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윤석열정부가 집권 시절 외국인 주택 투기를 막겠다고 국정 과제로 내세운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외국인의 국내 주택 보유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주택 투기성 구입을 억제하기 위해 추가적인 법령 개정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에서 주택을 소유한 외국인은 9만983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말 8만2666명에서 약 20.7% 늘어난 수치입니다.
(그래픽= 뉴스토마토)
국적별로 보면 중국인의 증가 폭이 두드러졌습니다. 2022년 말 4만7912명이었던 중국인 주택 소유자는 2024년 말 5만9722명으로 1만1810명(24.6%) 늘었습니다. 미국인도 같은 기간 1만7891명에서 2만36명으로 2145명 증가했습니다. 이 밖에도 기타 아시아 국적자 1039명, 베트남인 647명, 캐나다인 482명, 기타 유럽 국적자 476명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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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입지 고가 거래도 다수…“외국인 투기성 주택 구입 규제 필요”
외국인의 고가 주택 거래 건수도 상당했습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외국인이 구입한 12억원 이상 주택은 총 546건으로, 전체 거래 건수의 18.8%에 달했습니다. 이 중 3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은 89건(3.1%), 5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은 22건(0.8%), 100억원 이상 초고가 거래도 5건(0.2%) 있었습니다.
지역별로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이 28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초구 반포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이 각각 19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어 잠원동과 옥수동이 각각 16건, 서초동이 15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최고가 거래 사례는 2023년 8월에 발생했습니다. 말레이시아 국적의 1954년생 매수인이 한남동 장학파르크한남을 180억원에 전액 현금으로 구입한 것입니다. 또 2024년 4월에는 미국 국적의 1978년생 매수인이 한남더힐을 매입했는데, 현금 63억5500만원과 은행 대출 56억4500만원을 활용해 총 120억원에 거래가 성사됐습니다.
정부는 지난 7월 서울 전역과 인천 및 경기 일부 지역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2024년 8월26일부터 외국인이 전용 6㎡ 이상의 주택을 사려면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하며, 2년간 실거주 의무를 지켜야 합니다. 또한 자금 출처를 소명하지 못하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는 규제도 함께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규제 시행 직전까지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은 이어졌습니다. 지난 4월23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대형 아파트는 105억원에 거래됐는데, 매수인은 미국 국적이었으며 등기부상 62억7000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대출을 활용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박용갑 의원은 “윤석열정부가 외국인 주택 투기를 방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주택을 손쉽게 취득해왔다”며 “캐나다와 호주 등 다른 나라들이 외국인의 투기성 주택 구입을 규제하는 만큼, 우리나라도 관련 제도를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강북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단지. (사진=송정은 기자)
전문가들도 정부가 외국인 주택 투기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제도 보완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외국인은 토지거래허가 대상지를 제외하면 큰 제약 없이 국내 주택을 취득할 수 있다”며 “외국 자본을 부동산을 통해 유치하는 방식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서울과 수도권에 편중된 외국인 보유 현황을 고려하면 정책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외국인 토지거래허가제는 투기 억제와 실거주 수요 확인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다만 허가 기준과 위반 시 불이익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으며, 주거용 오피스텔 등 준주거 시설까지 제도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또 외국인 부동산 거래 관리가 단발적인 조치에 그치지 않도록 추가적인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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