부에 집중돼 있습니다. 전체 반환 대상 부지 180㎢ 가운데 80% 이상인 145㎢가 이 지역에 있습니다. 현재까지 반환된 곳의 면적만 125㎢에 달합니다. 
 
하지만 반환 공여지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에 매각돼 개발이 진행된 면적은 17㎢에 불과합니다. 여의도 면적의 30배가 넘는 100㎢ 이상이 여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해당 지역들은 개발이 미뤄지면서 지역 경제 침체가 이어지고 있고 인구 감소까지 더해지면서 지역공동체 해체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국방부 훈령에 따르면 이전사업단의 주요 업무에는 △반환 공여 구역 발전 종합 계획 수립을 위한 관련 행정기관 협의 △반환 부지 자산가치 향상 및 재원 확보를 위한 대외 협의 △반환 부지 등 국유재산 취득 및 처분, 관리에 관한 사항, 지장물(방해물) 철거 △반환 부지 매각에 관한 재원 계획 수립 및 관리 등이 포함됩니다. 

용산기지 내 미군부대 도로 부지 일부. (사진=뉴시스)
 
"국가적 관점에서 종합 판단해야"
 
이 같은 이전 사업단의 임무가 충실히 수행되지 못했다는 게 이 대통령의 인식입니다. 국방부 안팎에서는 그 원인을 전문성이 떨어지는 '예비역 낙하산 이전사업단장'에서 찾는 이들이 많습니다. 사업 전문가를 등용하겠다는 취지로 단장직을 전문임기제 공무원 자리로 만들었지만 실상은 대선 캠프 등에 몸담았던 예비역 장군들의 자리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전 사업이 시작된 지난 2006년 7월 임명된 초대부터 2009년 1월 임명된 5대까지 단장은 모두 현역 육군 장군(소장 또는 중장)이 맡았습니다. 이후 2010년 9월 임명된 6대부터 가장 최근의 11대까지 단장은 육군 예비역 장군이 자리를 이어받았습니다. 
 
군 관계자는 "반환된 공여지를 본격적으로 활용해야 할 시기에 임명된 이전사업단장들이 전부 예비역 장군들이었다"며 "이제라도 당초 취지에 맞게 공모를 통해 민간 전문가를 선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전사업단장 자리가 전문임기제 공무원인 만큼 자격만 갖추면 예비역이든, 민간인이든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며 "다만 공모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장관의 결심이 필요한데 아직 어떤 결정도 없는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3개월가량 공석으로 방치된 이전사업단장 인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대통령이 해법 마련을 지시한 만큼 이를 책임지고 실행할 실무 부서장 임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64년 만의 문민 국방부 장관 시대를 맞은 만큼 사업단장도 미군기지 이전 사업의 마무리를 책임지고 완수할 민간 전문가를 등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전문가도 민간 출신 단장의 필요성을 제기했는데요.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주한미군 기지 이전 사업이라고 하는 것을 순전히 군사적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며 "예비역 장군이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사실 불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국가적 관점과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과 의식이 있고 핵심 능력이 있는 사람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민간 출신 단장 임명에 대해선 여야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입니다. 미군 부지가 다수 있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경기·동두천·양주·연천을) 관계자는 "(개발 등에 관해선) 학계나 민간인으로 구성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재강 민주당 의원은 "(군 출신 단장) 문제에 대해 국무총리실과 국방부가 달려들어 문제 해결을 하려고 한다. 군 출신이 (단장을) 안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