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윤석열씨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을 불기소 처분한 검찰의 판단이 적절했는지 서울고검이 검토하고 있습니다. 앞서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불기소한 검찰의 판단에 대해 서울고검이 재기수사 결정을 내린 바 있기 때문에 이번 판단도 관심이 쏠립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받는 윤석열씨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 8월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검은 지난 22일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서울중앙지검의 김씨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항고 사건을 형사부에 배당했습니다.
김씨는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수원여대와 국민대 등에서 시간강사와 겸임교수로 근무하기 위해 근무 이력, 학력, 수상 이력 등을 허위로 작성한 의혹을 받습니다.
사세행은 지난 2021년 11월 김씨를 상습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해당 의혹은 2022년 9월 경찰에서 한 차례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사세행이 이의신청을 하면서 바로 검찰에서 수사했던 사건입니다.
20대 대선 과정에서 본인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김씨는 지난 2021년 12월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다"며 "잘 보이려고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었다"며 혐의를 일부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3년가량 김씨의 허위 이력 등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지난 19일 일부는 공소시효 만료를 사유로, 일부는 혐의가 없다며 김씨를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서를 보면, 검찰은 김씨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준 것으로 보입니다. 김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과'를 '서울대 경영대학원'으로 오기했다고 하면서, 경영전문대학원 석사도 경영대학원 석사와 동일하게 2년 경력을 인정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이를 불기소 결정문에 그대로 기재하면서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검찰은 김씨의 혐의에 대해서는 유독 김씨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검찰은 앞서 지난해 10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된 김씨를 불기소 처분할 때도 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당시 검찰은 김씨가 자신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되는 것을 인지했거나, 주가조작 일당과 사전에 연락한 뒤 시세조종을 위해 주식을 거래했단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김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했습니다. 공범으로 지목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재판에서 김씨의 계좌가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된 것으로 판단된 이후에 내려진 결정입니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는 김씨의 계좌와 김씨의 모친 최은순씨 계좌를 이용해 통정매매 등이 이뤄진 정황도 확인됐지만, 검찰은 이 또한 김씨가 몰랐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서울고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2009년부터 3년간 김씨와 증권사 직원이 나눈 수백개의 통화 녹음 파일을 확인해 보니, 김씨가 '계좌 관리자 측에 수익의 40%를 줘야 한다', '계좌 관리자 측이 수익금 배분을 과도하게 요구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던 겁니다.
이 때문에 김씨의 허위학력 등에 대해서도 서울고검이 앞선 검찰의 판단과 다른 결정을 할지 여부도 주목됩니다.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혐의 중 하나인 국민대학교에 대한 상습 사기의 경우 공소시효가 10년입니다. 김씨가 마지막으로 월급은 받은 날짜가 2016년 8월24일이기 때문에 공소시효는 2026년 8월24일 만료될 예정입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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